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정종관 판사의 ‘성매매 처벌 논리적 근거 없음’ 판결을 지지한다
- 여성권력자들은 성매매 특별법 폐지 혹은 대폭 개정으로 답해야 한다

민성노련


민성노련은 지난 5일 여종업원들을 고용해 유사성행위업체를 운영해 온 혐의(성매매알선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오모씨 사건과 관련 “성매매 행위를 단순히 금품수수가 있었다는 이유나 도덕적 판단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없고, 성매매 여성의 신체적·인격적 피해 여부를 처벌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정종관 부장판사(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단독)의 판결을 다음과 같은 이유를 전폭 지지한다.


첫째, 재판부는 “성매매 방지법의 목적은 성매도자(서비스제공 여성)의 기본권, 인격(정신)과 육체의 침해를 막기 위해 있다고 본다”며 “서비스제공 여성이 다른 육체적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다른 일반적인 직업들에 비해 높지 않은데도 서비스 제공자(성매매 여성)의 구체적인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행위라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예컨대 에이즈나 성병의 경우만 해도 성노동자들이 질병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낮은 것은 성노동이 생업과 바로 직결된 까닭에 그만큼 여성들 스스로가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3년의 경우 일반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2천9백23명이 목숨을 잃은 것(산재율 0.90%)만 보더라도 성노동자들이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타 직업에 비해 높지 않다고 한 이번 판결은 정확한 진단이다.


둘째, 재판부는 “혼인 외의 성행위를 통해 성적만족을 얻는 것은 부도덕하므로 처벌돼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현대의학의 발전, 여성의 경제·사회적 지위의 변화에 따른 급격한 성도덕의 변화로 더 이상 ‘보편적인 도덕’이라는 기반을 상실했다”면서 “우리 사회는 성욕을 만족시키기 위한 계약동거가 성행하고, 프리섹스나 그룹섹스를 하더라도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시대”라며 “이런 사회에서 금품수수가 수반된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만은 형사처벌을 받을 만큼 부도덕하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라 했다.

판결문은 성행위에 대해 ‘신성성’을 부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임을 말하며, 여성들의 “경제·사회적 지위의 변화에 따른 급격한 성도덕의 변화”가 기존의 가부장제 폐해를 훌쩍 뛰어넘어 더 이상 성(性)과 관련한 ‘보편적인 도덕’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성도덕적 관념이 재편되는 오늘 한국사회에서 유독 금품수수만을 이유로 성거래를 도덕적으로 단죄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라는 재판부의 인식은 정곡을 꿰뚫은 것이다.


셋째, 정종관 부장판사는 “무죄가 도덕적으로 옳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도덕적인 부분에 법이 손을 대는 게 맞는가. 그리고 그런 사회가 올바른 사회인가.”라고 되묻고, “법은 도덕의 핵심적인 요소만을 다뤄야 한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근대법 정신에 비추어 보더라도 사법기관이 도덕의 모든 영역을 감시, 감독, 지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덕의 영역은 가능하면 국민 스스로 판단하도록 맡겨야 한다.” 라고 했다.  

정 판사는 도덕과 무리한 법 집행과의 상관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마치 중세기의 정교일치 국가처럼 권력자들이 임의로 정한 도덕률을 강제로 국민들에게 적용하는 전근대적인 전체주의적 사고를 지적하는 듯하다. 정 판사가 “도덕의 영역은 가능하면 국민 스스로 판단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한 것은 그가 주권자인 국민의 자율의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뢰이며 이에 걸맞는 합당한 예의라고 볼 수 있다.


정 판사는 ‘성거래’와 관련 현 시기 여성권력자들이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무기로 전횡하는 억압적인 사회분위기 아래서 공인으로서 감히 누구도 거론하지 못하는 국제수준의 성담론을 용기있게 증언하고, 더욱이 판결문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려 내부 논의할 것을 제안하는 등 사회적 공론화에 앞장선 것은 오피니언 리더로서 핵심 가치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한 아름다운 행위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정 판사가 이끈 합리적이며 전향적인 이번 판결과 제안이 아무쪼록 사회적 공론화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여 우리 사회가 보다 인권과 노동권이 존중되는 진일보된 사회로 나아가는데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민성노련은 이번 판결과 관련, 여성계 일각에서 단순하게 ‘남성 판사’이기 때문에 나온 판결로 몰아가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정 판사는 성매매 특별법의 취지와 법 집행 사이에서 비롯된 오류를 지적했고, 급변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성담론과 성문화를 근거로 제시했으며, 도덕과 강제되는 법 영역의 한계에 대해 법률 전문가로서 심도있게 고찰했다. 따라서 이는 젠더(Gender)적 관점에서 바라볼 일이 전혀 아닌 것이다.

이제 여성권력자들은 자신들이 주도한 성매매 특별법을 고집하여 절대다수인 자발적 성노동자들까지 모두 싸잡아 성매매 피해여성 혹은 인신매매된 여성으로 부르면서, 실제로는 성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존권을 빼앗으며 마구잡이로 토끼몰이 하는 극도로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음을 인정하고, 정종관 판사가 제안한 생산적인 논의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양극화의 산물인 빈민 성노동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것은 정부가 점진적으로 사회양극화를 줄여 나가는 정책을 성실하게 실천해나가는 것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아울러 성매매 특별법 폐지 혹은 대폭 개정은 여성권력자들이 처한 오늘의 자승자박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05. 12. 7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
http://cafe.daum.net/gksdud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