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개최의 조건? 노숙인ㆍ노점상은 나가 있으라고?"

인권단체 반발…"1박 2일 G20에 인권·민주주의 추락해"

기사입력 2010-07-20 오후 5:55:50

 

"이주노동자·노점상·노숙인은 G20의 먹이가 아니다."
"정부의 G20 개최는 '빈곤 감축'이 아닌 '빈곤 감추기'를 위한 것"

정부가 오는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를 앞두고 이주노동자, 노점상, 노숙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곳곳에서 인권 침해와 과잉 단속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국격 상승'의 기회라며 1년 전부터 강한 경호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인권단체들은 "1박 2일 행사를 빌미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권리지킴이·노점노동연대·빈곤사회연대·인권운동사랑방 등으로 구성된 '인권 탄압 공동대책회의'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G20 정상회의를 빌미로 한 인권 탄압을 중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 이주노동자권리지킴이 등 인권단체들이 20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갖고 정부의 인권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뉴시스

외국인이주노동협의회 이영 사무처장은 "정부가 G20을 빌미로 '선제적 조치'를 취한다며 지난 6월부터 전국 각 지역의 공장, 주택가, 길거리, 지하철역 등지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며 "이는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이자 테러리스트 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 경찰청은 'G20 정상회의의 치안 확립'을 위한다며 지난 5월부터 50일간 외국인 범죄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으며, 법무부 역시 지난 6월부터 8월 말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집중 단속을 진행 중이다.

국제 회의 때마다 되풀이되는 '노점상의 수난'

서울에서는 노점상들이 사라지고 있다. 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강남 코엑스 일대가 대표적인 '단속' 구간이다. 2000년 아셈(ASEM), 2005년 아펙(APEC) 등 국제 행사 때마다 되풀이됐던 노점상들의 '수난'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도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이미 강남구는 올해 1월부터 G20 정상회의에 대비해 대대적인 '길거리 정비'에 나섰으며, 서울시 역시 지난 5월 '도로특별정비반'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도로특별정비반은 25개 자치구에 88개 반, 400여 명으로 구성되며 순찰과 정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서울시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대비해 국내외 관광객들의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도로특별정비반의 강화 배경을 설명하지만, 노점상들은 "노점의 철거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관련 기사 :'G20 회담'에 또 쫓겨날까 불안한 강남 노점상들)

노점노동연대 최영기 대외협력실장은 "노점상도 이 나라의 국민인데, 정부가 G20을 앞두고 노점상을 철거하고 골목에 몰아넣는 등 우리를 '쓰레기' 취급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G20 앞두고 단속 강화… "노숙인은 거리의 쓰레기가 아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둔 정부의 노숙인 대책을 두고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G20 대비 노숙인 대책회의'의 후속 조처로 노숙인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복지'란 포장을 씌운 것일 뿐, 실제로는 거리 노숙인을 없애기 위한 대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경찰은 주요 노숙지나 고시원 등지에서 노숙인을 표적으로 한 불법적인 불심 검문을 실시하고, 지하철역에 상주하며 공안 분위기를 조성해 노숙인의 머물 곳조차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노숙인들에게 임대주택을 매입해 '그룹홈'을 제공하고, 거리 노숙인에게 쪽방을 얻어주는 내용의 '노숙인의 자활을 위한 근원 대책'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G20을 앞둔 느닷없는 노숙인 정책은 말 그대로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이를 위한 예산이 G20 이후에도 편성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비판해 왔다. "G20을 앞두고 진행되는 불심검문과 단속으로 미루어 볼 때, G20 정상회의가 '빈곤 감축'이 아니라 '빈곤 감추기'라는 것을 증명한다"는 지적이다.

"군대까지 동원해 집회 통제? 계엄령 회귀하나"

이외에도 한시적이지만 집회 및 시위에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도록 한 경호안전특별법 제정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문제점을 지적한 '알몸 투시기' 도입 등 정부의 G20 경호 대책이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G20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위한 경호 안전과 테러 방지 특별 법안'은 "군대까지 동원해 집회와 시위를 통제하겠다는 위헌적인 발상"이라는 시민단체들의 반발 속에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는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필요한 경우 경호안전구역을 지정해 집회·시위를 금지토록 경찰서장에게 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경찰서장이 이를 금지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경호처장이 '필요한 경우'라는 자의적 판단으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것.

또 법의 4조에는 '통제단장은 경호안전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행정기관의 장 또는 공공단체의 장에게 지원인력 동원에 관해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는 이 조항에 근거, 경찰이 안전 활동을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군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야당 및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계엄령을 선포해 놓고 정상회의를 열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해 왔다.

이 법안은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에 앞서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46일간 적용된다.
 

/선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