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요, 부산시민들이 뭐라카데요.
(2006. 4. 26.)



4월 24일 월요일 오전 노숙일기 - 서재관

오늘 27일째 노숙투쟁이다.  시간은 정말 물 흐르듯 흘러가고 있는데 큰 성과가 없다.  머릿속에선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라는 주문을 외우고 있지만 현실은 자만적인 생각이라고 나에게 말한다.  어서 빨리 정든 일터로 돌아가 당당하게 일을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7개월 넘게 일을 하지 못했다.  전문대 졸업 후에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일을 안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2001년 8월에 직장 그만두고 그해 12월까지 실업급여 받으면서 면허증을 딴 적이 있다.  그때 마음고생이 많았었는데, 지금이 그때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새벽에 바람이 많이 불었다.  세찬 바람에 숨이 막혀 몇 번이나 깨었다.  내가 생각할 때에 제대로 못 잤는데, 이용재 동지가 또 내 코고는 소리에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노숙용 사람이라고 한다.  잠을 너무나 잘 잔다고.  하지만 정말 나도 피곤하고 미칠 지경이다.  특별히 힘쓰는 것도 없이 온 전신이 아프다.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오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하소연은 똑같이 노숙현장에 몸을 맡긴 동지들께는 경솔한 말이다.  다 같이 몸이 안좋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오늘은 김진숙 지도위원님의 인솔 하에 양산 솥발산에 간다고 한다.  바람 쇠는 기분으로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BS 연출자와 KBS에서도 나와 따라간다고 하던데 열사들의 초점에도 맞춰졌으면 한다.  

- 3일간 EBS와 KBS에서 취재, 촬영을 해갔습니다.  집에서 노숙농성장으로 출근하는 모습, 천막생활, 집회, 선전전, 노숙에 드는 모습까지 세세하게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허남식 부산시장의 외면으로 인해 노숙까지 해야하는 참담한 부산지하철 비정규직 매표해고노동자들의 실상이 방송을 타고 전국에 퍼져 나가게 될 것입니다.  일교차와 황사, 매연으로 인한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매표소를 복구하고 고용승계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부산교통공사와 그 사용자인 허남식 부산시장.  우리는 조만간 이들을 분명히 심판하여야 할 것입니다.  노동자의 이름으로.  시민의 이름으로.



(▲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와 부지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2006년 4월 24일 노숙일기 - 이대경

김 지도님의 안내로 인해 부지매 동지들과 신기식, 전종혁 동지와 양산 솥발산에 다녀왔다.  솥발산!  민주열사들이 잠들어 계신 곳.  김진숙 지도위원님께서 이곳저곳 열사들의 약력을 소개해 주었고 그 과정에서 눈물을 머금는 김 지도위원님을 보았다.  같이 입사한 동지, 같이 일해 온 동지, 같이 운동해온 동지, 생사고락을 해온 동지들이 이곳에 계신데 어찌 피눈물이 나지 않겠는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사랑스런 아내를 남겨두면서,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두면서 수많은 동지들을 위해 몸을 던질 때, 영혼을 던질 때 과연 이곳에 계신 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십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 까?  어쨌든 오늘 하루는 뜻 깊은 날이었다.  나를 비롯한 우리 부지매 동지들 모두가 다시 한번 이곳에 계신 열사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점 부끄럼 없는 앞으로의 투쟁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솥발산 높은 곳 조금만 더 올라 가면 나의 아버지가 계신 곳이다.  그냥 내려왔던 게 마음에 조금 걸렸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도 아마 막내아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실 것이다.  그렇쵸. 아버지..................................

- 솥발산에서 세상은,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음을 알았습니다.  죽어서도 두 눈을 기증하여 자신의 두 눈으로 바뀐 세상을 보고 싶어 했다던, 모진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다던, 기꺼이 자신의 죽음으로 동지들을 살릴 수 있다면 했다던... 열사들 앞에 눈물을 훔치시는 김진숙 지도위원님을 보면서 부지매 동지들 또한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앞서간 동지의 이름 석자에 한평생 피눈물을 삼켜야하는 일, 남은 자의 몫이라지만... 정말이지 슬픈, 가슴이 무너지는 일일 것입니다.  “정규직은 죽어도 알아주지만, 비정규직은 죽어도 몰라준다.  그러니 끝까지 살아남아서 싸워야 한다.”고 솥발산을 내려오면 김 지도위원님은 말씀하셨습니다.


(▲ 우대권 무인발급기 앞에 공익요원과 실버수호대 두명이 서서 신분증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다.  이것이 진정 매표무인화인가.)


부산지하철 비정규노동자 고용승계 대책위원회에서는 오늘(26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민의 대다수와 지하철 노동자들이 매표소 복구를 요구하는 데도, 유독 허남식 부산시장과 부산교통공사만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허남식 부산시장은 ‘자격미달’이다’고 허남식 부산시장에게 일침을 가했습니다.  
한나라당 경선이 바로 하루 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경선도 중요하고, 선거도 중요하겠지만, 그 전에 시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귀를 열고 들어야 할 것입니다.
어제는 지나가시던 시민이 걸음을 멈추고 농성장 바로 옆 노점상에서 생과일주스를 한아름 사다주시며 힘내라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광주에서 조선대 학생동지가 한달음에 달려와 부지매 집회에 연대를 해주셨습니다.  점심식사 땐 식당에 아저씨가 박수를 보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허남식 부산시장님, 시민의 목소리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결단을 내리십시오.


(▲ 서면역사에서 시민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부지매 동지의 모습.)  



<공지>2006메이데이문화제 개막토론회
“부지매 투쟁을 통해 본 기계 자동화와 고용불안에 대한 대응”에 함께 해주십시오.  


부산지하철 매표소 해고자들이 시린 겨울바람 속, 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을 때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되리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왔지만 여전히 춥고 힘든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해 볼 수 있는 싸움은 다 해봤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보이지 않는 싸움의 끝이 그저 막막할 뿐입니다.”며 울먹이는 부지매 해고자 앞에 우리들도 막막하기만 합니다.
대책위를 구성하고, 매주 한 번씩 촛불문화제를 열어가며 연대투쟁을 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싸움을 지속하는 동력이 되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나가고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속 시원히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책위원장이 내놓은 대안이 취업알선이라니요. -물론 이후 책임 사퇴했다고 하지만- 이것이 우리들의 현실인가, 한계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지점입니다. 연대투쟁은 그저 집회에나 참석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부지매 투쟁은 다른 사업장의 투쟁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른바 저비용 고효율이 기본 경영 전략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영 목표를 실현하기위해 가능한 모든 사업장의 시스템이 첨단 기기설치를 통한 자동화로 이어집니다. 다수 노동 인력을 기계자동화로 대체하고 이 기계를 관리하는 소수 인력만을 고용하는 구조가 정착되도록 바꾸어 놓는 것입니다.
결국 극소수 엘리트사원과 첨단 자동기기로 운영되는 경영형태가 고착화 되면서 계약직이 일반적인 고용형태가 되며 실업이 증가 하게 되는 구조적인 고용 불안 상태를 야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하철 매표 노동자들을 해고시킨 자리에 자동 매표기가 들어서 있는 것은 이미 예견했던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계자동화가 전 산업에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기계자동화로 인한 인원감축이 지하철 매표 노동자들에게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계자동화에 따른 고용불안은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점점 심화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럼으로 부지매 투쟁은 그들만의 투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계자동화에 따른 고용불안에 맞서 어떻게 투쟁 할 것이며 당장 진행되고 있는  
부지매 동지들의 투쟁을 어떻게 연대, 지원 할 것인지 대안을 모색합시다.
메이데이문화제 개막토론회를 시작으로 구체적인 대책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노동조합 사무국, 관심 있는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함께 대안을 찾아갑시다.

일시 : 2006년 4월 29일(토) 오후 2시
장소 :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지역사무소 배움터(지하철 1호선 시청역 하차 2번 출구/국민연금회관 7층)
문의 : 051)245-5919  담당 : 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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