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빛깔 동화 속 요지경 세상
동화집 <빨주노초파남보똥> 펴낸 신예작가 8명


  김일주 기자  

  

» 최나미, 이현, 박효미, 김기정, 이용포, 김양미, 최진영, 김남중(왼쪽부터)

  

친목위해 뭉쳐 1년 산고 끝 결실
조손가정-외국인 노동자 등 담아

동화작가 여덟 명이 지난달 31일 한 자리에 모였다. 함께 기획하고 펴낸 동화집 <빨주노초파남보똥>(사계절)이 막 출간돼 선보인 자리였다.

따끈따끈한 책을 받아든 이들은 여덟 빛깔을 지닌 개성 있는 작가들 답게 왁자지껄 떠들썩했다. 최나미, 이현, 박효미, 김기정, 이용포, 김양미, 최진영, 김남중(왼쪽부터)씨. 2000년대 들어 활발히 작품을 발표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신예들이다.

지난해 초 ‘개념무상’이라는 모임을 결성한 이들은 서로 책이 나올 때마다 모여 주로 친목을 도모했으나, 그해 여름에 떠난 단합대회(엠티)에서 누군가 “작가는 말보다 글이어야 하니 책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뒤 동인지 성격의 동화집을 만드는 데 몰두해왔다. 이들은 “여덟 편의 동화가 따로 또같이 아름다울 수 있는” 너른 우산으로 여덟 빛깔 무지개를 떠올렸다. 마지막 빛깔인 ‘똥’은 “평소 똥을 사랑하고 관심을 가져온” 김기정 작가한테 배당됐다.

호기롭게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그해 겨울 인터넷 카페에 각자 초고를 올렸을 때는 시끌벅적하던 카페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처음으로 연 합평회 때 서로 무척 조심스러웠어요. 다른 작가 작품에 대해 얘기하다가 분위기가 냉랭해지기도 했고요.”(최나미) “놀이처럼 시작했는데 막상 하다보니 여덟 작가를 책 한 권에 묶어내는 게 참 힘든 일이었어요. 올림픽 단체전 나가는 느낌처럼 8분의 1 몫의 감동을 독자에게 줘야 한다는 부담도 느꼈습니다.”(김양미)

<빨주노초파남보똥>은 1년의 산고 끝에 출간됐다. 신진 동화작가들이 모여 작업한 만큼 책에는 2000년대 동화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변주가 들어 있다. 2045년 화성 이주계획을 세운 지구인들 앞에 나타난 빨간 먼지 ‘퐁’의 존재를 탐구하며 인간의 개발논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침입자>(이현)부터 집 나간 엄마, 알콜중독인 아빠 때문에 할머니와 함께 사는 남매 이야기를 담은 <거짓말쟁이>(김남중), 다문화 사회에서 여전히 차별받는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를 그린 <노란 잠수함>(이용포), 어느 날 돼지로 변신한 주인공이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돼지와 다를 바 없는 엄마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는 <어느 화요일>(박효미)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가 모였다. 그야말로 ‘8인8색’이다.

이들은 10%의 전체 인세 중에서 1%씩 나눠갖고, 남은 2%는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에 기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