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6년>② 시행의 명암
서울의 한 플라스틱 사출공장에서 일하는 필리핀 출신 외국인 노동자(자료사진)

국내 일손 부족 메우고 '3D'업종 지탱하는 데 기여
취업 업종 제한.작업장 변경 금지는 '인권침해' 소지

(서울=연합뉴스) 양태삼.구정모 기자 = 6년 전인 2004년 8월31일 필리핀 노동자 94명이 입국, 경기도와 인천 등지의 제조업체에 일하기 시작하면서 고용허가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 필리핀 노동자는 고용허가제 1차 시한인 2007년 3년간 근무를 마쳤고 대략 한 달간 고향을 다녀온 다음 재고용돼 지금까지 3년을 더 일했다. 이들은 이제 최장기간 한국에 머물러 일할 수 있는 6년 기한이 차 15일부터 본국으로 돌아간다.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2004년 제조업 등 일부 업종의 일손 부족을 메우기 위해 도입했다. 하지만 5년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현행 국적법에 따라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을 갖게 되고 나아가 한국으로 귀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고용허가제 상 최장 체류 기한이 6년에서 2009년 5년 미만으로 단축됐다.

   일손 부족은 메우되 이주민이 국내에 눌러앉는 '정주화(定住)'는 막자는 취지다. 정주는 곧 이민 허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또 다른 국가 정책적 이슈가 되는 것은 시기상조란 판단에서다.

   고용허가제로 온 노동자들은 일단 본국에 돌아가면 한국에 다시 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에서 돈을 벌려는 '코리안 드림'을 꾸는 이들이 많은 탓에 이들이 다시 본국에서 경쟁을 뚫고 한국에 와 돈을 벌기란 '하늘의 별 따기'인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은 6년간 한국에 살면서 우리말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하면서 한국인들이 꺼리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이른바 '3D' 업종에서 기본 근로시간을 넘겨가며 일해 일부 제조업과 농.어업 분야를 지탱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용허가제가 사양 산업을 연명하는 데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외국 인력을 사용과 함께 이 분야 산업의 구조조정 계획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덕분에 한국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지켜주고 일부나마 국제 경쟁력도 갖추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4천149명, 내년 2만9천975명 출국
고용허가 시한이 다함에 따라 올해 안에 출국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 인력은 4천149명이다. 내년에는 2만9천975명, 2012년에는 4만4천578명이며 이후 매년 4만-5만 명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들의 귀국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비하고 경기 회복에 따른 인력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올 하반기 제조업 분야에 8천600명, 농축산업에 1천100명, 어업에 300명 등 모두 1만 명을 더 데려오기로 지난 7월 초 결정했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협약이 체결된 국가는 고용허가제 시행 첫해에는 8개국(필리핀, 베트남, 몽골, 태국,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중국)이었으나 연차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모두 15개국(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캄보디아, 미얀마, 네팔, 동티모르, 키르기스스탄 포함)으로 증가했다.

   ◇'3 플러스 3'에서 '3 플러스 2'로 변경
고용허가제 시행 당시는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고 3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근로자와 사업주 양측 모두 재고용을 원하면 한 달간 출국했다가 재입국해 다시 3년을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 달간 출국해야 하는 것은 현행법상 5년 이상 체류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이 돼 해당 노동자가 정주(定住)할 가능성을 막기 위함이다.

   이민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 정부 정책에 따라 영주권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한달간 출국해 한국밖에 머물러야 한다는 규정은 노동자나 사업주 모두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비효율 요소라는 지적에 따라 3년을 일하되 재고용이 합의되면 곧바로 2년을 더 일할 수 있도록 한 '3 플러스 2' 제도로 바뀌어 지난해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 입국한 노동자부터 '3 플러스 2' 제도가 적용돼 3년을 일한 후 노동자와 고용주가 원하면 최장 2년까지 더 일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는 2년으로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심사 및 서류 처리 절차에 따라 1년 10개월가량 머물 수 있도록 운용한다고 고용노동부는 밝혔다.

   ◇작업장 변경 금지는 큰 '논란거리'
고용허가제 상의 큰 논란거리는 근로자가 작업장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고용허가제로 인력을 '수입'할 수 있는 업종은 농축어업과 제조업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한국 동포로 방문 취업 비자를 얻어 '특례 고용허가'에 따라 일하는 인력에 한해 예외적으로 건설업, 서비스업 종사를 허용하고 있다.

   많은 시민.인권 단체들은 이 같은 취업 업종 제한 탓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주에 종속되고 인권침해와 차별의 사각지대에 몰린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업종 제한이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근원이 된다고 비판한다.

   이들 단체는 고용 허가 대신에 업종에 제한을 두지 않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례 고용허가제에 따라 방문 취업한 29만4천4명(6월말 현재)의 외국 국적의 한국 동포는 업종 제한을 사실상 받지 않고 일하는 반면, 일반 고용허가제 아래 일하는 16만4천94명은 취업 업종에서 차별당한다는 지적이다.

   또 급속히 다문화 하는 한국 사회의 실정을 고려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 고용허가제의 발전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과 같은 형태의 고용허가제를 취하는 국가는 대만, 영국, 미국 등이고 업종 제한을 두지 않고 외국인이 와서 일할 수 있게 한 '노동허가제'는 프랑스와 독일이 잘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노동허가제도 검토할만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표1> 연도별 외국인 노동자 출국 예정자 수 (단위: 명)
┌─────┬──────────┬────────────┐
│  연도    │   3 플러스 3       │     3 플러스 2         │
├─────┼──────────┼────────────┤     
│  2010    │       4,149        │                        │
├─────┼──────────┼────────────┤
│  2011    │      28,586        │       1,299            │
├─────┼──────────┼────────────┤                                  
│  2012    │      41,277        │       3,301            │
└─────┴──────────┴────────────┘
    ※자료: 고용노동부 

<표2> 국가별 고용허가제 인력 현황(7월말 현재.누계.단위 명)
┌──────┬─────────┬--─────┬─────────┐
│   국 가    │    입 국 자      │    국  가  │    입 국 자      │
├──────┼─────────┤--─────┼─────────┤  
│  필리핀    │     37,480       │   캄보디아 │      6,248       │
├──────┼─────────┼──────┼─────────┤
│   몽 골    │     22,257       │     중  국 │      7,072       │
├──────┼─────────┼──────┼─────────┤  
│ 스리랑카   │     21,058       │  방글라데시│      4,524       │
├──────┼─────────┼──────┼─────────┤
│  베트남    │     62,759       │   키르기즈 │        773       │                  
├──────┼─────────┼──────┼─────────┤   
│  태   국   │     39,882       │    네 팔   │      6,292       │  
├──────┼─────────┼──────┼─────────┤  
│ 인도네시아 │     30,038       │   미 얀 마 │      2,291       │
├──────┼─────────┼──────┼─────────┤
│우즈베키스탄│      9,617       │   동티모르 │        267       │
├──────┼─────────┼──────┼─────────┤
│  파키스탄  │      5,085       │            │                  │
└──────┴─────────┴  ─────┴─────────┘

※자료: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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