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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이주지부
Subject   (오마이뉴스기사-이주지부인터뷰)한가위 둥근달도 달갑지 않은 이주노동자들

한가위 둥근달도 달갑지 않은 이주노동자들


[속보, 사회] 2003년 09월 10일 (수) 13:12


▲ 고용허가제 관련 서류를 들고 있는 이주노동자

ⓒ2003 평등노조이주지부


한가위 둥근달도 달갑지 않은 이주노동자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모두들 고향갈 길에 바쁘지만, 이주노동자 나딤(32)씨는 마음이 무겁다. 고국인 방글라데시가 그리워지는 향수병은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올해 추석은 더욱 막막하다. 이번 달을 끝으로 공장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나딤씨는 올해로 5년째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애초부터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한국에 왔으니 4년 넘게 불법체류자 생활을 해온 셈이다. 얼마전 고용허가제가 통과되면서 단속을 두려워한 사장은 "더 이상 불법체류자를 쓰지 않겠다"며 해고를 통지해왔다.


나딤씨만큼 당장 쫓겨나갈 상황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지 한숨이 나오는 것은 역시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 하십(27)씨도 마찬가지. 그는 3년3개월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왔으며, 현재 악세사리나 벨트 버클 등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3년 정도 더 일해서 1000만원만 모으면 고향에서 가게를 낼 수 있다"고 말하는 하십씨는 아직 취업확인서를 받지 않았다. 확인서만 받으면 출국 후 재입국해 1년9개월 동안 합법적인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원하는 돈을 모을 수 없는데다, 오가는 비용도 부담이다.


'연수생'에서 '노동자'로 신분보장한 고용허가제



지난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신분을 노동자로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전국 각 고용안정센터에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취업확인서 발급업무를 시작했다.


이번에 개정된 고용허가제는 불법체류 기간 3년 미만 이주노동자가 자진신고할 경우 즉시 취업비자를 발급해 2년 간 고용을 허가하고 있다. 3년 이상 4년 미만일 때는 고용주 취업확인서가 있으면 출국한 뒤 재입국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이 경우 애초 한국에서 일한 기간과 재입국해서 일하는 기간은 5년을 넘을 수 없다.


일단 노동자로 등록되면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4대 보험도 적용받는다. 사업장이 이를 침해했을 경우 노동부에 신고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이주노동자 인권향상을 이유로 고용허가제를 반겨왔다. 반대로 중소기업들은 이주노동자 고용비용 증가, 파업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내국인 취업기회 감소 등의 이유를 들어 고용허가제를 반대해왔다.


'1년마다 계약맺는 비정규직... 노동3권 행사 가능할까?



  
▲ 지난해 7월 24일 세종로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정작 이주노동자들은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이다. 고용허가제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1년마다 고용주로부터 재계약을 맺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고용'을 허가한 것이다. '노동자의 노동'을 허가한 유럽과 달리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 정부는 고용주가 원하는 조건에 따라 이주노동자를 고용시키며, 이주노동자들은 1년마다 한번씩 사장과 고용계약을 맺어야 한다. 괜히 밉보였다가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거나 해고당할 경우 14일 내에 출국해야 한다.


노동부는 근로계약 위반·임금체불 등의 경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허가한다는 방침이지만, 신분이 불안정한 이주노동자들이 이러한 제도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고용허가제에 규정한 대로 3년 미만의 노동자라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제도 활용이 더욱 어렵다.


사말 민주노총 평등지부 대책위원장(네팔)은 "이주노동자는 노동부 신고 등을 통해 직장을 옮기는 것보다는 사업장을 이탈해 마음에 드는 직장을 구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월이면 휘몰아칠 '단속추방'... 갈 곳 없는 4년 이상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4년 이상 한국에서 일해온 이주노동자들을 강제출국시킨다는 것. 이미 8월 31일자로 자진출국기간이 종료됐고, 오는 11월이면 단속추방이 본격화된다. 해마다 하는 단속이지만, 이번에는 불법체류자를 청산하기 위해 더욱 강경한 단속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나딤씨는 "이주노동자들이 어디 사는지 경찰들이 다 알고 있다"며 "더 갈 데도 없다, 도망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단속기간동안 방 한 칸에 5∼6명이 모여살면서 밤에만 나가서 공장일을 할 뿐 외출을 극도로 삼간다. 언제 단속될지 모르는 상황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 역시 애초 한국에 올 때는 3∼4년 일하고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5년 동안 원하는 돈을 모으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주노동자들이 계획과 달리 돈을 모으지 못하는 것은 입국시 브로커에게 800∼900만원 상당의 송출비를 주기 때문이다. 기술이 없고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받는 초봉은 50∼60만원. 1∼2년 동안은 빚갚기에도 빠듯하다.


사말 위원장은 "오랜 기간 한국에 머문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을 잘 알고 기술도 익혔다, 사장도 우리를 믿고 일을 맡긴다"며 "누구를 위해서 4년 이상 노동자들을 내쫓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국인 취업보호·외국인 정주화 방지 위한 선택... 노동부도 허점 인정

  
  
▲ 지난해 7월 24일 세종로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동부 고용정책과 관계자는 "이주노동자들이 그런 염려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용허가제의 한계를 일정 정도 시인하고 "법안을 만들 때 고용허가제로 할지 노동허가제로 할지, 허가기간은 얼마나 해야할지 논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논의 끝에 지금과 같은 고용허가제를 선택한 것은 내국인 근로자의 취업기회를 보호하고 외국인의 정주화 현상을 막자는 주장 때문이었다. 5년이 넘은 외국인 입국자에 대해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국제법 규정을 감안해 체류기간을 4년으로 잡았다.


이 관계자는 "한동안 노동허가제를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에게 제한 없이 이민권을 주면 내국인의 취업자리를 빼앗기고 이주노동자가 늘어난다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불법체류자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업장 수요만큼 노동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불법체류를 한다고 해도 채용 기회가 없다"는 설명이다. 4년 이상 이주노동자가 자진출국할 경우 이후 재입국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강제출국당할 경우 이조차 박탈된다.


노동부 측은 "고용허가제가 산업연수생제보다 진일보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법의 취지를 살리는 제도 집행을 위해 올해까지 근로계약 위반시 사업장 이동을 허가하는 내용의 시행규칙을 만들면서 관련 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박효원 기자 (10zzun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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