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시각] 외국인 노동자도 우리 사회 일원

기사입력 2008-11-13 12:43 김철진 eagle@asiaeconomy.co.kr


한 달도 안됐는데 벌써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사건 중에 지난 10월 20일 발생했던 서울 강남 고시원 흉기난동 사건이 있다.

30대 무직자가 '세상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불을 지른 뒤 빠져나오는 투숙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6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던 끔찍한 사건. 사망자는 모두 여성으로 5명은 흉기에 찔려 숨졌고, 1명은 유독가스를 피해 창밖으로 뛰어내렸다가 목숨을 잃었다.

사건이 발생한 고시원은 4층 건물에 3∼4층만 빌려 침대만 있는 월세방 85개를 운영하던 곳. 고시생은 전혀 없고 근처 영동시장에서 일하는 재중동포 여성노동자 등 69명이 투숙하고 있었기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또한 대부분 그들이었다.

단 한 푼이라도 더 생활비를 아끼려고 고시원에 들어왔다 ‘묻지마 살인’의 희생양이 된 이 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끈 것이 중국 동포 여성들의 비인간적인 삶이다.

대부분 취업에 필요한 특별한 기술을 갖지 못한 이들은 식당 종업원, 가정부, 간병인, 모텔 청소부 등 내국인들이 꺼려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한 달에 3~4일만 쉬고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일해 받는 월급은 200만 원도 채 안 된다. 보통 식당일을 하면 월 120만~150만 원 수입에 그친다.

이 돈으로 중국에 있는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신 또한 한국에서 먹고 살아야 한다. 게다가 처음 몇 달간은 입국 소개비(600만~700만 원 정도)를 갚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 이렇게 아끼고 또 아끼며 생활하지만 그들은 가난의 그늘 아래 놓여 있다.

게다가 이들은 재미동포나 재일동포와 달리 중국 국적자로 분류돼 외국인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돼 있고, 법적 피해 보상도 받을 수 없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에게 지급된 위로금 또한 서울 강남구에서 지급한 돈과 법무부산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지원한 돈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금으로 마련된 것이다.

얼굴 생김새가 비슷하고 피부색이 같은 중국동포들은 그나마 나은 편인지도 모른다. 이들보다 더 비참한 삶을 살고 있고 있는 것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낯선 땅에 온 이들은 3D 현장을 책임지며 우리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들 앞에는 피부색이라는 거대한 차별의 벽이 가로 놓여 있다.
특히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 피부색 짙은 외국인들이 뿌리내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들이 같은 민족과 결혼해 아이를 낳건, 아니면 한국인과 결혼해 아이를 낳건 그 자식들 또한 피부색과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이중 차별의 벽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외국인 노동자를 중에서도 가장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불법 체류자들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법을 어겨가며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이들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한다.

열심히 일하고도 월급을 떼이는 경우도 적지 않고, 부상을 해도 신고 할까봐 병원에도 가지 못한다. 악덕 기업주를 만나면 직접적인 폭력이나 성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래도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속 시원히 항의 한 번 못해보고 속으로만 끙끙 삭여야만 한다.

치명적인 부상으로 생계가 막막해졌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 들통 나 제대로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강제로 쫓겨난 불법체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 세계가 하나 되는 글로벌시대. 이미 우리 산업의 한 축을 차지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찾는 열린 마음자세가 절실한 때다.

김철진 온라인뉴스 부장 eagle@asiaeconom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