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근로자 지원센터 ‘적과의 동침’
2010 02/09위클리경향 862호
ㆍ경총·한국노총 위탁운영 논란… 이주노동자 권익 대변할지 의문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한국노동자총연맹(한국노총) 컨소시엄이 이주노동자를 돕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위탁기관으로 선정된 것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반응이다. 사업주와 내국인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총과 한국노총이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위탁기관으로 선정되자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두 단체는 그동안 이주노동자 인권·복지 향상과는 무관한 행보를 보였으며, 관련 사업 경험 또한 전무하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지원센터 운영 차질은 물론 이주노동자 인권보다 사업주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예상을 내놓았다.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중기경총은 지원센터 설립 반대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에서 겪은 인권침해·임금체불 등과 관련한 상담과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을 맡는다. 또 이주노동자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등 사업을 시행한다. 모든 활동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지원 아래 운영된다. 지원센터로 선정되면 건물의 무료 임대와 연간 3억~8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지원센터는 2004년 서울 구로에 위치한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시작으로 안산·의정부·마산·김해 등 5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은 지난해 12월 인천·대구·천안 지역에 지원센터를 신설, 위탁기관을 모집했다. 심사는 복지 관련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이뤄졌다. 심사 결과 입찰이 유보된 천안을 제외한 인천·대구 지역 위탁기관으로 경총·한국노총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를 두고 경총·한국노총 컨소시엄이 ‘이주노동자’를 위한 지원센터 운영 자격이 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은 “사업주를 대변하는 경총이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문제 등을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주노동자와 관련해 뚜렷한 활동도 없었던 한국노총 역시 자격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의 주장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두 단체 모두 이주노동자 인권보호 및 향상과는 대척점에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2006년에 한국중소기업경영자총회가 고용보험기금은 직업능력개발·실업급여 등 고용보험법상 지정된 사업에만 사용해야 한다면서 지원센터 사업을 반대했다. 사업주가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을 외국인근로자 지원에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 사무처장은 “외국인근로자 지원에 대한 사업주의 입장이 잘 드러난 사례”라면서 “중소기업경총과 입장이 비슷한 경총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이주노동자 관련 사업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사업 경험이 전무한 단체가 운영하는 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교육 사업이 시행된 적이 있다. 하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낯선 단체에서 사업을 벌이면 이주노동자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변 외국인근로자 관련 단체에 이주노동자를 보내달라고 요청해 사업을 진행했다. 그 지역은 상담하러 오는 외국인도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해당 지역에서 꾸준히 외국인근로자 관련 사업을 펼친 단체가 지원센터를 맡아야 한다는 증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복지가의 주장이다. 외국인근로자 관련 사업은 경험이 없으면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관련 사업 경험이 없는 인천경총·한국노총 컨소시엄은 이러한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자격 요건 위해 전문인력 긴급 영입
위탁단체 선정을 담당한 산업인력공단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위탁단체 참가 자격은 공공기금 사용의 투명성과 이주 노동자 관련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이다. 산업인력공단 국제인력본부 관계자는 “경총·한국노총 컨소시엄은 경쟁 단체보다 전문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거액의 예산을 투명하게 사용, 지원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투명성을 높이 샀다는 평가다. 전문성 결여 문제가 제기된 인천 지역에 대해 이 관계자는 “외국인종합상담소를 운영하던 단체도 함께해 전문성에도 문제가 없다”면서 “내·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주가 함께 구성된 최적의 단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성을 갖췄다는 산업인력공단의 평가에 대해 일각에서는 ‘급조’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자격 요건은 맞추기 위해 급하게 전문인력을 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컨소시엄은 인천 지역에서 외국인종합상담소를 운영한 서범상씨(가명)를 위탁심사가 있던 12월 초 인천경총으로 ‘영입’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급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씨는 “2009년 3월부터 이야기가 오갔던 부분”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전문성 결여 문제로 자신과 함께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시인했다. 서씨는 “사업주를 대변하고 사업 경험이 없는 경총·한국노총 컨소시엄과 함께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실무에 참가해 지원센터 운영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경총 관계자는 사업주 이익을 대변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지원센터는 고용보험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업주 입장도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지원센터는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사업주와 내국인근로자 지원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다. 관계자는 “지역 민간단체가 할 수 없는 사업주 교육 등을 통해 사업장 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위탁기관 선정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11월에 선정된 마산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도 시작부터 갈등을 겪었다. 마산의 경우 도내 전문기관인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등이 아니라 전문 경험이 거의 없는 통도사 자비원으로 선정됐다. 이후 지역센터 입주부터 주민의 반대를 겪는 등 혼란을 겪었다. 결국 지역 시민단체의 민원에 의해 선정 과정에 대한 감사까지 벌어졌다. 현재는 이주노동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마산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사업 초반에 입주 등 문제로 6개월 가량 운영에 차질을 겪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찾아가서 상담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대 설동훈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확한 자료도 없이 잘못된 선정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전문성 없는 단체가 지원센터를 맡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과거 지원센터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던 설 교수는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능력과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에 대한 전문성 모두 갖춘 단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설 교수는 또 “투명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참가 자격을 강화하고 선정 이후에도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사후 감시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