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ILO에 참여를 못하게 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노동기구 ILO에 소속되어 있다. 국제노동기구에 가입되어 있는 회원국이라면 ILO협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이주노동자 관련 ILO 협약 143조에는 “본 협약이 시행되는 각 회원국은 모든 이주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ILO 권고안 151호에서는 “지위가 공인되지 않은 이주노동자 역시 노동조합의 자격, 노동조합 행사에서 균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ILO회원국인 한국 역시 선진적인 권고안을 수용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제 멋 대로 체류기간을 정해놓고 뼈 빠지게 일해 온 우리를 노동자 취급하지 않고 추방시켰다. 우리가 불법 아닌 불법 신세로 살아온 것은 자신의 이윤에 목을 매면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임금을 보장하지 않으려는 사장 측과 정부 때문이었다. 이번 부산에서 열리는 아-태 총회는 ‘아시아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노동자-사용자-정부가 모여 여는 며칠간의 회담이라 볼 수 있다. 이주노조도 ‘이주노동’이라는 섹션으로 회담에 참여할 것을 보장받았으나 사용자-정부에 의해 철저하게 묵살되었다. 정부는 ‘이주노동’을 논한다 하면서도 이주노동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고 하였고 이주노조 대표가 오면 연행해가겠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주노조 위원장이 ‘한국인이 아닌 미등록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이란다.

ILO 참가 투쟁은 이주노조 전체 조합원이 받아 안아야 할 투쟁이다!

우리는 이러한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인가? 그렇지 않다. 국제연맹 산하의 국제 노동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사장 쪽으로 힘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주노동자들의 기본권이 단속 추방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법무부에서 직접 나온다고 하는데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눈앞에 앉아 있는 것을 용인할 수 있겠는가? ILO에 노동자 대표로 참여한 동지들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낱낱이 폭로하고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동지들의 힘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정이 힘을 모으고 있는 사회에서 노사정이 모여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조에서의 참여가 중요했던 이유는 이주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백한 논리를 적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 스스로가 이 사회의 잘못된 문제들에 대해 지적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할 수 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주노조’라는 이주노동자들의 결사체(organization)가 있지 않았다면 우리는 ILO에 참여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ILO의 권고안을 실질적으로 이행시킬 수 있는 힘은 회담 밖의 대중들, 즉 우리 이주노조 조합원들에게 있지만 이에 앞서 참여하는 동지들의 의지와 투쟁도 중요하다. 현재는 많은 이주노조 조합원들이 일손을 놓고 부산까지 내려갈 수는 없는 실정이다. 하기에 ILO 참여 전술, ILO에서 논의할 내용, ILO 참여를 결정하면서 정부가 이주노조에게 행한 압력 등 모든 내용들을 조합원들과 공유하고 결정하는 것, 위기 상황에 대비해 지역에 흩어져 있는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투쟁 전술들을 마련했어야 했다. 이렇게 하지 못한 것은 조합에 있는 모든 동지들의 잘못이며 책임이다.

기자회견, 차별철폐 대행진 모든 투쟁에 참여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가장 바라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의 의지가 꺾이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를 대표하는 이주노조 위원장이 협박에 놀라서 어떤 투쟁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정부가 바라는 술책인 것이다. 위원장을 잡아가겠다는 한 마디 말에 이주노조가 벌벌 떨어서는 안 된다. 법무부가 바보가 아닌 이상 투쟁하는 다수 노동자들이 있는 현장까지 들어와 위원장을 구속해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기에 부산에 있는 아노아르 위원장은 더욱 더 활기찬 활동들을 벌여나가야 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이주노조는 중대한 실수 하나를 범했다. ILO 총회가 벌어지는 장소에서 새로운 투쟁 판을 조직해도 모자랄 판에, 원래 참여하기로 되어 있던 기자회견, 차별철폐 대행진마저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아노아르 위원장에 대한 민주노총의 실질적인 엄호, 전 지부의 조합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이주노조 차원에서의 공식적 항의를 모아내는 것 등 현재 이주노조가 해야 할 일은 매우 많다. 부산에 있는 동지들도 함께 투쟁할 동지도 부족하고 두려움과 긴급 상황으로 인해 판단을 잘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버리고서라도 우리가 꺾이면, 우리들의 투쟁이 꺾이면 적들의 위협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탄압받는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싸워야 한다. 위원장은 혼자가 아니라 전체 조합원들이 함께 있다. 우리 이주노조는 미등록 이주 동지들이 잡혀갈 때 가만 있지 말고 최대한 싸우라고 하는 것처럼, 이번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혹 위원장이 잡혀간다면 이번엔 전 조합원들이 나서서 끈질긴 석방 투쟁을 벌일 것이다. 조합원들은 열이 나있을 대로 나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이것밖에 없다!

우선 민주노총 동지들에게 요청한다. 동지들은 이주노조에 대해 보다 실질적인 엄호를 조직해야 한다. 공무원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모두 이주노동자들과 작업 현장만 다르지 고용 형태는 다르지 않다. 일정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고 고용주에게 고용된 똑같은 노동자다. 다만 (미등록)이주노동자는 훨씬 더 열악하고 노예적일 뿐이다. 모두가 ‘노동자’임을 주장하는데 유독 이주노조만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폭로하고 이주노조를 방어하지 못하고 있음은 한국 노동자 동지들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한다. 이주노동자들의 처지와 현실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진적 동지들이 즉각적인 엄호와 방어를 조직하되, 이주 동지들이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싸울 것임을 각인시켰으면 좋겠다.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한국 노동자들의 연대와 실질적인 지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지금이라도 노동부의 공갈협박 및 탄압에 대해 공식적인 기자회견, 입장발표, 집회 배치 등의 투쟁들을 조직하자. 이번엔 모든 조합원들이 함께 하겠다!

현재 정부 단체는 스스로 국제적인 지탄을 받기 위해 몸서리치고 있다. 이주노조 위원장을 단속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갈협박까지 해가며 자신들의 노예적인 이주노조 정책이 들킬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이주노조의 불인정에 맞선 투쟁으로 이러한 사실들을 폭로할 것이며, 이주노동자를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 저 뻔뻔한 정부에 맞서서 우리의 권리를 되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