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맞은 미등록 이주아동


"합법화 방법 생겨 사람답게 살길 희망"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우선 단속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 생겨 우리도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열린 '이주민 자녀와 함께하는 어린이날 무지개축제'에 온 소녀 샨타(19)는 "단속에 걸리고, 추방될까 봐 늘 겁이나 조심하고 살지만, 그렇다고 딱히 어떻게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샨타는 미등록(불법체류) 이주 노동자의 자녀다. 2002년에 한국에 들어왔지만 출생신고가 안돼 있어 주민등록번호가 없다. 그렇다고 방글라데시 국적을 가진 것도 아니다. 이런 무국적 '미등록 아동'은 약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시민단체들은 추정한다.

동생 샤킬(12)과 함께 축제에 온 샨타는 고등학교 1학년생이다. 뒤늦게 학교에 들어간 탓이다. 미등록 아동이지만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입학할 수 있도록 근래에 제도가 개선된 덕분에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샨타의 어머니는 남양주에 있는 한 가구 공장에서 일한다. 아버지는 5년 전 방글라데시로 추방됐다. 샨타는 "당연히 아빠가 보고싶죠. 그럴땐 전화해요. 일주일에 서너차례 전화해서 학교 얘기도 하고, 친구 얘기도 하며 마음을 달래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말하고 무시하고, 동물보다 나쁘게 대하는 게 정말 싫어요"라며 "우리가 미등록 신분이라 어쩌지 못할 거란 생각에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는가 하면 공장에서는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이 xx야, 저 xx야'라고 부른다곤 해요"라고 말했다.

샨타는 "옛날에는 얼굴 모습이 다르다고 놀림이나 따돌림을 받았는데 지금은 안그래요. 제 친구들은 그러지 않거든요"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일단 졸업부터 해야죠. 그 다음에는 이곳에서 직업을 갖고 싶어요. 비정부기구(NGO)나 사회복지단체에서 일하고 싶어요. 남을 돕는 일만큼 보람있는게 없을 것 같거든요."

초등학교 6학년인 동생 샤킬은 "어린이날이라 이렇게 나와 재밌다"며 "맛있는 것도 먹고, 선물도 받고 신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혹시라도 불이익이 생길까봐 사진 찍기를 거부했다.

이들과 함께 온 남양주외국인근로자센터 관계자는 "이들이 한국에서 오래 살았고, 여기서 살고 싶어하니, 계속 살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축제는 이주 여성과 그들의 자녀 등 약 1천여명이 모여 여러 가지 놀이를 하고 각국의 차(茶)를 맛보는 식전 행사를 했으며 모든 어린이가 보호받을 권리와 배울 권리, 놀 권리 등을 갖고 있다는 '무지개 어린이 선언'을 했다.

<무지개어린이축제 참가자가 선언문 펼침막에 이름을 쓰고 있다>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