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D-100일...떨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정부 당국 집중 단속 인권침해 도 넘어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도를 넘고 있다. 정부 당국이 G20 성공적 개최을 명분으로 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다.

    특히 집중 단속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번번히 일어나는 것은 물론 합법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에게도 막무가내 단속이 이뤄지면서 G20 개최국으로서 이미지만 손상되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외국인 밀집 지역에 대해 미등록체류자를 포함해 외국인 중 우범자, 도검 소지.휴대자, 절도, 조폭, 갈취, 폭렴 사범, 마약사범, 성매매 사범 등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G20 정상회의를 대비해 치안 확립을 명분을 내걸고 외국인 범죄가 급증해 외국인 범죄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 2008년 기준으로 보면 외국인 범죄율은 국내 전체 범죄에서 1.65%를 차지해 미미한 수준이다. 설령 외국인 강력 범죄가 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명분으로 해서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단속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주장이다.

    죄없이 가두고, 죄 뒤집어 씌워 강제 추방하고

    특히 합법 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들까지도 자의적인 단속을 벌이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몽골 유학생 A씨의 경우는 무차별적인 단속으로 인한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다.

    유학생 A씨는 지난 5월 3일 치욕적인 일을 당했다. A씨는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 갑자기 들이닥친 6명의 남자로부터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는 등 위협을 받았다. 수중에 비자가 없어 외국인등록번호를 가르쳐줬음에도 이들은 핸드폰을 빼앗고, A씨를 막무가내로 버스로 끌고 갔다. 버스 안에는 A씨와 같은 외국인들이 수갑을 차고 있었다. 단속반에서 나왔다는 이들은 A씨에게 수갑을 채우려고 했지만, 비자가 있다고 반항해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 아무런 설명없이 1시 30분을 달린 버스는 서울 목동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했다. A씨는 자신이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꼼짝없이 출입국 사무소에 갇힌 신세가 됐다. 담당자와 연결을 시켜주라는 요구도 묵살됐다. A씨는 꼬박 하루를 출입국 사무소 보호실에 보냈다. 그리고 하루 뒤 출입국 사무소 직원은 아무런 설명없이 보호실에서 나가라고만 했다. 신분상에도 하자가 없는 몽골인 유학생을 잡아놓고 문제가 커지자 아무런 조치 없이 풀어준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G20의 제물인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이주공동행동이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연 G20 관련 이주노동자 합동단속 대응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이주노동자 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1년이 넘은 일을 끄집어내 경찰이 유학생을 절도범으로 몰아 강제로 추방시킨 사례도 있다.

    지난 2007년 한국에 온 몽골인 에르데네(Davaajav Nyam Erdene)(33)씨는 자신이 절도범이 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피아노를 전공하고 콩쿠르에 입상한 적도 있는 유능한 청년이었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한국에 왔지만, 대학원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 교회 목사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대학교 어학원에 등록했다. 그는 외국어대학교 학생 식당에서 점심을 먹곤 했는데, 2008년 어느날 화장실 가는 길목에 떨어져 있는 컴퓨터 하드 디스크 주워온 게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릴 줄은 몰랐다. 학교 측은 CCTV 자료를 통해 그를 절도범을 몰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그를 경찰서로 데려가 간단히 조사했다. 가벼운 사건으로 끝난 줄 았다. 하지만, 갑자기 1년 뒤 재판을 받아야 하다며 그를 강제로 끌고 갔다. 그는 재판장에서 학교 내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다른 절도 사건의 범인으로 돼 있음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실형 8개월이라는 판결을 받은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그는 결국 강제 출국을 당했다.

    G20 성공적 개최가 무엇이길래

    이주민 인권침해 감시단 'Cat-Eye'에 따르면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 단속 사례도 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불심검문, 야간과 새벽 단속, 공장과 주거지에 대한 무단침입, 심지어 출입국 직원에 의한 폭행사건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Cat-Eye'의 증언이다. 'Cat-Eye' 더 이상 정부의 무차별적인 강제 단속을 두고 볼 수 없어 지난 6월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B씨는 지난 6월 1일 단속 반원들이 공장을 급습하는 과정에서 창문을 빠져나오다가 굴러 떨어졌다. 단속 반원들은 수갑을 채웠던 B씨가 피를 많이 흘리자 현장에서 풀어줬다.

    산재를 신청 중인 외국인 노동자도 무차별적인 단속을 피할 수 없었다. 외국인 노동자 C씨는 외국인 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6월 단속반에 의해 수갑이 채워졌다. 지난 5월 감해에 있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 손가락을 다쳐 산재 신청 중이라고 밝혔고, 출입국 사무소에 와서도 요양신청서를 제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출입국 직원들이 단속을 벌일경우 신분증과 긴급보호명령서 제시해야 하지만, 이같은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주노동자 탄압하는 G20은 기만이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이주공동행동이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G20 관련 이주노동자 합동단속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집중 단속이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며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이정원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외국인 범죄를 단속한다면서미등록체류 노동자를 잡아들이는 악의적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집행위원은 "정부 당국이 외국인 범죄의 실체가 많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건 같지도 않는 것을 범죄 건수로 올려놓고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성과를 올릴 수 있겠지만,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와 연결시켜 범죄화의 한 축의 배경으로 작용해 이주노동자들의 탄압과 차별의 근거로 사용할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공동행동 등은 "한국 정부는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겠다면서 오히려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인권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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