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2004년 5월 20일 민주노총 제5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안건 8. 해고자복직특별위원회 건’을 처리한 것과 관련하여, 현재 삼성여객 해고자복직 투쟁 집회 건으로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중인 전해투 정책위원 백철현 동지가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동지들께 드리는 글입니다.)
지난 5월 22일 토요일에 민주노총 중집회의 결과를 전해 들었습니다. 정말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제약된 조건 때문에 자괴감만 듭니다. 전해투 동지들 ! 우경화되고 관료주의적 독재권력인 현 이수호 민주노총 집행부에 의해 저질러진 이번 만행은 ‘제2의 현중사태’입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규약을 운운하며 이번 조치가 문제가 없다고 강변합니다. 당시 현중사태 당시 최윤식 어용 집행부도 총회를 통해 결정됐기 때문에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중 어용 집행부는 당사자인 현중 해고자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전해투 말살 책동에 있어서도 민주노총 관료들은 전해투와 사전 논의 한마디 없이 중집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안건을 제출하고 처리했습니다. 현재 여러가지 조직 내외로 어려움이 있으나 민주노조운동의 가장 전투적인 역사를 대변하는 전해투를 말살하려는 책동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반동적 행위입니다.
민주노총은 LG문제를 하나의 근거로 이번 책동을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만입니다. 민주노총 관료들의 전해투 말살기도는 LG사태가 발생하기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96년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 당시에도 전해투 위원장을 민주노총 위원장이 임면(임명과 면직)하고 조직실 산하로 편제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동은 울해협과 대부분 해고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의해 무산됐습니다. 이후에도 민주노총은 이러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으나 전해투의 권위에 눌려 노골적으로 제기하지는 못했습니다. 따라서 LG사태는 전해투를 말살하려는 현 집행부에게 더할나위 없는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먼저 이번 사태는 LG사태를 단호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대응한 전해투 내부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LG사태가 “민주노총의 도덕성과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문제로 확대”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LG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LG사태는 전해투의 규율과 정체성, 원칙이 훼손되어 개별적 교섭이 이루어진데 있습니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LG사태의 주범인 전해투로 인해 도덕성이 훼손되었다면 원칙과 기강을 세우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과거에 청와대, 경총과 밀실교섭이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훼손했다면 현 이수호 집행부는 오히려 뻔뻔하고 당당하게 경총, 노동부, 청와대와 교섭하면서 계급타협과 협조주의 노선을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교섭을 한다고 이를 투명한 교섭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LG사태가 불거져 나왔을 때 전해투는 ‘민주노조운동 진영에 드리는 글’을 공개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전해투는 공개 사과문을 통해 “그 동안 민주노조운동 내에서 벌어지는 밀실교섭, 이면교섭을 비판해 오던 전해투 내부에서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과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솔직한 자기비판을 했습니다. 전해투는 이러한 원칙에 근거하여 당시 제정위원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수리했던 것입니다. 또한 LG 해고자의 경우에도 사전에 교섭에 대해 교감하고 있었음에도 단지 그 개별적 교섭의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비판하고 진상규명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결국 LG 해고자인 정국정은 이러한 준거와 추가로 발생한 조직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 반조직적 행위로 인해 제명된 것입니다. 따라서 투쟁하는 조직인 전해투의 규율과 원칙을 세우고 해고자 성원들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돌파구였던 것입니다. 전해투의 문제는 일부에서 정국정의 소란행위를 피해보고자 조직적 제명 결정을 번복하려 한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LG사태에 대해서 원만한 해결을 요청해 왔습니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원만한 해결은 오히려 LG문제의 본질을 은폐하고, 원칙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LG사태의 원칙적인 해결 과정에서 발생한 소란행위는 불가피한 진통에 불과합니다.
민주노총은 상설위원회인 통일, 여성위원회와 동일한 규약이 전해투에도 적용돼야 한다며 민주노총 위원장의 전해투 위원장, 상집간부 임명권 행사와 조직실 산하 편제의 정당성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전해투의 역사성과 특수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입니다. 규약을 따진다고 하면 한국노총 사업장 해고자가 민주노총 소속인 전해투 회원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노총 사업장 해고자들은 민주노조 건설 과정에서 자본과 어용노조의 합작에 의해 해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해투에 가입하여 민주노조 건설과 복직투쟁을 전개해 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규약 적용상의 모순은 단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철도노조가 한국노총 산하 어용노조였을 때 민주파 활동가들의 조직이 공공연맹에 가입해 활동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순된 현실을 반영하는 규약상의 모순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전해투 내부의 한국노총 사업장 해고자들을 제명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역사성과 특수성을 무시한다면 결국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전해투가 통일, 여성위원회와 다른 규약 적용을 받는 것은 규약 위반이 아니라 특수한 현실에 따른 규약의 특수한 적용인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전해투의 독자적 구조로 인해 해고자 문제에 대한 집행력이 담보되지 않고 “민주노총이 해고자 복직투쟁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인식,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함”이라고 합니다. 또한 조직실 산하로 편제될 때 가맹 연맹과 산하 조직 해고자들과 유기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조직구조가 아니라 민주노총 지도부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민주노총 대정부 주요 요구안에 해고자 복직 문제가 주변화 돼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노조에서 생계비를 지원 받지 못하는 해고자를 위한 특별기금 조성, 단사 임·단투에서 해고자 문제의 최우선적 해결, 생계비 미지급 단사 노조에서의 해고자 생계비 지원 권고 등의 문제를 공론화 하여 지지 엄호할 수도 있었습니다. 연맹과의 관계도 민주노총 지도부와 전해투가 협의하여 조정될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중집회의 참여가 그 협의 창구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대공장이나 연맹 소속 해고자와 전해투의 관계는 긴밀하지 못합니다. 이들 해고자들은 주로 단사 임·단협에서 복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직실 산하로 편제된다고 해서 현재보다 긴밀한 관계가 형성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현재 전해투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해고자들은 택시, 버스 등 어용 사업장의 해고자들, 비정규, 중소 사업장의 해고자들, 삼성생명 같은 미조직 장기투쟁 사업장 해고자들입니다. 민주노총은 조직 구조를 탓할 게 아니라 전해투의 투쟁을 제대로 지지, 엄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먼저 책임을 저야 합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러한 책임을 외면하고 조직 형식상의 문제를 들어 조직을 와해하려 들다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은 전해투 “초기투쟁은 민주노총의 주요 사업과 투쟁으로 활동함으로써 다수의 해고자를 복직시키는 등의 성과를 내오기도 함”이라면서 현재의 가시적 성과 없는 상태와 은근히 대비하여 조직 무용론의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참고로 당시에도 전해투 사업은 독자적 조직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현재의 성과 없음으로 말하면 이는 전해투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정규직, 장투, 미조직, 어용 사업장 해고자복직 투쟁의 지난한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초기 복직 투쟁의 경우에도 상당수는 단사의 힘으로 복직됐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얼마 전 현대자동차 해고자 전원 복직도 전해투의 성과라고 할 수도 있겠죠. 초기 전해투와 현재의 사업 성과를 수치상으로 비교하는 것은 성과주의적, 실용주의적 발상입니다. 이는 조합주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현재 민주노조운동 내에는 조합원들의 단결력과 계급의식을 얼마나 높였는가가 아닌 임금, 성과급 몇% 인상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조합주의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전해투는 최근 몇년동안 인수위 앞에서의 집단농성과 대거 연행, 현중 해고자 정리 사태에 대한 조직적 대응, 택시, 버스사업장 해고자 지원 투쟁, 삼성생명 해복투 집단 단식 투쟁 등에 결합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위원장을 비롯한 세 명의 간부가 구속되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구속된 간부의 옥중 단식 투쟁에 집단적으로 결합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노총의 성과주의적 발상으로는 전해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죠. 전해투는 노개투 당시 총파업 투쟁을 정리하려고 하는 민주노총 권영길 집행부에 대한 항의 성명서 발표, 98년 2월 노사정위에서 정리해고, 근로자 파견제를 직권 조인한 지도부에 항의하는 민주노총 사무실 점거 농성과 2·8 대의원대회에서의 항의 투쟁 전개, 노동자대회 전야제에서의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와의 공동집회 개최 등의 자주적 활동을 했습니다. 또한 4월 2일 총파업 철회에 대한 민주노총 관료주의 비판 등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 투쟁해 왔습니다. 전해투가 민주노총 산하기구이면서도 조직 내에서 스스로 위원장을 선출하는 자주적인 조직운영을 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투쟁들이 가능했습니다. 민주노총 관료들은 조직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조직에 대한 비판을 참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들의 관료주의와 개량주의를 유지, 강화하는데 최대의 걸림돌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투쟁의 본질은 전해투의 자주성과 원칙을 강화하고, 관료주의·개량주의에 맞서는 것입니다.
전해투 동지들!
우경화된 독재적 관료들의 조직 말살 책동과 관료주의·개량주의를 분쇄하는 길 앞에서는 일체의 머뭇거림을 버려야 합니다.
민주노총 사무실 점거와 봉쇄를 포함하여 단호하고 또 단호한 행동을 신속하게 조직합시다. 투쟁!
영등포구치소 3487 백철현
(5월 25일자 소인이 찍힌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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