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선본 성명서]

김근태의 반한나라당 전선 제의에 속아 넘어가선 안 된다

노무현과 열우당이 민주노동당을 향해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은 김근태이다.
김근태는 요즘 "고건 전 총리, 강금실 전 장관, 박원순 변호사,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포괄하는 "범민주세력 대통합론"을 말하고 있다.
김근태는 얼마 전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해 "민주, 반민주 … 비슷한 구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이 온 열우당의 이인영은 "공동 목표를 두고 같이 해 보자는 이야기"라며 "반한나라당 전선"을 제기했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의 미끼도 던지고 갔다.
이런 추파의 배경에는 여권의 위기가 깔려 있다. 노무현과 열우당은 얼마 전 유시민 입각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분을 겪었다. 일단 봉합됐지만 노무현 탈당설의 여진도 계속돼고 있다.
개혁 배신에 실망한 사람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지자체 선거에서 노무현과 열우당의 패배도 확정적이다. 이 상황에서 김근태는 열우당의 "간판도 노선도 사람도 다 바꿔야 한다"며 초조해 하고 있다.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 민주노동당을 끌어들이면 개혁 이미지를 높여서 떠나간 지지층을 불러들일 수 있고, 왼쪽으로 이탈하는 지지층도 붙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근태는 "포장지만 바꾸거나 화장만 고쳐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그의 수법이야말로 포장지만 바꾸고 화장만 고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왜냐면 그들은 개혁 배신과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나라당의 도움없이 파병 재연장을 처리한 게 바로 엊그제다.
최소한의 개혁이었던 사학법 개정도 곳곳에서 후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열우당 신임의장 유재건은 "잘못된 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고, 교육부는 이미 시행령에 족벌사학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비리가 적다"며 종교 사학을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코미디다. '벌집'을 쑤실 생각이 없는 것이다.
핵심적 민주개혁인 국가보안법 폐지는 물 건너간 지 오래다. 국회의장 김원기는 "[열우당이 보안법 폐지안을] 표결로 부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실토했다.
반면에, 갖가지 '개악'이 추진되고 있다. 먼저 비정규직 개악안과 노사관계로드맵이 있다. 최근에는 면세점 이하의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세금을 거둬 조세부담율을 19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끌어올린다는 말도 나온다. 법인세를 낮췄던 이 정부가 말이다.
이런 개악들은 만만치 않은 저항을 부를 것이다. 노무현도 얼마 전 "노동조직이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자기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 그런 게 축적돼서 다음에 폭발할지 모르는 부분이 있다"고 두려움을 드러냈다.
그래서 김근태는 "민주노동당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노무현의 배신과 개악에 맞서 폭발하는 노동자 투쟁을 이끌어야지, 둘 사이의 타협을 이끌 수는 없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절대로 열우당의 반한나라당 전선에 참여해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한나라당 전선이 아니라 노무현과 한나라당 모두에 맞서는 노동자·민중의 투쟁 공동전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