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노동청 집회 및 면담, 재조사 보고

경기이주공대위는 온돌마루의 임금체불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 수원노동청의 공식 사과, 담당 근로감독관 징계를 요구하는 수원노동청 규탄집회를 힘차게 진행했다. 이 날의 규탄대회에는 민주노총 경기본부, 경기연대, 경기비정규센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부위원장 김부영 동지, 민주노동당 수원시위원회 부위원장 안종기 동지, 오산이주노동자센터, 필리핀노동자 커뮤니티 ‘카사마코’,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 40여명이 참여했다.

집회에 참여한 많은 동지들이 아햐의 문제는 단순한 퇴직금 지급받는 문제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최소한이라도 보장해야 할 노동부 측마저도,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묵인하고 송두리째 빼앗는 행태에 대한 폭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한글에 낯설고, 명세서를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저 사장이 월급 주면 주는 대로 받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시 아무리 이주노동자가 아무리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주장으로만 그친다. 근무기간, 급여지급 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사측이다. 사측이 임금 지급했다고 잡아 떼버릴 때, 문서 위조해서 갖고 오거나 아예 폐기를 해서 증거를 없앨 때-이런 경우는 부지기수다- 오히려 사측이 받는 처벌은 미미하다. 이주노동자들에게 항상 임금을 언제 어떻게 받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자료를 요구하는 정부 관료들의 태도는 곧 모든 자료와 정보를 손에 쥐고 있고 이를 숨길 수 있는 자본가 측을 대변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집회를 진행하면서 노동부가 이주노동자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집회 후 민주노총 경기본부,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수원외국인노동자쉼터, 아햐 씨가 항의 면담에 들어가려 하자 수원지청장은 아햐 씨는 제외하고 만나자고 명령을 내렸다. 참으로 우스운 짓이다. 노동부에 진정을 낼 때는 당사자가 오라고 그렇게 강조하면서, 당사자가 항의면담 하겠다니까 “당사자는 들어오지 말고 대표만 들어오라”는 태도를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항의 면담의 주체는 당사자인 아햐이며 아햐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누구도 면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돌아섰다. 30분 동안의 항의 끝에 아햐 씨와 함께 지청장 면담을 할 수 있었다. 면담에서 주되게 요구했던 것은 우선 임금(퇴직금)체불 등의 문제로 빈번히 찾아오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전문 통역인을 대기할 것, 미등록 이주노동자일 경우 사업주의 신고로 잡혀가는 일이 없도록 사업주와의 대질조사를 금지할 것과 출입국 측에 신원 확인 신고를 하지 않을 것 등이었다. 이에 노동부는 통역인을 대기시키기는 어려우며, 사업주와의 대질 조사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대질할 것이라 말했다. 선구제 후통보 방침에 대해서는, 초기에는 지청장이 대체 ‘선구제 후통보가 무엇인가 우리는 모른다’고 일관하다가 당일 항의면담에서는 ‘지금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도 쪽팔리기는 했던 모양이다. 선 구제 방침을 지침화하여 모든 근로감독관에게 교육시킬 것 등을 전달하였으나 이에 대한 확답을 하지는 않았다.

담당 감독관 장순남은 정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을 전했다. 장순남 감독관은 아햐씨가 제출한 2000년부터 계속근로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일방적으로 채택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행하지 않았다. 2005년 11월부터의 급여명세서만으로 7년간 일한 퇴직금을 207만원으로 판정하는 것은 근로감독관의 기본적인 업무 방침도 지키지 않은 근무 태만이라고 전달했다. 장순남 감독관은 이어서 진정을 낸 이주노동자의 신원을 출입국 측에 확인해줌으로써 불법적인 경찰 단속을 유리하게 했다. 또한 보호소 안에 있는 당사자의 의사는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퇴직금 207만원 미지급 건으로 일방적으로 검찰에 넘겨버리고, 재진정을 받을 수 없다면서 우리의 요구를 다시한번 묵살했다. 이러한 근로감독관은 명백히 중징계를 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청장은 조사를 해보겠다는 말만 했을 뿐 명확한 징계 방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지청장의 공개 사과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청장 주변에 있는 노사지원과장, 근로감독과장들이 “우리는 그렇게 파렴치하게 권리 구제를 신청한 이주노동자를 법무부로 팔아넘기는 파렴치한이 아니다”라는 입바른 말을 하면서 “미안하다”는 말만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는 보지 않겠다는 말을 전하며 자신의 위엄을 자랑했던 지청장의 사과는 없었다.

형식적이고 말 뿐인 답변만 들을 수 있었던 면담을 끝내고, 아햐 씨는 다시 조사를 받았다. 담당 감독관은 장순남 감독관에서 최영미 감독관으로 바뀌어 있었다. 최영미 감독관 역시 2000년부터 일한 증거가 어디에 있는가만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는 임금명세서도 없고 월급봉투도 없는 노동자는 퇴직금도 받지 말라는 이야기다. 사실 조금이라도 이주노동자가 요구하는 것에 바탕을 둔 조사라면, “당신이 7년간 계속 근로를 입증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 어떤 서류를 준비해오라”는 말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영미 감독관은 전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울러 퇴직금 정산 역시 직책 수당도 들쑥날쑥인데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니까 들쑥날쑥일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회피하였다. 사업주는 아햐를 이탈 신고한 적도 없고 본국으로 다녀와서도 일을 계속 한 것이 출입국 기록에도 남아있고, 이를 증거로 제출했는데 장순남 감독관이나 최영미 감독관은 계속 이것으로는 입증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아무런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을 때는 돈 있는 사람들과 한 편이 되어 ‘중립’을 말하는 정부 관료들 앞에서는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를 무시하는 태도 또한 여전히 보였다. 아햐에게 ‘쟤는’이라고 표현한 것, 7년간 일해 한글을 잘 아는 이주노동자에게 ‘싸인을 그려봐라’라고 말하는 것 등에 대한 태도가 그것이었다. 말 하는 중간중간에 차별이 배어 있다고 항의했고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았다.

현재 이주노조는 명세서를 제대로 받고 확실한 증거를 남기기 위해 통장으로 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거나 이마저도 안 된다면 얼마 만큼의 임금과 오바타임으로 일했는지를 꾸준히 기록으로 남기는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근로감독관이 이주노동자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 때는 즉각적으로 인권위 진정이나 노조나 단체를 통한 압박 등을 조직하는 운동을 전개해나가려고 한다.

현재 노동부는 이번 온돌마루의 퇴직금 체불건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를 하겠다, 이주노동자 권리 무시하지 않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이라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담당 감독관인 최영미가 조사를 불성실하게 하고 이주노동자를 불리하게 만든다면 우리는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이주노동자 무시하는 수원노동지청 규탄한다!
기본적인 이주노동자 권리, 투쟁으로 쟁취하자!


경기이주공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