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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사노신(준)
Subject   자본-정권-어용노조의 장막을 뚫고 떨쳐 일어나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여!

자본-정권-어용노조의 장막을 뚫고
떨쳐 일어나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여!



배달호, 김주익, 이용석, 이해남, 곽재규 - 죽음으로 투쟁을 호소한 열사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생생한데 또다시 분신 자살이 울산을 뒤흔들고 있다. 2월 14일 새벽, '죽음의 공장' 현대중공업(이하 현중)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차례로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끊었다. 하청노동자 박일수 동지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지를 비관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고, 정규직 조합원 유석상 동지는 산재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병원에서 목을 매었다.
열사들의 죽음은 날로 강화되는 자본의 착취와 생존의 고통에 대한 저항과 분노의 표출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권과 현중 자본 그리고 어용노조는 일치단결하여 열사들의 죽음을 왜곡하고 짓밟으려 하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분쇄 고 박일수 분신대책위>(이하 <대책위>)는 현 상황을 직시하고 올바른 투쟁방향을 도출해야 하며 전국의 모든 동지들은 이 투쟁에 적극 연대해야 한다.

정권과 자본, 어용노조가 열사를 두 번 죽이고 있다

현중 자본은 공장 내에서 숨진 박일수 열사의 시신을 회사 차량으로 '지 멋대로' 공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울산현대병원으로 옮겼다. 검사의 허락 없는 현장 훼손이 불법임을 잘 알면서도 정권의 하수인 담당 검사는 전혀 문제시하지 않았다. 도리어 사인이 명명백백한 상황에서 유일한 유족인 따님이 도착하자마자 "사인이 불분명하다. 술에 취해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 방화를 한 것일 수도 있다"는 헛소리를 지껄이며 고인의 시신을 부검할 것을 요구하고 나왔다. 검사의 부당한 요구에 유족은 교섭을 민주노총 <대책위>에 위임한 상태다.
<대책위>는 사측이 현대병원으로 시신을 안치한 것에 의혹을 제기하며 시신을 현중 사업장에 가까운 울산대학병원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자, 검사는 "먼저 교섭권을 직영노조로 위임해야 한다"고 큰소리쳤다. 또 유족이 요구할 때만 부검을 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압수영장을 발부받았노라고 거짓말까지 해가며 공무집행 방해죄로 걸겠다는 등 유족을 기만하였다. 한편으로 자본의 사냥개 경찰병력은 울산현대병원을 에워싸고 시신을 탈취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에 현중 하청노조와 지역 활동가들은 열사의 시신을 사수하기 위해 경찰과 대치 중에 있다.
이렇듯 자본과 검사, 공권력은 하나되어 일사분란하게 박일수 열사의 죽음을 개인적인 자살로 덮어버리려 하고 있다. 시신을 현장과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옮겨 투쟁의 거점을 분산시키고자 하며, 유가족을 회유하여 보상 처리로 사태를 하루 빨리 매듭짓고 싶어한다. 그것도 손쉽게 어용노조를 통해서 말이다.
현중의 어용노조 탁학수 집행부는 두 명의 열사가 연이어 죽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조직하기는커녕 열사의 죽음을 왜곡하고 사태를 축소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조합원 유석상 열사의 죽음이 현중의 살인적인 노동조건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올해만 4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비명하고 2명의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져 죽었다. 그런데 현중 직영노조가 한 것은 고작 사장놈과 함께 하는 안전결의대회가 전부였다. 현중 직영노조는 정말이지 사측의 '노무관리 부서'와 다를게 없다.
또한 박일수 열사 문제에 대해서는 무대응을 넘어 아예 자본과 완벽하게 공조하고 있다. 처음에 민주노총 <대책위>에 참여했던 현중 어용노조는 박일수 동지가 열사가 아니라는 사측의 논리를 그대로 흘려대더니 이윽고 다음날 기자회견에서는 "각 노동단체들이 박일수씨의 분신자살을 이용하여 조직단위의 위상을 강화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개소리를 해댔다. 그리고는 '독자적인'(즉 사측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책위를 구성하겠다 선언하고 자신에게 교섭권을 위임해야 한다며 반노동자적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또다시 열사의 죽음을 거래하려 하는가?

이에 대해 민주노총 울산본부를 중심으로 한 대책위는 현중 직영노조의 행보를 "열사에 대한 배신행위"로 규정짓고 하청노조의 입장으로 징계를 요구하였다. 또 "부검을 받아들이고 시신을 동구 울대병원으로 이전한다는 입장으로 검찰과 협의"할 것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매일 6시 동구 현중을 중심으로 집회를 갖는다"는 계획을 내왔다.
그런데 <대책위>의 이러한 입장은 여러 가지 점에서 우려스럽기 그지 없다. 현중 어용노조의 배신적 행각을 예상하지는 못했을지라도 그것을 확인한 이상, 지금 진정 필요한 것은 기자회견이나 형식적인 <대책위> 확대 방안이 아니라 <대책위>를 투쟁체계로 전면 재편하는 것이다. 그래서 투쟁의 힘을 가지고 현중 자본을 굴복시키고 어용노조를 무력화해야 한다. 하지만 <대책위> 내부에서는 "시신을 옮기는 문제를 협상하는게 우선이며 그 때까지 현장투쟁을 자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이미 박일수 열사가 근무한 인터기업을 중심으로 하청노동자들의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직접 행동으로 조직되고 있는 마당에 말이다. 물론 투쟁의 거점이 현중 사업장과 현대병원으로 분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대중투쟁을 가로막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열사의 시신을 적들에게 넘겨줄 이유 역시 될 수 없다!
만약 열사투쟁을 형식적인 기자회견과 공장 밖 집회로 제한하려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가 현중 어용노조와 다르지 않음을 고백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아니, 언제부터 시신을 사수하는 것까지 협상으로 해결해야하는 지경이 되었는가? 투쟁으로 시신을 사수하고 열사의 뜻을 현장으로 알려나가면서 투쟁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 때, 또다시 외곽의 이슈파이팅으로 대중투쟁을 대체하고 유가족 보상과 몇 가지 노동조건 개선 정도로 열사의 죽음을 거래하려는 경향을 <대책위>는 결코 두고 보아서는 안된다.

"비정규직 철폐, 하청노조 사수, 민주노조운동 복원"을 걸고 열사투쟁을 현장투쟁으로 점화하자!

지난 8월 31일 건설된 현중 '하청노조'는 시작부터 업체 위장폐업과 노노갈등을 무기로 한 원 하청 자본의 탄압으로 노조간부 전원이 해고된 채 기본적인 노조활동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용노조로부터도 끊임없는 견제와 압박을 당해왔다. 현중 직영노조는 그동안 하청노조 출범에 대해서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외면하고 업체에서 벌어지는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수수방관해왔다. 집행부 선거 시기에는 하청노조의 활동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면서 노골적으로 노조활동을 억압하기도 하였다. 그 속에서 하청노동자들은 노예와 같은 삶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따라서 박일수 열사의 분신은 이러한 어용노조와 자본의 합작품인 것이다.
직영 조합원인 유석상 열사의 죽음은 열악한 현중 운동의 현실이 정규직마저 목 조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산 증거다. 현중의 민주적이고 전투적인 정규직 활동가들은 더 이상 어용노조에 휘감기지 말고 독자적인 투쟁을 전개해야만 한다. 귀족노동자라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노노갈등이 심화되고 그럴수록 비정규직 뿐 아니라 정규직 자신에 대한 착취와 탄압 또한 강화되고 왔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 나서지 않는다면 현중의 민주노조운동은 마지막 숨을 거두게 될 것이다. 현중 정규직 활동가들은 하루빨리 열사투쟁을 중심으로 현장을 조직하면서 죽음의 공장에 투쟁의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
오늘 아침엔 박일수 열사가 다니셨던 인터기업 동료 노동자들이 고인의 죽음에 분노하며 작업거부에 돌입했다. 의장3부를 중심으로 투쟁을 결의하고 오늘 출근 직후 바로 작업거부에 들어갔으며 선실1부, 건조3부 작업자들도 함께 작업거부에 돌입했다.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이 박일수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마침내 떨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장 분위기를 더욱더 고취시켜야 한다! 현재 병원과 현장으로 투쟁 거점이 나뉘어져 있는 상황은 대책위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분명히 현장투쟁을 최대한 확대하고 상승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와 함께 현장의 투쟁동력을 열사가 안치되어 있는 병원 사수투쟁으로 연결시키면서 파고를 높여가야 한다. 또 지역연대단위들은 열사투쟁을 일사분란하게 엄호할 수 있는 대열을 갖추어야 한다.
어용노조 탁학수 집행부의 통제를 뚫고 열사투쟁의 구심이 되어야할 단위는 현중 '하청노조'일 수밖에 없다. 이제 하청노조를 중심으로 "비정규직 철폐, 하청노조 사수, 민주노조운동 복원"을 위한 투쟁의 불꽃이 터져 나와야 한다. 이 투쟁을 통해 현장에서 숨죽이고 있는 만 오천 명의 '박일수들'(하청노동자들)이 하청노조로 결집하여 당당하게 투쟁의 주체로 서도록 해야 하며, 현중과 울산 지역 모든 활동가들은 강고하게 열사투쟁 연대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그리하여 반노동자적인 어용노조를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노동자계급'의 이름으로 심판하고 죽음과 절망의 공장 현대중공업 현장을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으로 확 뒤집어야 한다. 그것만이 열사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며 더 이상 이 땅의 노동자가 죽지 않고 사는 길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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