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이주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모는 한국정부를 규탄한다!!
-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사고로 숨진 이주노동자들의 명복을 빌며


우리 빈민해방철거민연합은 지난 11일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이주노동자 9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이 지경이 되도록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말살에 만성이 된 관계당국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현재 사고원인 조사에서 방화 혐의를 시사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사고의 본질로 보기 힘들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불법 상태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이 끊임없는 단속으로부터 힘든 도피생활을 해야하는 기막힌 현실이다. 특히 단속으로 붙잡힌 이주노동자들이 외국인보호소에 갇힐 경우 사실상 감옥에서의 수인 이상으로 인간으로서의 일체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지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는 보호라 할 수 없는 이중철창 등 감옥 못지않은 감금시설에다 스프링쿨러도 없는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어처구니없는 대형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빈민해방철거민연합은 평소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깊은 형제애와 동지애를 느낀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인한 사회양극화는 이주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나라를 떠나 한국에서처럼 불법적 이주노동자로 나타나며, 그 과정에서 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유린 현상은 국제적 난민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마치 건설자본과 공모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무모한 재개발(혹은 재건축)정책을 수행하거나 각종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판자촌이나 비닐하우스 등 영세한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을 무자비하게 강제 철거함으로써 철거민들을 양산하는 것과 닮았다. 이렇게 내몰리는 철거민들은 마치 오갈 곳 없는 노숙인들처럼 국내적 난민의 개념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두고 마치 정부의 국민을 위한 자위적인 조치인 것처럼 여기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번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화마로 생명을 잃은 이주노동자들에서 보듯 이들은 한국 시장에서 해외 인력을 요하는 경제적 요구와 불합리한 현행법의 괴리에 갇혀 신음하는 세계 민중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일부 선진국 등지에서 제3세계 민중들이 ‘불법 체류자’라는 미명하에 현지 당국에 의해 가혹하게 ‘인간사냥’당하는 것을 한국정부가 답습하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

우리는 정부가 이주민노동자들을 가혹하게 단속한 결과 그들이 각종 사고로 계속 숨지고 있는 사실에서, 2차대전 당시 히틀러가 아리안 종족의 우수성을 내세우며 유태인과 집시, 매춘부들을 마구잡이로 사냥해 살인하던 역사적 광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를 외면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몰염치에서 중세기적인 마녀사냥이 우후죽순처럼 자라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특히 희생당한 이주민노동자 중에 중국교포가 다수라는 사실은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한다.

빈민해방철거민연합은 이번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사고에서, 국가와 민족을 앞세우며 세계민중의 삶을 잔혹하게 짓밟는 친자본권력의 적나라한 위선을 확인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를 비롯하여 전 세계 노동자 농민 그리고 모든 빈민 계급의 강력한 연대로 현 정권과 같은 친자본권력의 폭정을 종식시키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

2006. 2. 16

빈민해방철거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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