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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김오달
Subject   이주노동자 문제의 주체는 이주노동자들
이주노동자 문제의 주체는 이주노동자들  

이주노동자 대책에 관여중인 여러 교단 관계자 여러분께  

김오달  

[본 글은 '브레이크뉴스' 주장과 논쟁 부분에 실린 제 칼럼입니다. 브레이크뉴스는 크게 기사와 칼럼의 두가지 분류로 나뉘어 글이 올라옵니다. 이 점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오늘 자(19일) 브레이크뉴스 기사로 실린 정부관계자와 성공회를 비롯한 명동성당을 제외한 나머지 농성단 대표님들이 모여 이주노동자 대책에 대한 의견조율을 한 것에 대해 이주노동자 투쟁에 함께 연대하고 있는 개인의 한 사람으로 우려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우선 17년이 훨씬 넘은 이주노동자 문제에 항상 먼저 힘써오시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온 신부님들과 관련 교단 목회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아 온 이 문제에 대해 목회자라는 이 사회의 가장 낮은 부분을 살피고 돌봐야하는 위치에 충실해 헌신적으로 일해오신 여러분들의 업적은 어떤 이유로든 폄하되거나 퇴색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17일 정부관계자와 명동성당을 제외한 다른 지역 농성단들 관계자들의 모임은 그동안 힘겹게 싸워온 이주노동자 문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여러 교단의 신부님(혹은 목사님)들께서 하시던 접근방식으로는 근본적으로 꼬인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주노동자 개개인의 임금체불 이나 산재처리,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등의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목회자이신 여러분들의 역할이 중요했고 소중한 것이었지만, 현재 진행중인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관련 법 폐지에 관한 투쟁에 있어서 여러분이 해오시던 방법으로 접근하게되면 심할 경우, 역효과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진행중인 농성투쟁은 철저히 이주노동자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싸워나가야만 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자신이 다른 한국인들과 같은 인간이고 노동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자신들이 한국사회에서 한 사람의 경제적 주체로 설 때에만 지금 하고 있는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17일 모임은 이제 막 각 지역 농성단들이 명동성당 농성단을 중심으로 연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 농성단들의 연대를 무너뜨리고 분열시키려는 정부의 기만적이고 계획적인 회유책이자 이주노동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 미봉책에 다름 아닙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나온 성공회 성당의 18일에 있은 총회 결과(정부가 제시한 안을 자진출국시기의 연장이라는 조건 하에 수용)는 신부님들에 대한 의존도가 큰 성공회 농성단이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결과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더 한다하겠습니다.

정부 관계자들과의 모임에서 그들과 어떠한 이야기가 오고 간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수정한 정부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 하고, 이를 농성단 전체에게 설명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신부님들의 이런 시각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 60여 일이 넘도록 농성단 생활을 해오던 이주노동자들은 흔들렸을 것이고, 총회 결과가 그런 쪽으로 나온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농성중인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아주 안 좋은 상태입니다. 옆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 얘기에 현혹돼 어떠한 종류에 분열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측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 모를 리 없으며, 주체적으로 투쟁하려는 의지가 강한 명동성당 농성단을 배제한 체 그런 모임을 갖은 이유는 너무나 자명합니다.

비자, 비자 하지만 핵심은 비자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이주노동자 문제를 양산해내는 국내외적으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인력브로커 문제와 이주노동자를 합법적인 틀 안에서 착취하고 차별하려고 제정되고 시행중인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 제도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지금은 정부가 내놓는 대책 같지도 않은 대책에 이리 몰리고 저리 뛰어가고 할 상황이 아닙니다. 오직 우리가 쟁취하려는 목표를 향해 한 곳으로 대오를 정비해 집중하는 길만이 우리 이주노동자 투쟁이 올바로 설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부디 성공회 성당 농성단과 이주노동자 대책에 관여중인 여러 교단 관계자 여러분들께서는 제대로 된 현실인식과 투쟁과제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면을 빌어 어린 제가 이렇게 건방진 충고를 드리는 점 사과 드리며, 여러분의 노고에 동지로서 항상 감사 드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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