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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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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1 13: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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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일을 해도 매달 34만 원 정도의 만성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매달 빚이 쌓여가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11일 저임금 노동자 가계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 차를 앞세운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최저임금을 삭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저임금노동자들 생존마저 짓밟는 최저임금법 개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는 최저임금을 지역별․산업별로 차별적용하고 고령, 수습, 이주노동자에 대한 감액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청주, 광주 두부값과 감기약값이 모두 같아 한국 시장물가의 지역별 차이가 전혀 없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는 말을 통해 “민주노총은 올해 춘투의 일환으로 국민임투를 벌여낼 것을 밝힌 바 있으며, 국민임투는 민주노총 내 80만 조합원의 벽을 넘어 이 시간 힘들고 어렵게 노동하는 많은 분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ek.

이어 “민주노총은 기업의 곳간은 넘쳐나고 가계부채는 치솟고 있는 문제를 혁파해 최저임금 현실화에 전 역량을 기울일 것이며, 이 문제는 최저임금을 몇 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경제위기 본질을 알려내는 것”이라면서 “민주노총이 추진하는 고용안정과 국민임투가 경제를 살리는 길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구당 매월 34만원 적자...의식주+의료비 전체지출의 67.4%, 주거비 3배↑

이번 조사결과 저임금노동자 가구당 매달 34만원 적자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 달에 129만원(근로소득)을 벌어 163만원을 지출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달 20만원 가량을 차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 작성자 모두 일을 해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에 처한 전형적 근로빈곤층이었다. 고용을 늘린다며 싸구려 일자리를 대량창출한 지난 13년 간의 고용정책 때문이라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또 이들은 가계지출 대부분을 의식주에 소진하고 있었다. 의식주+의료비가 전체 지출의 무려 67.4%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주거비도 일반가구의 3배 정도 높았다. 이는 가계부 작성자들이 전월세로 살아가고 있음을 뜻한다.

지역별 물가차이 없어 정부의 지역별 최임 차별적용정책 무색...문화생활 전무

지역별 물가차이가 거의 없어 정부의 ‘지역별 최저임금 차별적용’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증명했다. 재벌그룹 대형 할인매장 전국화로 지역별 물가는 동일했다.

저임금노동자들은 일상에서 문화생활이 거의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가정의 교양․오락․문화 관련 비용은 전체 지출에서 3.7%인데 반해 저임금노동자 가정에서는 그 비용이 1.0%에 불과했다. 저임금노동자들 문화생활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저임금노동자, 특히 고령의 여성 저임금노동자 소비지출에서 세대 간 위아래로 지출하는 효도비가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였다. 매월 부모에게 30여 만원씩 용돈을 주는 방식의 효도비 지출이 있는가 하면 ‘어머니 묘 이장’ 비용 등에서 목돈이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50~60대라는 연령적 특성 때문에 아무리 저임금 노동자라도 매달 축의금과 조의금 지출비용도 상당히 들어갔다. 적은 돈이긴 해도 함께 살지 않는 손․자녀 용돈까지 지출하는 세대적 특성이 있었다.

고령노동자 무시한 최임 결정 주요근거 재검토해야

이에 민주노총은 매년 최저임금 결정에 주요근거로 사용하는 ‘29세 미만 미혼 단신노동자’ 생계비 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고령의 저임금노동자 경우 연령적 특성 때문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 사회적 지출이 많은 것이 확인된 만큼 최저임금생계비기준 확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이번 조사 결과는 49~74세의 중고령 저임금노동자 14명이 200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 간 직접 작성한 가계부를 분석한 것이다. 민주노총 최저임금대책회의에 결합하는 공공운수연맹, 여성연맹, 일반노협이 인구비례 지역할당으로 표본을 선정했다.

가계부 양식은 한국은행 권장 가계부와 구성항목을 동일하게 맞췄고, 가계부 작성결과를 통계청 ‘2009년 4/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 발표치와 비교분석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 고령의 여성노동자는 이날 회견에 참석해 “개인 사무실에서 청소 등을 하며 버는 80만원으로는 두 부부가 도저히 살아갈 수 없어 친척과 이웃에게서 돈을 빌리다가 카드론까지 쓰고 있다”면서 어려운 형편을 피력했다.

여성연맹 이찬배 위원장은 “올해 최저임금이 2.75% 올랐지만 그나마도 최저임금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인상분을 적용받는 경우는 없다시피하다”고 말하고 “정부가 공기업 임금삭감을 요구하는 것이 최저임금에까지 영향을 미쳐 지금 현장에서는 최저임금이 삭감되거나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공기업 임금삭감 정책, 최임 삭감과 고용불안 부추겨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 사용 중인 ‘29세 미만 미혼단신 노동자’의 생계비기준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 중고령 저임금노동자 경우 축의금과 부의금 등 연령적 특성에 따른 사회적 지출이 다른 계층에 비해 훨씬 높았다”고 전했다.

이번 가계부 조사결과, 법적으로는 ‘단신’가구가 아니지만, 병들어 노동력을 상실한 남편과 청년실업 자녀를 둔 2~3인 가구 가계수지는 더욱 열악했다. 민주노총은 이같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최저임금생계비 기준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찬배 위원장은 “저임금 노동자들 생활이 파탄난지 이미 오래지만 정부와 재계는 최근 10년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 문제라며 엉터리 공세를 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재계는 중소기업 어려움을 핑계로 대며 지난해 최저임금 삭감안을 들고 나와, 올 최저임금을 물가상승률보다도 못한 2.7% 인상에 그쳤다”면서 “중소기업 위기 진짜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재벌 원청회사 ‘불법 하도급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조사에 그치지 않고 저임금노동자들 생활실태를 더 면밀히 분석해 현실적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저임금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로서 올해 최저임금 요구안도 노동자 평균임금 절반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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