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5월9일, 대구에서 터져 나온 이주노동자들의 외침은 지극히 간절하다.
지난 87년 노동자 대투쟁때 우리 노동자들이 외친 것과 너무나 닯아있다.
"우리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싶다!"
이주노동자 대구지역 공대위에서 주최한 '강제추방 반대 전면합법화 쟁취 이주노동자 결의대회' 가 5월9일,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열렸다.
총선정국이 끝나고, 다시 강제추방이 실시되고, 또 한국의 잘못된 이주노동자정책으로 살해당한 두 명의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집회였다.
중국 여성 노동자 정유홍(1970년9월8일생, 요령성 출생)은 2000년에 5월 한국에 입국, 2003년 9월 미등록 외국인근로자 합법화 조치에 따라, < 명보컴퓨터자수 사업주 남○○, 달서구 죽전동 >에 취업하였다. 그녀는 한국에 자신보다 2년 전에 온 남편과 함께 살고 있었고 중국에는 아들(12세)이 있다.
정유홍은 2004년 4월 27일 오전 10시 20분경 안심방향 아양교역에서 지하철 열차에 뛰어 들어 사망하였다.
그녀는 소위‘표준근로계약서’에 월급제 근로자로 일할 것을 서명하면서부터 불법적인 계약이 성립되었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주간 12시간, 야간 13시간동안 고된 노동을 했다. 그녀의 월급은 80만원이었다. 그녀가 받을 정상적인 월급은 최저임금의 시급제로 계산하여도 100만원이 넘어야 했다. 그러나 사업주는 이를 깡그리 무시하였고, 고용안정센터에서는 이런 엉터리를 표준계약서라고 인정하였다.
회사의 사정에 의해 일거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일을 안 했다며 월급을 지불하지 않았다. 그녀가 실질적으로 수령한 월급은 일한 날짜에 따라 처음에는 35만원, 60만원, 80만원이 고작이었다. 이 일로 정유홍은 고용안정센터로 가서 사업장을 변경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그녀의 사기는 꺾였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해야만 했다. 노동의 강도는 무겁고, 사장은 인격을 무시하고 모욕적인 고함, 화, 신경질을 내었고, 그녀는 작업에 대한 괴로움보다 사장의 횡포에 더욱 괴로워했다. 그녀는 명보컴퓨터자수에서 일한 지 불과 2개월만에 몸무게가 10Kg 이상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왜 회사를 그만두고 나올 수 없었는가? 사업주는 위협하였다. “니가 나가면 불법체류자다. 신고한다. 잡혀가게 하겠다. 절대로 니 맘대로 안된다.”
지난 2004년 1월, 일거리가 없어 쉬는 날이 계속되자 사장에게 고향에 다녀오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 사장은 승낙을 하였으나 며칠 후 출국을 위해 외국인등록증을 달라고 하니, 보내줄 수 없다고 거절당하였다.
그녀는 근로 계약 만료 기간인 4월21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4월17일 그녀는 귀국하겠다고 사장에게 전화로 퇴사의사를 밝혔다. 4월 19일 비행기 티켓을 예매(4월29일자 출발)하였고 그 티켓을 사장과 그 부인에게 보여 주었다.
정육홍은 비자 연기할 때 드는 비용도 직접 부담해야 하고,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도 겹쳐 사장에게 예정일에 출국할 수 있도록 남은 임금을 정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4월 21일, 그녀는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저려와서 오전까지 일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4월22일, 정유홍은 조선족 동생 ○○(여 27세)와 함께 노동부(노동부 고용안정센터, 외국인 고용상담실)를 찾아갔다. 상담창구에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보여 주며 임금을 받아야 하는 자신의 사정을 말하였다. 하지만 상담원은 노동부는 해결사가 아니라고 상당히 불쾌하게 쏘아붙이며 회사로 돌아가 사장과 협의하라며 매몰차게 대하였다.
4월26일(사건 발생 하루 전) 오후4시경, 조선족 동생 원○○,이○○(부부)와 함께 회사로 찾아가서 사장을 만났다. 사장은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동행한 동생이 통역을 하기 위해 왔다는 양해를 구하며 신분을 밝혔으나 사장은 더 큰 소리로 손가락질을 하고 눈을 부라리며 퇴사의사를 밝혔던 그녀의 말은 들은 적도 없고, 그녀의 결근 탓에 그 동안 기계를 돌리지 못한 책임을 다 뒤집어씌우며 오히려 손해배상 청구를 들먹여 협박했다. 또 니는 불법체류자로 집에가려면 3,0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며 “니가 돈이 있느냐?”하고 , 노동청에서도 돈주지 말라고 했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억지이유를 말하며 그녀를 협박하고 궁지로 몰아갔다.
그녀는 한국에서 고생하며 일하면 그래도 돈을 많이 벌고, 그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고향을 떠나왔다. 그러나 고생의 보람은 커녕, 6개월동안이나 사장으로부터 받은 가슴을 죄어오는 스트레스와 강제근로,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노동부의 무관심과 냉대, 귀국하려면 벌금3,000만원을 내야한다는 말은 그녀를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집회를 마치고 참석한 이주노동자들과 이주공대위 소속 회원들은 중국노동자 정유홍씨를 죽음으로 몰고가게 한 노동부 고용안정센터까지 행진하였다.
한국정부는 한국에 일할 사람이 필요해 우리를 불렀다.
열심히 일하면 멀리 있는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한국에 왔다. 그러나 한국은 우리가 꿈꾸던 나라가 아니었다.
우리를 똑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고, 한국 공장에 기계하나 더 들인 것처럼 우리를 대 했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한국말을 못한다고, 못사는 나라 사람이라고 욕하고, 때리기 까지 했다.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법도 안지키고, 우리를 작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으로 내몰았다.
우리는 살아 있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
한국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만들면서 우리를 강제로 추방하고, 추방을 위해 그물총과 수갑까지 가지고 우리를 쫒아내려고 하고 있다. 사장이 월급을 안줘도, 때리고 욕해도 우리는 사장이 가라고 하지 않으면 다른 공장을 선택할 수가 없다.
이런 고용허가제와 단속추방 때문에 지난 겨울 우린 많은 동료와 친구들을 하늘나라로 보냈다.
그리고, 얼마전에 후세인이 죽은 몸으로 방글라데시로 갔고, 정유홍은 자기나라로 가고 싶어도 못가는 임금체불과 강제노동으로 지하철에 몸을 던져 죽음을 택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렇게 이 한국땅에서 죽어가는 동료와 친구와 가족을 보고만 있을 수 는 없다. 우리는 한국정부와 싸울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차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불안과 고통과 죽음으로 몰고가는 강제 추방 단속에 맞서 함께 싸울 것이다. 노예도 아닌데 내가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사업장 이동을 할 수 있었음에도 못하게 가로막은 명보자수 사장과 고용안정센터가 정유홍의 죽음에 사과하고 책임질 때 까지 함께 싸울 것이다.
하나, 우리도 사람이다. 사업장 이전의 자유를 보장하라
하나, 사업장 이동의 자유없는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하나, 우리도 사람이다. 차별을 하지 마라.
강제추방반대/전면합밥화쟁취/사업장이동의 자유쟁취/ 대구지역 이주노동자 결의대회 결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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