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성애 파키스탄인 난민 인정” 판결
bullet03.gif 송경화 기자 btn_sendmail.gif
동성애를 금지하는 국가에서 온 동성애자의 난민 신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법무부와 법원은 주로 정치적 이유로 난민 신청을 받아들여 왔는데, ‘성적 취향’ 때문에 난민 신분이 인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정형식)는 파키스탄인 남성 ㄱ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난민 인정 불허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소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파키스탄 형법은 동성애에 대해 종신형 또는 2~10년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슬람 율법에서는 태형, 구금형 또는 사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ㄱ이 파키스탄으로 강제송환될 경우 이슬람교인들 및 파키스탄 정부 등으로부터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ㄱ은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ㄱ은 이성과 결혼해 자녀 4명을 뒀지만 동성과 사귀다 경찰에 체포당하기도 했다. 그는 가족들한테서 동성애 사실을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받게되자 1996년 한국에 입국했으며, 한국에서도 파키스탄 출신자들한테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ㄱ은 불법체류자 단속에서 적발된 뒤 법무부에 난민 인정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