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가 직접 만든 다큐 만나세요
김이찬 감독 영상 제작 도와
1기 수료생 작품 ‘영화제’ 상영도
“국적 무관한 ‘사랑방’ 만들고파”
한겨레 김경애 기자기자블로그
» 독립영화감독 김이찬씨
독립영화감독 김이찬(사진) 씨는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인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 다큐멘터리 제작단 ‘지구인의 정류장’을 만들어 이주노동자에게 영상제작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다큐멘터리로 표현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와 이주노동자 간 상호이해를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김씨는 지난 2000년 한국에서 모국의 민주화 투쟁을 벌이던 버마민족민주동맹(NLD)을 다룬 ‘데모크라시 예더봉’과 2003년 임금체불에 화가 난 이주노동자들이 사보타주를 하는 과정을 담은 ‘동행’을 찍었다.

10년 가까이 이주민에 대한 영상을 제작했지만 김씨는 불현듯 이들을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깨달음이 그를 ‘국경 없는 마을’인 원곡동으로 이끌었다. 지난 2007년 여름께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AFC)의 미디어팀장 일을 하면서 이곳 생활을 시작했다. 김씨는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AFC의 일을 그만두게 되자 미디어교실을 계속열기 위해 다큐멘터리 제작단을 만들었다. ‘지구인의 정류장’이 바로 그것.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가 지구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친구가 되는 것이 ‘지구인의 정류장’이 나타내는 의미다.

10평이 채 안 되는 공간에서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영상제작교실 ‘이봐요’를 열고 있다. 올 2월에 끝난 1기 수업에 한 차례 이상 참석한 이주노동자는 120여 명에 달했으며 6개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이 중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제작한 ‘공부하고 싶어요’는 지난 4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주노동자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있다. 5월부턴 2기 교실을 새롭게 시작했다.

그의 꿈은 ‘지구인의 정류장’을 일종의 영상 카페로 만드는 것이다. “국적과 나이, 계급에 관계없이 다같은 지구인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틀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을 만들고 싶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