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동등대우 위한 정책개선 절실"

 
'東亞신질서·다문화·위안부' 국제회의 개최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진정한 다문화 사회의 정착을 위해 이주노동자 등 이주민들이 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환경 조성과 정책 추진이 절실합니다."

김은기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사회학)는 12일 "외국인 100만명(인구의 2%) 시대라고해서 이를 다문화사회로 규정하기는 이르다"며 "이주노동자가 고용주에게 맞아 법의 보호를 호소할 때 적절한 법률 서비스를 받도록 사법권과 시민권을 보장하고 제도와 법을 바꾸는 등 다문화 사회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주관으로 교내 국제관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동아시아의 신질서 모색: 역사적 성찰과 최근 이슈'를 제목으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한국의 다문화 담론의 시작' 제하의 발제를 통해 "법과 제도의 개선보다 이주민에 대한 우리의 태도 변화가 더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외국인이 50만명을 돌파한 2006년, 정부가 일련의 이주민 정책을 내놓고 관련 보도가 이어지며 갑자기 '다문화 담론'이 쏟아졌다"며 "다문화주의의 정책에 함축된 내용을 상세히 알리지 않은 채 조급히 밀어붙이면 국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고 단계적인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다문화주의 정책'의 요체는 소수 인종에 대한 전통문화의 용인이나 케이블 방송 채널 허용 등 비차별적인 정책 수립과 함께 영주권 제한을 비롯한 각종 규제 완화에 있는 만큼 이민정책의 개방은 저출산 시대의 노동력 확충 등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이용욱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동아시아 금융지역주의에서 나타난 경계선 획정의 정치학' 발제를 통해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동아시아의 독자적인 금융지역주의 흐름이 대두되고 있으며 이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국가 역할 강조 등 '공통의 정체성(common identity)'에서 기인한다"고 풀이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런 흐름이 신자유주의 경향의 미국의 역할을 당장 배제한다기보다 미국의 적절한 역할은 필요로 하는 식의 점진적인 '독자노선'으로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 푸단(復旦)대학의 선딩리(沈丁立) 국제문제연구원 상무부원장은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의 신질서'에서 "중국은 역내 안정을 위한 조정자적 역할을 하되 경제·안보적 문제의 다자주의적 해결을 지향할 것이다"고 말했다.

선 부원장은 북한 문제와 관련, "북한의 경우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경제난의 해결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중·일관계와 관련, "자원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양국 분쟁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카하 쓰네오 몬테레이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국제이주와 일본의 다문화주의' 제목의 발제에서 "아주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행 중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정부나 시민단체, 국민을 막론하고 다문화 정책 추진에 소극적이다"며 이에 대한 주된 이유를 선거에 대한 영향 우려 등 정치적인 문제로 설명했다.

아카하 연구원은 "일본에서는 '다문화 공생'에 대한 담론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실제는 한국처럼 고용허가제로의 발전이 아닌 여전히 산업연수생 제도를 고집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온 정기선 국제이민정책연구원(IOM) 연구개발부장은 "일 정부 관리들이 다문화 연구가들의 견해를 정책에 거의 반영하지 않는 점이나 중앙정부가 2006년부터 '다문화 공생 운동'을 벌여 온 지자체들에 대한 재정 지원에 소극적인 것은 한국의 다문화 정책 환경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 밖에 T.J.펨펠 교수(버클리 캘리포니아대)가 '상업용 우주와 안보 관점의 우주'에 대해, 장샤오밍 교수(베이징대)는 '중국과 주변국들: 역사와 패턴, 진전'을, 송규진 교수(고려대)가 '근대 교역시스템 이후의 한중관계 변화' 등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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