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추방 부르는 고용허가제,현실과 괴리 너무 커 2003년 이후, 단속추방으로 이주노동자의 삶은 바닥 쳐

윤보중 기자  

    
  

연말 연시 한국의 풍경은 늘 망년회니 송년회니 하는 것으로 흥청망청 하는 분위기다. 빈부 격차가 점점 더 심화된다고 해도, 잃은 사람이 있으면 버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이 휘황찬란한 네온 불빛 아래 뿌려대는 화폐들의 축제는 축제대로, 서민들이 달빛 아래 주고 받는 소주 몇 잔으로 쏟아붓는 넋두리는 넋두리대로 새해에는 누구나 희망을 이야기 한다.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12월 18일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전후하여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이 전국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대부분 이주노동자 센터의 연말행사이거나 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은 기념행사 였다. 외국인 선교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종교행사들도 눈에 띄었다.
  
  이주노동자들을 통해 만나는 아사이의 문화. 그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전통 문화 혹은 그들 민족의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그러나, 희망은 여기까지이다.
  
  2003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이래, 한층 강화된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으로 인해 이주노동자의 연말연시는 말 그대로 집중단속을 피하기 위한 삶의 몸부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확보를 위해 활동중인 박희은씨는 "한 공익근무 요원이 자기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중국인 노동자를 멱살을 잡고 땅바닥에 내동챙이 치더니 급기야는 웃통을 벗기고 뒤로 수갑을 채운 채 끌고가더라"며 이주노동자의 단속 풍경을 짤막하게묘사해 주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이것을 "인간사냥"이라고 부른다.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둔 2003년부터 단속 풍경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단속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보통 이주노동자들이 체감으로 느끼기에 1년에 두 세건 정도 였으며 그것도 공장 지대 위주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 단속반원이 버스를 타고 퇴근하려다가 버스안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보았다. 그는 그 곳에서 그들을 끌어내려 출입국 관리소에 넘겨버렸다.
  
  포천에 있는 송우리 시장에서는 택시 운전사들이 이주노동자 단속으로 인해 택시 이용객이 줄자, "우리들끼리라도 막아보자"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 이 웃지못할 희극의 전말은 단속반원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면서 시작됐다.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의 영역이 일상공간으로 확대되면서 종종 시민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들은 "인간을 막 대하는" 단속반원들의 행동에 경악한다.
  
  단속은 강도만 세진 것이 아니라 횟수도 늘어났다. 일주일에 한 두번은 기본이다. 이주노조의 모 관계자는 "어떤 사업장에서는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하루동안 두 차례나 단속반원이 현장을 덮쳤다"면서 "이주노동자들은 거의 매일, 단속의 위협을 느낀다"고 전했다.
  
  2006년 누르푸아드라는 한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이같은 막무가내식 단속에 대한 문제점을 환기시켰다. 그는 단속반원을 피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단속반원들은 건물주의 동의도 없이 무작정 뛰어들었으며, 누르푸아드씨는 1.5M가량의 간격을 두고 있는 옆건물로 뛰어들다가 그만 추락해 장파열 등으로 출혈이 너무 심해 병원에 실려간지 하루만에 사망했다.
  
  그의 시신은 병원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본국으로 돌아가는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당시에 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관계자는 "누르푸아드씨의 형제가 본국에서 직접 왔는데, 언론이 동행취재를 원하자 '한국이 싫다. 빨리 떠나고 싶다'는 말을 남기며 누르푸아드의 시신을 송환해 갔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고용허가제가 단속 심화를 불러왔다
  
  고용허가제 도입을 위해 불법체류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해 강제추방하기 시작한 2003년, 한국사회의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살거나 일하는 곳은 계엄을 방불케하는 광경들이 펼쳐졌다. 단속반이 들이닥치면 도망치느라 여념없는 이주노동자들과 이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단속반원들 사이에서 심심찮은 폭력행위가 발생했고, 이같은 단속 풍경은 '인간사냥'으로 이미지를 굳혀갔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등록이주노동자들을 미등록이주노동자로 전락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고용허가제가 실패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사업장내에서 과다한 노동강도와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이 법적, 제도적 미비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사후 관리는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법 체류자들의 단속만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주노조 관계자들은 이같은 고용허가제의 실패로 올해에는 전체 이주노동자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의 비율이 70%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현상이 현실로 닥쳐올 경우 고용허가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인권단체들은 대체로 "사업장이동을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지 않는 이상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할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고용허가제 이후 단속을 강화한 배경에 대해서 이주노조 관계자들은 "고용허가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증가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외과수술적 조치", 즉 강제추방 정책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규모를 줄이고 불법적인 사업장 이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악화되고 있는 한국의 노동 현실과 저임금 노동을 유인하는 정책으로서 이주노동자 유입 정책만으로는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자에게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없다. 더욱이 단속만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고집하는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만 악화될 뿐이며, 이를 기반으로 사업장내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폭거만 더욱 기세등등해질 뿐이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 "근본 해결책은 이주노동자가 아닌 인간으로" 삶의 조건 충족하는 외국인력정책이 시급
  
  2006년에 제시한 이주노동자인권연대의 '고용허가제 실태조사 보고서'는 사뭇 의미심장하다. 이들은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꾸준한 실태조사를 통해 두 해에 걸쳐 외국인력정책의 개선방향을 제시해왔다.
  
  이들이 제시한 방안을 살펴보면 "무분별한 과잉단속은 단속대상이 된 이주노동자들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심한 경우 목숨까지도앗아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강제추방 정책의 중단과 더불어 한국에 체류중인 이주노동자의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2007년 미국의 민주당도 이와 비슷한 방안으로 수백만명의 이주노동자들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준비중인데, 이는 한국의 실정에 비추어보면 전향적인 조치이기는 하나 이미 전 세계적으로는 일반화되어 있는 구제방안으로 새로울 것이 없는 당연한 정책이기도 하다.
  
  이들은 또한 "단기로테이션 정책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업주에게 숙련된 인력을 장기적으로 고용할 수 없게 만들고 이주노동자의 재입국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순적인 정책이다. 한국정부가 '항시적인 외국인력을 필요로 하는 국내의 현실"을 인정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다면 이는 이주노동자에게 정착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이같은 제안은 "관리와 통제"에만 정책적 에너지를 쏟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 "이주노동자의 통합"을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주노동자, 기업, 한국사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점이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넘어 인간으로서 관점"이 확고하게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노동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의료, 교육, 문화, 생활 등의 영역에서 심각한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인식의 전환은 한국과 외국인력 송출국과의 관계 또한 개선하고 재외동포, 아시아 지역 유학생 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2007년01월03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