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학연대 실천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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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바다
제목 : 21세기 미국판 파업전야, [빵과 장미] - 아쉬움과 희망
21세기 미국판 파업전야, [빵과 장미] - 아쉬움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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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의 [빵과 장미]는 남미계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통해 다양한 군상들을 그려내고 있다.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팔고 또 먹기 싫은 것을 먹어야 했던 그래서 동료들을 배신해서라도 자신의 빵을 지켜야만 하는 여성(여주인공의 언니), 법공부를 하기 위해서(실은 미국사회에서의 시민권의 획득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근근히 노동을 하여 모은 돈으로 대학문을 들어갈려는 찰나 '정의 캠페인'에 연루되어 주저앉고 마는 청년(결국은 여주인공의 도움으로 입학하게 된다),
해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동료들과 함께 투쟁에 동참하지 못하고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배신자로 오해받기도 하는 한 여성, 반장(?)을 시켜주고 수당을 올려주고 휴가를 주는 댓가로 투쟁의 주모자를 불라는 관리자에 회유에 끝까지 소신을 지키는 어느 여성,
그리고
어렵사리 불법이주를 하여 언니의 도움으로 용역노동을 하게 되지만 한 백인 노조활동가를 만나 권리의식을 깨닫고 (빵을 상징하는) 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투쟁에 나서는 주인공 여성.
백인 노조활동가의 아디디어로 이들은 자신들이 청소용역을 하는 건물의 주주들이 벌이는 파티장을 급습하여 '청소 시위'(정의 캠페인)를 함으로써 마침내 요구를 쟁취한다. 그러나 투쟁의 구심이었던 여주인공은 절도(동료의 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죄로 고국으로 출국조치 당하는 것으로 영화는 종결된다.
트로츠키주의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진 켄 로치의 [빵과 장미]는 파업투쟁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군상들 그리고 노동자의 의식의 변화와 성장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21세기 미국판 [파업전야]라 할 만하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이 영화는 새로운 고민꺼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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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화의 끝부분이 남기는 아쉬움(여운)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이것은 사실상 (감독에게 있어) 준비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영화 말미에서 켄 로치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주노동자들이 이국 땅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도 힘들지만, 그들은 결국엔 출국 당해야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에(즉 불법이주 노동자이기 때문에) 더욱 더 어려운 투쟁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영화는 - 아래 김명준 씨가 말하듯 - 백인 남성활동가와 이주 여성노동자와의 러브스토리를 그리고 있어, 자칫 영화 결말 부분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어, 그러면 둘의 사랑은 어떻게 되는거야?"라는 아쉬움으로 읽혀지는 것 같다. 즉 이주노동자의 삶과 투쟁이라는 중심 화두에 백인남성과 이주여성의 사랑이 끼워짐으로써 아쉬움과 여백으로 남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이어지는 스토리가 - 이주노동자들의 이민법 반대투쟁이나 시민권 쟁취투쟁이 아닌 -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로 연상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위와 연동되는 것으로 근데 왜 하필 '백인' '남성' 활동가인가를 또 생각해보자. 물론 영화에서는 그 백인 남성 활동가와 같이 행동하는 흑인(?) 여성 활동가가 등장하긴 하지만 보조적 역할 이상 아니며 전체 투쟁을 기획하고 지도하는 것은 '그'이다. 그리고 그와 이주 여성노동자(여주인공)의 사랑이 투쟁 속에서 꽃을 피운다.
만약 이주노동자의 관점과 위치에서 영화를 찍었다면 - 아래 김명준 씨는 상업성을 이유로 들었다 - 부각되어야 할 인물은 백인 남성 활동가가 아니라 흑인 여성 활동가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사랑 이야기보다는 이주노동자들의 의식 변화와 성장에 대해 보다 섬세하게 다루었어야 했다.
얼마 전(인가...?) 이주지부 선거에서 이주노동자를 지부장으로 하여(사무장후보는 한국인여성활동가) 선거에 출마한 선본이 낙선되었다고 하더라. 듣자하니 (투표한)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가 지부장이 되기를 꺼린다고 하더군. 이유인즉슨, 이주노동자는 언제든지 출국조치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전엔 한국인 활동가 이윤주 씨가 지부장이었지, 아마....
근데 왜 이주노동자는 이주지부장이 될 수 없었을까? 아니, 왜 이주노동자들은 자신과 같은 이주노동자를 지부장으로 선출하지 않는/못하는 걸까?? 우리는 영화가 주는 여운 그리고 오늘 한국 땅 이주노동자의 삶과 의식을 통해 이러한 고민을 가지게 된다. <이주노동자의 투쟁방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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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이 영화가 주는 새로움 그리고 매력은 무엇보다 (빵과 대조되는) '장미'의 중의적 상징성이다.(*중의: 하나의 말을 가지고서 두가지 이상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 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삶의 필요이다. 장미란 무엇인가? 그것은 삶의 충분이다. 우리는 빵만으로 살 순 없다. 우리는 또한 식탁 위에 장미를 원한다. 한마디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욕구이다. 이 욕구는 필요충분해야 한다. [빵과 장미]는 인간이 빵(의식주, 요새말로 복지)만으로 살 수 없고 장미(인간의 존엄성과 평등한 권리)를 저버리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그 제목에서부터 강렬하게 발산한다.(이 점이 [파업전야]에 비해 [빵과 장미]가 주는 독특함과 매력일 것이다)
그런데 '장미'는 쟁취해야할 요구이기도 하지만 또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들어가야 할 규범(단결과 연대정신)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것을 [빵과 장미] 그리고 [파업전야] 모두에서 발견할 수 있다.(사실 파업전야는 기억이 흐릿흐릿하지만 그래했던 것이 분명하다)
반장(?)을 시켜주고 수당을 올려주고 휴가를 주는 댓가로 투쟁의 주모자를 불라는 관리자에 회유에 끝까지 소신을 지키는 어느 청소부 아줌마 그리고 어렵사리 불법이주를 하여 언니의 도움으로 용역노동을 하게 되지만 한 백인 노조활동가를 만나 권리의식을 깨닫고 언니의 처절한 고백과 만류에도 불구하고(언니의 절규 씬에선 정말이지 빵도 없는 식탁에 장미는 무슨 장미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_-) 투쟁에 나서는 주인공 여성은 바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체현하는 인물들이다.
그녀들은 자신의 빵(실리)을 위해서 장미(동료에 대한 신의와 대의)를 짓밟지 않는다. 그녀들은 빵조각을 조금 잃는 한이 있더라도 장미를 움켜쥔 주먹을 내리지 않는다. 눈 앞의 빵을 쥐기 위해서 그녀들의 팔뚝질이 멈출 수는 없다. <빵과 장미>는 그래서 우리에게 - 그리고 영화 속 남미계 이주노동자들에게 - 희망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지난 한통계약직 투쟁에서 소위 실리/명분 논쟁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계약직 노동자들 중 일부는 정규직화는 명분에 불과하다며 당장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슬그머니 팔뚝을 내리고 정규직화 쟁취라는 꼬리구호를 따라 외치지 않았다. 그 때 연대하던 학생들은 - 일부는 그렇지 않았지만 - <실리는 명분을 쟁취할 때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기회주의자들은 퇴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논리로 투쟁을 호소하던 학생들을 철 모르는 투쟁만능주의자로 몰아갔다. 계약직 노동자들은 분열되었으며 유일하게 계약직노조를 강고하게 묶어주던 힘의 원천이었던 단결과 연대정신은 차츰 허물어갔다. 그리고 그 투쟁은 패배로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한통계약직 투쟁을 기억해야 한다. 실리가 명분을 이기는 것이 현실이었다는 것으로가 아니라 <노동자 단결과 연대정신 그리고 권리(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의 대의명분>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 우리는 빵 뿐만이 아니라 장미를 원하며 또한 장미 없는 빵은 아주 눅눅할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래는 <빵과 장미> 관련 두 편의 글이다. lcnet 문화뉴스(우물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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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빵과 장미>
간만에 걸린 '노동자영화' 놓치지 말길
투쟁하는 노동자라면, 현실이 어떤 드라마보다 감동적임을 잘 안다. 그러하기에 당대의 삶과 투쟁을 오롯이 담아낸 파업전야는 그 낡은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슴을 울려오는 것이다. 노동자의 삶과 투쟁이 스크린에 투사되고, 그럼으로써 다시 우리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믿음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영화, 그런 영화에 대한 목마름은 이 끔찍한 신자유주의시대에 그래서 더더욱 크기만 하다.
켄 로치의 빵과 장미는 그런 갈증을 확실하게 풀어준다. 랜드 앤 프리덤, 칼라 송, 내 이름은 조 등의 작품을 통해 과거와 제3세계와 노동자의 일상을 탐구하던 이 사회주의자 감독은 이제 세계화시대 노동자투쟁의 화두 중 하나인 이주노동자의 투쟁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멕시코 출신 불법 이주노동자 로자는 LA에 있는 언니의 도움으로 건물 청소부로 취직한다. 관리자의 착취에 분노하고 엄청난 빈부격차에 절망하던 로자는 서서히 노조결성 투쟁에 동참하고 노동자로 단련돼가지만, LA를 뒤흔든 해고철회 시위가 승리로 맺어질 즈음에 멕시코로 추방된다.
진부하다고? 노동자는 투쟁을 통해 각성하고 승리와 패배의 역정을 지나며 단련되게 마련이니, 이는 진부함이 아니라 보편적인 것이다. 정작 빵과 장미의 아쉬움은 다른 데 있다. 왜 하필 상대적으로 힘있는 백인 남성활동가와, 멕시코 여성 로자의 사랑얘기를 중심에 놓았는가 말이다. 영화에도 나오는 '건물관리 노동자를 위한 정의 캠페인'의 멕시코 출신 한 여성활동가의 의견도 그렇다. 이 작품이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강력한 무기이고, 진보적 백인활동가들이 분명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음은 인정하지만, 굳이 백인활동가를 중심에 놓은 것은 아쉽다는 것.
극장에 걸어야 먹고사는 상업영화의 구조적 한계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일까, 아니면 백인 중심의 서구관객을 고려한 것일까? 이 안타까움은 어쩌면 훨씬 더 전투적이고 훨씬 감동적인 얘기를 날마다 만날 수 있는 한국 영화감독들이 풀어야 할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 싹수는 잘 안보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영화는 깔끔하면서도 경쾌하게 노동자의 희망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러니 빵과 장미를 '21세기 미국판 파업전야' 쯤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헐리웃 블록버스터와 조폭시리즈가 판치는 극장가에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노동자계급의 영화를 부디 놓치지 말기를.
한편 켄 로치는 빵과 장미에 이어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대처리즘이 저지른 끔직한 민영화 이후 철도노동자의 삶을 조망한다. 또한 취화선이 포함된 올해 깐느영화제의 경쟁작부문에 감옥간 어머니를 둔 가난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달콤한 16세를 올려놨다.
김명준 (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빵과 장미 - 홍세화
(출처 : 한겨레 신문 '빨간 신호등')
갑자기 주위에 아무도 없는 이주노동자의 처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처지에 변화가 오리란 전망이 보이지 않았던 때, ‘빵(생존)’에 대한 불안감은 ‘장미(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할 겨를조차 주지 않았다. 실상, 이 세상 사람 그 누구도 빵 없이는 자아실현은커녕 그 어떤 장미도 가꿀 수 없다.
수많은 사회구성원들이 빵 걱정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회에서 자본주의는 “소비는 미덕”이라고 끊임없이 주장한다. 그러나 빵(생존) 경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도 우리가 항상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까닭은, 빵이 장미의 조건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빵에 너무 집착할 때 장미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을 놓쳐선 안되기 때문이다.
물신이 하늘을 찌르는 천박한 사회에서 작은 빵으로 만족하면서 장미를 가꾸고자하는 사람들은 그 작은 빵조차 얻기 어려울만큼 소외노동을 강요 당하고 있는 한편으로 이미 거대한 빵을 소유한 사람들은 더욱 거대한 빵에 집착하여 장미 가꾸기와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공고히 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 세상은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만, 단 한 사람의 탐욕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했는데, 신자유주의는 그러한 ‘탐욕’까지 ‘미덕’으로 칭송한다. 효율과 경쟁의 이름으로 사회구성원들에게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각축장에서 승리하여 배부른 동물이 되라고 부추겨 인간의 존엄성이나 연대 의식은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국가 부문의 축소를 강력히 주장한다. 사회보장 부문에도 자본 침투를 관철시키고 공기업의 사유화 등으로 공공 부문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든다. 사회구성원들은 더욱 장래에 대한 불안에 떨게 되고 그 불안과 두려움은 다시금 ‘홀로서기’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요구에 스스로 귀화하게 하는 효과를 거둔다. 그리하여, 우리가 확인할 수 있듯이 사회구성원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부문은 보험, 의료 부문 등에 머물지 않고 더불어 사는 인성 교육에 힘써야할 교육 부문에까지 미치고 있다.
노동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 부문에서도 장미 가꾸기는 실종되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큰 획을 차지했던 어느 대기업 노조의 위원장 선거에서 후보들은 서로 “내가 위원장이 되어야 더 많은 성과급을 회사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아이엠에프 이래 구조조정의 칼날은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공고히 하는 대신에 그것을 근저에서부터 허물어 빵 확보를 위한 개인 이기주의를 집단 속에 용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위에 자본의 전통적인 노동 분열 구조인 남성/여성,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내국인/이주노동자의 구분과 차별은 더욱 관철되고 있다. 그와같은 차별과 불평등에 연대 의식과 인간의 존엄성의 이름으로 맞서 싸워 마땅한 대부분의 남성, 대기업, 정규직, 내국인 노동자들이 눈을 감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하지만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그람시의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
남미 출신인 미국 대도시 미화원들의 투쟁을 그린 켄 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와 현대자동차의 밥짓는 아주머니들의 투쟁을 그린 “밥.꽃.양”은 ‘가난한 빵’만이 아름다운 장미를 가꿀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Posted at 2003-07-20 Sun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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