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월/뉴스]
정리: 한노보연 선전위원장 송 홍 석  / 2007년06월15일 16시11분

증권노동자, 고강도 노동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또다시 사망

금융지주에 의한 증권사의 구조조정이 수시로 일상적으로 진행된 2000년 이후 20여명의 증권노동자가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와 자살 등으로 죽어간 가운데 또 한명의 노동자가 고강도 노동과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4월 14일 대한투자증권 조합원인 故 이종건 과장(34)이 사내 체력단련실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채로 발견된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2000년 8월에 입사, 지방지점을 거쳐 2006년 4월 자산관리지원부에 배치되어 11시~12시 퇴근을 밥 먹듯하며 하루 평균 14시간 이상의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지난해말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1개월 요양 후 밀려있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복귀했고, 지난 3월부터는 홈페이지 개편 프로젝트팀에 파견돼 휴일·연장근무를 계속해왔으며, 지난 3월 말까지 모든 업무를 마감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 이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한다. 고인은 프로젝트팀에 파견된 후 “일이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노조에 의하면 하나지주회사로 편입된 후 수시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증권업무 외에 은행업무와 각종 캠페인까지 진행하는 등 이중 삼중으로 업무가 늘어났고 또 인원충원 없이 점포수가 40% 가까이 늘어 2-3배의 노동강도가 증가되어다고 한다. 올초 대의원대회에서 노동강도 강화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연장근무 중단과 건강권 쟁취를 2007년 핵심사업으로 결정했던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3만 증권노동자들의 건강권 쟁취를 위해 ▲실질근로시간 단축, ▲약정강요 및 각종 캠페인 근절, ▲적정인력 확보, ▲건강권 증진에 대한 산업별 협약 체결, ▲산재인정과 보상 범위 확대, ▲산안법 개정 등 조직의 총력을 모아 투쟁해나갈 것임을 밝혔다.故이종건 조합원과 살인적 노동강도와 업무스트레스로 유명을 달리했던 증권노동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주치의소견 무시한 공단의 강제치료종결로 또 한명의 산재환자 자살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치의의 요양연기 소견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의 폭력적인 강제치료종결로 또 한명의 산재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0년 5월 뇌출혈로 요양치료를 시작한 고 표만영 산재노동자는 이후 편마비 증상과 심한 통증 호소, 우울증 및 적응장애로 지난 2006년 9월까지 6년 넘게 치료를 했지만, 정서적으로 불안 상태가 여전하였다. 이에 계속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치의 소견하에 요양연기신청을 하였음에도 공단은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로 짧은 시간에 ‘증상고정’ 소견을 낸 폭력적인 자문의사협의회의 결정을 근거로 강제치료종결을 결정하였다. 이에 유족측과 인천지역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은 유족보상 청구 및 유족에게 공개사과, 강제치료종결 중단, 재발방지, 장기환자 정신감정 및 적절한 치료보장, 산재법 개악 중단, 공단 3대 개악지침 철회 등을 요구하며 근로복지공단 인천북부지사 앞에서 규탄 1인시위를 진행 중이다.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강제요양종결의 배경엔 초법적 내부지침인 요양업무처리규정과 폭력적이고 고압적인 자문의사협의회제도에 있다 할 것이다. 더군다나 노동부는 이를 법제도적으로 강화하고자 산재법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산재불승인과 강제요양종결로 노동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겨주는 공단의 3대독소규정과 자문의사협의회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대법원, 과로로 인한 바이러스 질환도 산재다
대법원이 과로로 인한 바이러스질환인 헤르페스질환도 산재로 인정했다. 전자부품 생산공장에서 일해온 조모 노동자는 지난 2003년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주야근무를 하였고, 파업으로 인한 생산량저하로 이를 만회하기 위한 강도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다 그해 10월 헤르페스바이러스에 의한 급성망막괴사증에 걸렸고 결국 한쪽 눈이 실명상태에까지 이르자 "극심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결핍된 상태에서 발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승인을 신청했다. 이를 공단이 거부하자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 씨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극도로 과로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면역기능 저하로 작용했을 것이고 이 때문에 몸 속에 잠복된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돼 질병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헤르페스질환은 과로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발병하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입술주위에 물집이 잡히거나, 피부에 물집과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노동의 유연화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과로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면역력저하로 유발되는 각종 바이러스질환 및 결핵 같은 감염성질환은 과로가 유발인자이므로 공단은 모두 산재로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공단,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직업훈련비용 거부해
1998년 척추를 다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요양을 인정받고, 치료 후에도 장애가 남아 8급 2호의 후유장애판정을 받은 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가 산재로 장애를 입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직업훈련비'를 공단이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거부하자, 이에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그는 지난해 6월 공단에 직업훈련비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공단은 “외국인은 체류자격의 합·불법 여부를 불문하고 직업훈련비용 지원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거부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서울행정법원은 공단의 부당한 처분을 지적하는 판결문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공단이 직업훈련사업으로서 사실상 유일하게 실시하고 있는 비용지원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볼 수는 없으며, 공단의 직업복귀 촉진 지원 규정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선발제외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관계 법령에서 산재 장애자에 외국인 근로자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단의 내부 지침에 '외국인 근로자는 비용지원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돼 있기는 하나 법령에 의해 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 공단의 규정과 이같은 내부 지침을 같게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를 바란다. 민중에 봉사해야 할 공무원들이 정작 아무런 근거도 없는 한낱 그들만의 내부지침에 의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쥐어흔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려서야 되겠나?
산별노조 행사 참여했다 다쳐도 산재
노조전임자가 산별노조 행사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01년 8월 운수노조 민주택시본부 충효택시분회 노조전임자가 산별노조 행사에 참여중 머리를 크게 다쳐 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했고, 공단이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대법원은 원고승소 판결문에서 “산별노조의 노동조합 업무를 사용자의 사업과 무관한 상부 또는 연합관계에 있는 노동단체와 관련된 활동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산별 노조의 분회 소속 노조전임자가 회사의 승낙 하에 그 전임기간을 이용하여 산업별 노조가 개최한 수련회에서 사고로 부상을 당한 경우라면, 이는 노동조합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라고 설명했다.
산재 요양치료과정에서 발생한 새로운 질병도 산재
산재로 치료받던 중 다른 질병을 얻어 숨진 경우 업무상 재해가 사망의 주된 원인이 아니더라도 유족이 유족급여 등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1996년 공사현장에서 추락사고를 당해 5년여의 입원치료와 2년여의 통원치료를 받던 중 2005년 기흉과 폐부종이 발병, 쐐기절제술  7 을 받았으나 성인호흡곤란증후군 및 폐렴으로 같은 해 2월 숨진 어느 한 건설노동자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대전고법은 원고 승소판결을 내리며 판결문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한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 사건에 있어 권씨의 남편은 업무상 재해로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폐기능이 저하되고 면역력이 저하되어 비교적 위험이 높지 않은 수술임에도 회복하지 못한 채 숨졌다고 봄이 마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