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양산하는 고용허가제

“경기 안좋아 회사 문닫았는데…”

황해윤 nab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9-02-04 06:00:00
  

한 달 전 스리랑카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S(26) 씨. 일주일째 직장을 알아보고 있지만 매번 퇴짜를 맞고 있다. 경제 위기와 맞물려 이주 노동자들이 1순위로 해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취업을 하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 S 씨는 오는 21일까지 취업을 하지 못하면 미등록 이주 노동자 상태가 된다. ‘불법 체류’로 강제 출국된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다니던 업체가 어려워져 해고를 당한 베트남 노동자 H(27) 씨는 결국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미등록 상태라도 한국에 남아 있기로 선택했다. 가족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대로 한국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 위기로 구조조정 1순위가 된 이주 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로 인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거나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현행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다른 사업장으로 변경을 신청한 날로부터 2개월 이내 변경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출국하여야 한다’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개월 안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직장 변경 3회를 초과하면 불법 체류가 되는 것이다.

광주종합고용센터에 따르면 해고 등으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한 이주 노동자 수는 76건으로 전달 42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11~12월에 변경 신청을 했다면 1~2월까지 직장을 구해야만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숫자이기도 하다.

외국인노동자센터 조용석 사무국장은 “현재 해고된 뒤 직장을 찾지 못해 미등록 상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이주 노동자들과 이미 미등록 상태가 된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 제한 등 독소조항으로 오히려 불법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용주의 해고는 자유롭지만 이주노동자 스스로는 다른 업체로의 이전 및 변경이 거의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문제점이 경제 위기로 인한 이주 노동자들의 해고와 맞물리면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대거 양성하고 있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

인권단체들은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 때문에 이주노동자는 인권문제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해도 불법체류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참고 일하거나, 아니면 결국 불법체류자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한다.

평등과 연대를 위한 민중행동 공성식 씨는 “문제가 되는 사업장 이동 제한이나 구직 기간 제한 등 제도 자체를 손질해야 하고 당장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불법 전락을 막기 위해 구직기간을 늘리고 이주 노동자들이 해고 되지 않도록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