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지원센터는 난민 가두는 '난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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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영종도에 건립을 추진 중인 '난민지원센터'가 정작 난민들의 사회 정착을 어렵게 하고 이질감만 조장하는 등 '격리수용시설'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섬 속에 난민지원센터, 외부와 차단 우려

난민인권센터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2012년 말까지 120억 원을 들여 인천 중구 운북동 영종도에 6612m²규모의 '난민지원센터'를 짓기로 했다.

이같은 법무부 계획에 대해 난민센터를 영종도에 건립하는 것은 난민들의 사회 정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난민인권센터측은 "영종도는 외부와 접근성이 떨어져 난민과 바깥세상을 차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난민은 지역민들과 사회적으로 접촉하거나 교류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며 법무부의 안을 반대하고 있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난민지원센터가 들어설 영종도 부지 인근에는 갯벌과 군부대가 전부"라면서 "센터 건립 계획에 따라 난민 자격을 심사하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난민실마저 영종도로 옮겨지면 난민들의 불편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법무부는 지난해 중순 경기도 파주시에 난민지원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영종도를 센터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



  •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난민지원센터가 주민들이 반대하는 '혐오시설'이라는 것을 법무부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며 "진정 난민을 위한다면 아무도 살지 않는 영종도보다는 지역 사회에 센터를 건립해 난민들의 재정착을 돕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 "난민 인정도 안하면서… " 빈축, 실질적 지원해야

    법무부가 난민 자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 센터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 15년 동안 법무부는 난민 인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며 "법무부가 난민지원센터에 수용 예정인 140명은 3~4개월 동안 머물다 어차피 내쫓길 운명"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난민 자격을 부여하는 '합법적' 난민 수를 대폭 늘리지 않는 이상 이 센터의 건립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난민 신청을 한 2,492명 중 난민 자격을 인정 받은 사람은 1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175명에 불과했다.

    센터의 건립 및 운영에 쓰여질 비용으로 차라리 당장 어려움에 처한 난민들을 돕는 게 실효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난민인권센터 측은 "건립비용 120억 원을 비롯해 해마다 운영비에 20~30억 원씩 쏟아붓는 것보다는 난민 심사 대기 중인 300여 명에 대한 주거 및 의료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국가가 통제하는 대규모 시설보다는 안산 등 거점 지역에 센터를 만들어 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아울러 사회에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영종도 부지에 조만간 4차선 도로가 생기고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등 개발이 진행 중"이라며 "센터가 완공될 2012년쯤에는 교통 불편이 완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난민수용기간에 대해서는 "센터는 난민 신청자들이 심사 기간 동안 대기하는 '초기 임시숙소'와 마찬가지"라며 "최대 수용기간인 4개월을 초과 거주한 난민에 대해서는 생계비를 지원하거나 조건부 취업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africa@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