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월간지 일터

[07/5월/특집] 비정규직 노동자의 관점에서 본 법 제도적 문제점
한노보연 집행위원 김 형 렬  / 2007년06월15일 11시57분

1. 산재보상보험법에서 문제


1) 산재보험 적용범위의 문제


2000년 7월부터 전 사업장의 노동자로 산재보험 적용범위가 확대되면서 이론적으로는 모든 사업장의 노동자는 산재보험 적용의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되었다. 산재보험제도는 사업장별로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임금총액의 일정비율을 산재보험료로 징수하게 되고,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이면 정규직, 비정규직에 상관없이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이 된다. 따라서 제도적으로는 산재를 입은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은 없다. 설사 해당 사업장이 산재보험 적용사업장임에도 가입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산재보험은 사회보험으로서 그 적용이 강제되고 있기 때문에 산재를 당한 노동자가 산재보험의 보상을 신청하면 사업장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산재보험에서 보상을 실시하고 해당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이렇듯 법과 제도로는 어떠한 불이익도 없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놓여져 있다.


여전히 산재보험 적용의 문제를 겪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우선, 특수고용직 노동자, 즉, 골프장 경기보조원, 그리고 레미콘 운수 노동자들의 경우, 산재다발업종에 해당됨에도 아직 산재보험 적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 일부 청과물시장에 소속되어 있는 하역노동자의 경우, 항운노조와 시장간의 사용자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임의로 공제회를 조직하여 산재보험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의 경우,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최근 들어 산재보험을 포함한 사회보험적용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아, 보험료 납부를 자영업자에 준해 처리하는 방식 등이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 현재 이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78만 명으로, 전체 1,380만 임금노동자 중 약 6%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류되나, 지속적인 고용형태의 다변화 추세 및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이 그룹 종사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건설업종에 종사하는 일용노동자들에게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특히 2000만원 미만의 건설공사에 종사하는 일용건설노동자들은 산재보험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들의 경우 건강보험적용도 받지 못해 영세한 사업주가 치료비를 지불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 비싼 치료비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2) 사업주의 산재보험 미가입


또 다른 문제는 많은 사업주들이 비정규직에 대해 산재보험 가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2년도 산업안전공단에서 실시한 사업장의 산재보험 가입 실태를 살펴보면, 제조업에서는 조사응답사업장(1,510개소) 중,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산재보험 피보험자로 하고 있는 사업장은 68.6%, 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장이 31.0%에 이르렀다. 특히 규모별로 볼 때 5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산재보험적용이 더 되지 않고 있었다. 30% 이상의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은 법적인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사업주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과 유사하게 활용하면서도 계약상으로는 비정규직으로 분류할 경제적인 유인을 가지고 있다. 즉 각종 사회보장세금(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 등), 초과근로지급, 기타 복지혜택제공 등 노동자에게 들어가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법제도의 규제상의 미비와 경제적 이유로 인해 지속적인 비정규직 양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3) 급여 문제


산재보험에서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이 경험하는 가장 큰 불이익은 급여부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휴업급여의 경우,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정규직과 달리, 안정적이지 못한 고용, 저임금으로 임금자체가 적거나, 평균임금으로 계산시 당연히 받을 수밖에 없는 불이익이 존재한다. 통상임금 등을 통해 비정규직, 특히 건설업에 종사하는 일용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지만, 산재환자들의 실질생활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가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충분한 치료를 보장 받을 수 없고, 제대로 된 치료와 충분한 재활 없이 빠른 직장복귀를 강요하게 된다. 이는 비정규직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2. 산업안전보건법의 문제


산재보상보험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법적인 차별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현실에서 이를 적용할 때 받는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짧은 고용기간으로 인해 건강검진의 시기를 놓치거나, 작업환경 측정 때도 정규직을 중심으로 측정이 이루어진다. 실제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유기용제에 고노출되는 작업환경에 일했음에도, 제대로 된 측정과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장기간 고농도노출로 유기용제 중독에 이른 사례가 현실적용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한다. 자동차 공장에서 유해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주조주물 공장은 외주화 되었거나, 외주를 시도하고 있고, 조선업종에서도 힘들고 위험하고 유해물질을 많이 다뤄야 하는 일은 모두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들 노동자들은 대부분 미조직 노동자들이다. 이러한 현실은 아무리 법제도가 이들의 사회보장을 뒷받침한다 하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어려운 이유가 되고 있다.





<입 장>
비정규 개악법 폐기 투쟁 선언


정부는 비정규 관련 노동법 개악이후 참으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으며 구조조정을 전제한 무기근로계약화, 외주화 계획을 내놓고, 현장에서 실행하려고 한다. 또한 시행령을 통해서 개악된 노동법의 성격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기간제 법안에서 예외조항을 확대하여 기간제 법안이 사실상 계약직양산법임을 스스로 폭로하였으며, 파견법 허용대상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자본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인력관리 체크포인트'를 만들어서 개악안을 활용한 극악한 형태의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다. 노동법 개악의 효과로 인해 그동안 투쟁해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무력화되고 현장에서는 비정규직이 양상 될 것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10년을 넘게 일한 사업장에서 장기계약직이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고, 외주화 때문에 해고 통보를 받고 있고, 계약이 연장되더라도 6개월, 5개월, 심지어는 1개월짜리 계약서를 매달 쓰면서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차별 해소에 해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노동자들의 업무를 조정하고, 전환배치를 하고 있다. 이미 정규직화에 합의했는데도 법안을 핑계 삼아 단협이행을 거부하는 자본에 의해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자본은 직접고용하기는커녕 마음 놓고 진성도급이라고 우긴다. 노동법 개악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이 하늘을 찌르고 눈물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노동운동진영은 무기력에만 빠져서 이 노동자들의 고통과 투쟁에 전혀 함께 하지 못하다.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한숨만 쉬거나, 혹은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시행령에라도 개입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법안을 인정해주기도 한다. 현장에서 계약해지를 남발하는데도 무기력하게 방관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해서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프랑스 노동자들이 '최초고용입법' 을 법안 통과 및 시행 이후에도 투쟁을 통해서 박살 낸 것처럼, 다시 투쟁을 조직하고 결의를 다져야 한다. 그래야 법안을 폐기하는 투쟁의 첫발을 내 딛을 수 있다. 우리가 지금 계속 무기력하게 있거나 법안을 인정해버린다면 우리는 수많은 비정규직들과 이후 비정규직이 되어버릴 노동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이에 투쟁하려는 의지가 있는 동지, 비정규직 양산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분노가 있는 동지, 그리고 고통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다는 동지들이 모여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법 개악안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며, 이 법안의 완전폐기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쟁취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1. 올해 상반기에 노동법 개악 폐기를 위한 대정부 투쟁이 조직될 수 있도록 현장을 조직할 것이다. 현장에서부터 대중투쟁이 힘 있게 만들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선도적인 투쟁으로 다시 투쟁전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1. 계약해지되고 외주화되면서 투쟁하는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연대할 것이며, 이 투쟁이 결코 비정규직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투쟁임을 알리고,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07년 5월 1일 노동법 개악 폐기 선언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