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탄인 아마르 씨 ‘나쁜 사장님’ 상대 소송기

변호사 수임료에 엄두못내다
법률구조공단 도움 반환소송
일도 접고 밤새워 서류 작성
‘사장 땅 경매’ 압박끝 받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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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이 소송으로 억울함을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렵게 받은 퇴직금 270만 원은 절대 쓰지 않을 겁니다.”

소송 끝에 4년 만에 퇴직금을 받아낸 파키스탄인 아스갈 아마르 씨(32)의 소송기는 2004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안산시의 A새시 업체에서 근무하던 그는 2005년 말 비자 기한이 만료되면서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비자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겠다며 입사할 때 약속한 퇴직금을 달라고 했지만 사장 김모 씨는 “퇴직금은 그동안 지급한 월급에 포함돼 있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듬해 결혼을 할 계획이어서 목돈이 꼭 필요했던 데다 거의 매일 18∼24시간 고되게 일해 번 돈을 어떻게든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안산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을 냈다. 노동사무소에서도 퇴직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그는 법원에 소송을 내기로 결심했다. 법원 근처 변호사 사무실을 전전했지만 270만 원을 돌려받으려면 수십만 원의 변호사 수임료를 내야 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3월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정홍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무료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었고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퇴직금반환소송을 냈다. 주위의 도움으로 그 사이에 비자도 갱신할 수 있었다.

아마르 씨는 변호사의 도움으로 먼저 김 씨의 예금에 채권가압류를 신청했다. 본안 소송을 시작하면서 서류도 많이 필요했다. 한국의 어려운 법률 용어가 익숙지 않았지만 대학 때 법학을 공부했던 기억을 되짚어가며 각종 문서를 밤을 새워 스스로 작성했다. 일도 접고 동사무소와 법원을 돌며 필요한 서류를 모았다. 지난해 3월 사장 김 씨가 “매달 받은 돈에 퇴직금이 들어있는 데다 비숙련공으로 급여 수준의 일도 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맞소송까지 냈지만 법원은 그해 4월 퇴직금을 돌려주라며 조정결정을 내렸다. 돈을 돌려받는 과정도 순탄치 않아 아마르 씨는 지난해 10월 김 씨의 부동산을 대상으로 강제 경매 신청까지 해야 했다. 그는 4년 만에 통장에 270만 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경매 신청을 취하했다.

아마르 씨는 “소송 과정을 겪으며 외국인이 한국에서 법에 따른 절차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법원이나 관공서에 외국어 통역 인력이 배치돼 있지만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같이 한국에 많이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쓰는 언어를 통역하는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는 것. 또 그는 “나랑 비슷한 시기에 밀린 월급을 못 받아 소송을 시작했던 중국 사람은 도중에 소송을 포기했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 소송은 금액이 적은 만큼 소송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측은 “국내에 외국인 노동자가 늘면서 소송 구조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며 “국내 법 절차에 어두운 외국인들이 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해결한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구조공단의 법률상담 전화는 국번 없이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