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놀라워 믿기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모든 부모들처럼 저도 제자식인 지윤이가 너무나 밝고 하도 예뻐서 배에 붙어있는 호스와  투석할 때, 약을 먹고 주사 맞는 괴로운 시간이 아니면 피부로 실감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열거할 수조차 없는 개인과 조직,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 보내주신 고마움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2007년 2월 1일 지윤이가 의식을 잃고 병원응급실을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순간 온갖 생각이 시커먼 먹구름처럼 몰려왔고 저는 어느덧 병원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담당의사의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에 무서운 절망을 느꼈습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오가며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고통과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는 중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들었습니다.
피말리는 고통과 두려움을 참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가족들도 보았습니다.
고통을 나누려는 사람들의 따스한 행렬도 보았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는 세상 사람들이 돈 세상에서 돈 때문에 전기도 수돗물도 도시락도 집도 없는 가난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병들고 약한 사람들이 돈 세상에서 약국도 병원도 갈 수 없는 현실도 떠올려 보았습니다.

다른 한편 IMF가 도래하고 노동자민중의 삶이 파탄 나고 자살행진이 끈이지 않아도 이대 로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제왕처럼 군림하고 약자에게 폭력에 폭력을 행사하는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과 2중3중의 착취와 인권마저 유린하는 정부와 재벌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도 우리 가족들은 소중한 분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이런 고통스런 시간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윤이도 지금은 하루하루를 투석, 약, 주사의 공포 속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지만 초등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면 자신의 인생을 열 번 살아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분들을 기억하며 힘을 내고 가치 있는 삶을 살리라 믿습니다.

지금도 자신의 병을 잠시 잊기라도 한 듯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지윤이와 저희 가족에게 보내주신 모든 고마움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여러분이 염원하는 밝고 건강하고 평등한 세상을 향해 함께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지윤이 아빠 안기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