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일회용품도 불법일 수도 없다


이주노동자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해고하는건 정당한가
- 광명 신촌지구 (원청:삼환까뮤 하청:신본기업) 노동조건개선 요구하자 이주노동자 해고 -


광명 신촌지구 삼환까뮤현장에서 벌어진 이주노동자 해고

  지난 4월15일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업무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하겠으니 현장에 나오지 말라는 신본기업의 해고통지서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해고사유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목소리를 내고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하자 당황한 건설자본이 입을 틀어막고 현장을 자신들 입맛에 맞게 만들겠다는 뜻이라는 것을...
  이미 이 현장에 고용되어 수개월간 일해온 이주노동자가 건설노조에 가입하자 이를 빌미로 노동자의 권리를 틀어막겠다는 의미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광명 삼환까뮤 건설현장에서 해고된 이주노동자 조합원이 드리는 글

속절없이 빼앗기고 당해왔던 우리는 이주노동자입니다

  우리는 광명신촌지구 현장에서 지하층부터 셋팅층까지 지난 겨울부터 오랜기간 일해온 형틀목수들입니다. 그런데 일을 하면할수록 손해는 커지고 점점 건설회사의 노예처럼 취급받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이 현장에서 직접고용과 노동조건개선을 위해 투쟁할 때 저희도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주노동자이다 보니 머뭇거린게 사실입니다.
  한국 국적의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것보다 건설회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노동자이고, 우리 권리를 위해 투쟁할 때 전체노동자의 권리도 높아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건설노조에 가입하고 떳떳하게 이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수개월간 노예처럼 부리더니, 이제는 불법이라며 신고하겠답니다.

  이 현장의 전문건설업체인 신본기업이 불법하도급을 준 시다오께 유OO는 단가를 후려쳐, 고강도-장시간노동을 강요해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단1분도 자유롭게 쉬지 못하고 담배피울 시간도 없이 노예처럼 일해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직접고용되어 일하겠다고 했더니 신본기업의 불법하도급업자인 시다오께 유OO는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하겠다”며 우리를 협박하고 있습니다. 단물 쓴물 다 빨아먹고, 강제로 내쫓겠다고 하니 이게 사람입니까?

불법은 사람이 아니라 신본기업과 시다오께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사람은 불법일 수 없습니다. 등록기간이 만료되거나 사업장 이동 후 2개월 안에 취업하지 못하면 미등록이 되는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법에 의해 미등록상태가 될 수는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건설자본은 “당신들은 불법이야!”를 외치며, 임금을 후려치거나 체불하고, 다쳐도 어떠한 보상도 없이 현장에서 쫓아버리기 일쑤입니다.
  이처럼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고, 불법다단계하도급을 하고 있는 신본기업이 불법이고, 유OO 시다오께가 불법 아닙니까?

진정한 노동자로서 거듭나기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

  그동안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이중착취를 당하며, 건설회사가 하라는 대로 하고 주는 대로 받았던 것 때문에, 우리 생각과 무관하게 현장의 노동조건이 떨어지도록 이용당해 왔습니다. 그래서 한국국적을 가진 노동자들과 갈등도 많이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깨달았습니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을!
이주노동자들도 권리가 있고 그것을 위해 투쟁해야만 최소한의 권리라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우리도 노동조합으로 힘을 모아, 전체 건설노동자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투쟁할 것입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직접고용 투쟁으로, 건설현장을 바꿉시다!

  함께 합시다! 한국국적 노동자이든, 이주노동자이든, 등록상태에 있건, 미등록상태에 있건간에..
  투쟁하는 이주노동자를 현장의 모든 노동자가 보호해주면서 함께 싸웁시다.
  그래서 광명신촌지구의 삼환까뮤현장을 진짜 불법인 다단계하도급이 없어지고, 모든 노동자가 하나가되어 인간답게 노동하는 현장을 만들어봅시다.

우리는 주장하고 싸워나갈 것입니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이주노동자들을 희생양 삼아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공격하려는 건설회사의 분열 시도도 즉각 중단돼야 합니다.
  우리에게도 일자리에 대한 권리가 있고 노동기본권이 있다는 것을 외칠 것입니다.
  해고는 회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외칠 것입니다.
  일당도 회사 마음대로 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는 쓰다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라는 것을 당당하게 외치고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입니다.

광명삼환까뮤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부탁합니다

- 이주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신본기업의 부당행위를 함께 막아주십시오.
- 우리 현장에 있는 이주노동자도 인간입니다. 이들의 인권을 지켜주십시오.
- 이주노동자 단속과 강제추방을 반대하고 우리 현장의 이주노동자를 보호해 주십시오.
- 우리 현장의 모든 노동자가 단결하고 연대하여 이 현장을 고용안정과 생존권이 보장되는 현장으로 같이 만들어갑시다.

불법을 자행하는 신본기업과 삼환까뮤에 요구한다

- 반인권, 반노동자적 행위를 중단하고 부당해고를 즉각 철회하라!
- 단물 다 빼먹고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즉각 사과하라!
-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현장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각.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같이 생각해 봅시다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건설현장의 따가운 시선에 대하여

  경제가 위기에 처하고 건설경기가 위축되자 현장에서는 이주노동자를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이중착취를 당하며 건설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고 주는 대로 받아왔습니다. 낮은 임금과 장시간노동으로 이른 새벽부터 작업을 시작하기도 하고 늦은 저녁시간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가 건설현장의 노동조건을 떨어지게 하고 내국인이 현장에 취업하기 힘들게 만든 원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논리를 생산해내고 노동자들을 분열시켜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게 누구일까요?
바로 건설자본입니다. 값싼 이주노동자를 현장에 투입하고 노예처럼 부려먹으면서 전체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열악하게 만들려는게 건설자본의 생각입니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혹사당하며 건설자본과 불법 도급업자들의 배만 불린게 이주노동자의 잘못이라 생각하십니까? 등록되어 있는 이주노동자라 할지라도 건설현장의 반복되는 실업과 관행속에서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하는 심리적인 압박감과 2개월이라는 구직시한이 끝나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전락한다는 이중적 고통속에서 살아가는게 과연 합당한가요?

이주노동자 일자리를 한국인 노동자로 대체하는 것이 건설현장에서 가능할까요?

  실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청년들은 취업할 곳이 없다고 합니다. 현재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찾아오거나 불법용역회사 혹은 새벽 인력시장을 찾는이가 다소 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혹시 그깟 망치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십니까? 그깟 유로폼, 알폼쯤이야 힘만 있으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시나요?
  건설현장을 생존의 일터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아실 것입니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주 지저분하고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국가적 위기상황이라 하지만 이주노동자를 대신해 한국인 노동자가 현장에 들어올까요?  이런 방안이 국가적 위기에 ‘외국인’을 희생시켜 ‘내국인’을 위하는 것처럼 심리적 보상은 될지 몰라도 실업문제 해결과 고통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