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입니다


노동절 집회에서 누군가가 찍은 사진 속에

스리랑카 같기도 하고 방글라데시 같기도 한

이주 노동자

우리는 기계 안입니다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직접 쓴 건지 누가 쓴 걸 들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기계가 아니라고 쓴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기계 안이라고 해도

이해가 되는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언제 어디서든 상관없이

아무렇게 내던져지거나

공장 바닥에서 뒹굴다 안전화 뒷굽에 꼼짝없이 짓밟히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기계 안 많고 많은 부품인지도 모른다

스리랑카에서 왔든 방글라데시에서 왔든

그는

지독한 가난에 떠밀려 왔든지

가족들과 함께 먹을 밥을 구하기 위해 왔든지

결국 

제 나라 안에서

제 가족 안에서

밖으로 밖으로 쫓겨난 것이다

그래서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미치고 환장할 마음을 속일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기계 안이든

나라 안이든

가족 안이든

무엇이든 좋으니

제발, 

따뜻한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