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이주노동자·경찰 격렬충돌… 수십명 부상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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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노동자 타지역 대피등 소요사태 심화

이탈리아 남부에서 아프리카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 수십명이 다치고 수백여명이 타 지역으로 대피하는 등 소요사태가 심화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주 로자르노 지역의 귤 생산지에서 일하던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 한 명이 현지 젊은이들이 쏜 총에 맞아 부상하자, 이에 분노한 이주 노동자 수백여명이 거리로 나와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8일 경찰이 진압에 나서면서 “곤봉으로 구타당하거나 총탄에 맞아 다친” 이주민 31명을 포함해 현지인 17명, 경찰 19명 등 최소 67명이 부상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사태가 악화되자 9일 로자르노 지역의 이주 노동자 900여명을 특수 버스를 이용해 170㎞ 떨어진 크로토네와 400㎞ 떨어진 북부 플리아주 바리 지역으로 대피시켰다.

현지 경찰은 추가로 210여명의 이주민들이 로자르노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지는 10일 로자르노의 이주 노동자들이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마피아의 횡포로 종종 총상을 입는 등 이들의 치안상태가 열악하다고 전했다. 가나에서 온 프란시스(25)는 로자르노를 떠나는 길에 “200유로의 빚을 졌는데 너무 무서워서 더 머물 수 없다”면서 “여기에 일하려고 왔지만, 지금 사람들은 우리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고 말했다.

로자르노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는 대개 아프리카 가나와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마피아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고, 일당으로 20유로(3만5000원)를 받는다. 임금 가운데 5유로는 일자리를 알선해 준 대가로 마피아에 내야 한다. 이들은 별도의 거주시설이나 전기, 식수 등을 제공받지 못한 채 폐공장이나 빈 집에서 노예처럼 생활해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베르토 마로니 내무장관은 “이번 사태는 불법 체류자에 대해 너무 관용을 베풀어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지도자인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는 “내무장관은 틀렸다. 우리는 마피아와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유일한 흑인 장관인 장 레오나르드 투아디는 “정부가 이번 사건을 이주 노동자들이 이탈리아에 머무를 수 없게 추방하는 것으로 이용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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