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선언문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노동자의 노동조합 결성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다!

 

1. 우리는 한국에서 피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다. 얼굴색이 다르고 언어와 종교가 다를지라도 우리는 한국노동자들과 똑같이 몸뚱이를 팔아 공장에서 사장에게 고용되어, 세상의 모든 풍요를 만들어내는 노동자이다. 이 땅의 먹을 것이며 음식이며 가구며, 자동차와 가전제품, 집과 도로들이 한국노동자들의 손으로 만들어지듯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모든 상품들에는 똑같이 우리 이주노동자들의 피땀이 스며들어 있다.

2.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OECD국가 중 최장의 노동시간으로 고통 받는 한국노동자들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길게는 월 40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노동에 최저임금도 보장되지 않는 저임금의 조건에서 노동하고 있다. 한국노동자들이 기피하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터에서 일을 해오고 있다.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오랜 투쟁을 통해서 그나마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지켜져야 할 노동법이 무시되는 사각지대에서 뿌리깊은 인권유린, 고질적인 임금체불, 산재은폐와 미보상의 고통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3. 극도의 저임금 노동력을 노린 자본과 정부는 우리들을 합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산업연수제도를 도입하였고, 3~40만원의 겨우 생활비 충당정도의 임금으로 극심한 착취를 하였다. 극도의 저임금, 장시간노동, 심지어는 감금노동은 필연적으로 연수생들을 공장에서 이탈하게 하였고, 불법체류자 신세로 내몰았다.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비록 불법체류 신세이기는 했지만, 힘들어도 꾹 참으며 묵묵히 일하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공장을 찾아서 약간은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었고, 정부는 이 상태를 암묵적으로 용인하였다.

4. 하지만, 2003년 정부는 이주노동자 인권보호라는 미명아래 고용허가제를 통과시켜, 우리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예전의 극악한 노예상태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악법인 사업장이동 제한을 계속 유지시켜 봉건적 감금노동과 다름없는 상태로, 우리 이주노동자들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한편, 그동안 암묵적으로 용인되어오던 미등록노동자들을 모두 쫓아낸 후, 한국어도 모르고, 노동권을 모르며, 어떻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새로운 이주노동자로 교체해서 극도의 착취상태에서도 고분고분 일할 수밖에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5. 이러한 심각한 노동조건의 악화와 강제추방의 위협으로 인해, 2003년 겨울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팔 것이 몸뚱이뿐인 이주노동자가 타향에서 그 몸뚱이마저도 버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열악한 조건에서 피땀 흘려 일한 죄밖에 없는 우리들을 언제 일하는 공장으로, 잠자고 있는 방으로 갑자기 쳐들어와 위협하고 강제추방할 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이다. 전기충격봉, 가스총, 고무총등 흉악한 범죄자에게 사용되는 무기가 사용되는 야만적 인간사냥앞에서 우리는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다리와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의 인권유린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간 법원에서 수갑이 채워져 강제추방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처럼 노동부를 통한 진정이 곧바로 추방의 위협으로 이어지면서 사장들은 이것을 임금체불과 산재은폐의 기회로 악용하고 있으며,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임금체불과 산재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었다.

6.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해 380일간의 농성투쟁을 벌였던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40만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정신을 계승하고,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서울경인 이주노동조합(MTU-Migrant Trade Union)을 결성하였다. 인종과 언어 종교가 다르더라도 우리는 한국땅에서 노동하고 있는 똑같은 노동자이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로서 노동권 보장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미등록이라는 것은 출입국법상의 문제일 뿐이며, 이주노동자가 노동자라는 것은 삼척동자에게도 분명한 것이다. 우리는 몸뚱이를 팔아서 사장과 계약을 맺고 있는 임금노동자이며, 공장에서의 육체노동으로 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의 어떤 노동자들보다도 더욱 분명한 노동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노동권으로서 노동조합결성은 너무도 정당한 것이다.

7.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노동부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망발을 하였다. 이것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노동자로서 인정할 수 없으며, 악법을 통해서 노동조합활동을 원천적으로 제약하겠다는 악랄한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심지어는 헌법에 명시된 인종, 종교상의 문제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자신들의 법조항 조차도 위배하는 우스꽝스런 발언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또다시 세상 앞에 이주노동자 차별국가, 반 인권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너무도 정당한 이주노동조합을 인정해야만 한다.

8. 자본과 정부는 그동안 우리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억압하고 탄압해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우리의 노동조합을 탄압할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로서의 당당한 권리를 선언한 우리들은 계속해서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한국노동자들과 어깨걸고 투쟁할 것이다. 마침내, 우리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고, 더 나아가 차별과 억압, 착취가 없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진군, 또 진군할 것이다.

9. 우리는 다음과 같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사업장이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전면 합법화되는 노동허가제 쟁취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 근로기준법조차 사문화되어 있는 현장에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 법에서조차 인정하고 있는 노동3권을 쟁취하여 인간답게 살기 위한 노동자들의 조직, 노동조합을 사수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 전국의 40만 이주노동자들을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고, 한국 노동자들과 하나되어 어깨 걸고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05년 5월 3일

서울경인 이주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