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노무현 대통령께
기자생활 1개월 새내기 기자가 드리는 당부
김오달
노무현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제 막 시민기자로 활동을 시작해 한 달 정도 지난 '김오달'이라고 입니다.
이렇게 메일을 통해 인사드리게 되는 점 참으로 송구스럽기도 하고, 대통령이라는 국가 최고 권력자에게 메일로 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는 것 자체의 감회가 새롭기도 합니다.
산적한 국정현안과 정치권의 정치공세, 아울러 주변 친인척들이 연루된 비리사건들로 요즘 대통령님의 머리가 참으로 복잡하고 편치 않으리라는 짐작을 해봅니다.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수구언론들은 정치권의 대통령에 대한 공세와 그 공세에 맞선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공격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 같아도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 사회의 정치권과 언론의 현실은 참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취임 1주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정부에서 내놓는 국정현안들에 대한 정책들을 살펴보니 한가지 공통점을 찾게 되더군요. 그 공통점은 그 정책들이 실효성을 가지게 되는 시기가 앞으로 4년 후, 대통령님의 임기가 마치는 2007년으로 맞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임기가 마칠 즈음엔 세상이 좀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 있기를 바라는 대통령님의 의지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어서 아직까지 놓아버리지 않고 있는 인간 노무현에 대한 희망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님께 이제 막 세상을 바라보는 나름대로 올바른 시각이 생기기 시작한 새내기 기자의 입장에서 산재한 국정 현안에 대해 당부 드리고 싶은 것들이 있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가장 먼저 이야기 드리고 싶은 부분은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우리군의 이라크 비전투병 파병은 절대 이루어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비전투병이냐 아니냐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라 민간차원의 의료지원이나 전후 재건을 위한 지원이 아닌 '군대'의 이름을 통한 지원은 절대 하시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항간에서는 국익의 이름으로 파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어찌 보면 대충 맞는 논리인 듯 하지만 정말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 파'兵'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불가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비난하고 21세기 지구의 어떠한 작은 나라에서도 전쟁은 일어나면 안 된다는 전쟁 자체에 대한 반대여론에 대한민국도 동참해야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북핵으로 풀리지 않는 긴장관계 속에서 한반도가 전쟁의 위기에서부터 벗어나는 길이며, 미국에 의존적인 외교와 국방이 자주적으로 서게 되는 필수 조건입니다.
더 이상 전쟁이라는 폭력적 수단으로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야만적 행태가 용인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드리는 당부는 노동문제를 대하는 대통령님의 기본적 원칙과 소신에 대한 부분입니다.
오늘 자 조선일보에 실린 어제 있은 전경련 신춘포럼에서 '노사문제에 있어 원칙과 법에 입각해 정부차원에서 정면 대응하겠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집권 초기부터 '원칙과 소신에 기초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시던 대통령의 의지에 대한 재확인정도로 이해가 되는 발언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엔 노동자 민중을 보호하고 대변해줄 수 있는 원칙과 소신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에서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여전히 사측은 경제가 어렵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워 임금동결을 이야기하고, 같은 노동자이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건설노조원들에겐 너희는 일용직이니 비정규직도 아니며 노조결성 자체가 불법이라는 이유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너희는 불법으로 비자도 없이 체류중이니 나가야한다는 이유로, 구별하고 착취하고 소외시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에 필요한 핵심은 '인간이 인간이기에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더 이상 노동자이기에, 농민이기에, 여자이기에, 장애인이기에, 학생이기에, 외국인이기에 발생하는 사회의 착취와 억압과 배제의 논리는 통용되어서는 안됩니다.
산업인연수생제도가 일본의 이주노동자 관련 제도를 바탕에 두고 그 제도를 거의 그대로 차용해 만든 제도라는 점은 대통령께서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한 일본에서도 한국 이주노동자들을 이렇게 대하지는 않습니다 .거의 사회의 암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대부분 알콜중독에 노숙자가 되어버린 그들에 대해서 오히려 그들이 노숙을 하지 않게끔 수용시설을 건축해 수용하고 있는 것이 일본의 이주노동자 대책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시민사회단체가 정부나 현에 지속적으로 대책을 요구하고 개선책을 내놓기를 종용한 결과이긴 합니다.
엄격한 출입국 심사로 비자발급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에서도 '인간사냥'이라고 불리는 대대적인 단속을 통한 '강제추방'은 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시민사회단체와 인권단체들이 한국정부의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을 비난하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이주노동자 대책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답답합니다. 제 자신이 청와대 비서실에 들어가, 대통령님의 눈과 귀를 가로막고 여론을 왜곡하는 정부관료들의 틈바구니로 들어가, 제 손으로 대통령님의 눈과 귀를 열어드리고 싶을 정도로 이 현실이 너무나도 참담합니다.
대통령은 국가권력의 최정점에 위치한 권력의 핵심이긴 하지만, 반면에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임을 자각하시기 바랍니다.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원칙과 소신이 관철되고 이러한 것을 통한 상식이 바로 서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는 노동자·민중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그들의 편에 서서 항상 올바른 길로 가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그 비젼이 정말 대다수 민중을 위한 희망을 만드는 길이길 간절히 기원하며, 그러한 길을 걸어가실 때에 저도 당신의 옆에서 당신을 지켜드리고 당신이 이야기하는 희망을 이야기하겠습니다.
2004년 2월 5일 정월 대보름
브레이크뉴스 시민기자 김 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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