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사장님 나빠요”
강제출국당한 네팔 노동자 7명
“퇴직금 안주려고 불법체류 신고”

네팔 출신 노동자 A 씨(31)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장에서 6년 동안 소 창자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빼내는 일을 했다. 하루 종일 이 일을 하다 보면 냄새에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처음에 110만 원이던 A 씨의 월급은 6년 동안 10만 원이 올랐다. A 씨는 8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뒤 퇴직금을 달라고 했지만, 회사는 “퇴직금은 그동안 준 월급에 포함돼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주노조 노동상담소 윤선호 노무사는 “이는 엄연한 불법이며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한 꼼수”라고 말했다.


발만 동동 구르던 A 씨에게 최근 가슴 아픈 일이 또 생겼다. 친형처럼 가까이 지내던 네팔인 바크타 푼 씨(43)와 푼 씨의 동료 6명이 7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게 단속돼 14일까지 모두 강제 출국당했다.


A 씨는 2004년 가락시장의 U산업에 취직한 푼 씨를 처음 만났다. 푼 씨는 소를 4등분한 고기를 지고 나르는 일을 맡았다. 오전 4시부터 오후 7시까지 130kg이 넘는 쇠고기 덩어리를 냉장고에서 냉동차량으로 날랐다. 월급은 140만 원, 야근과 토요일 근무까지 하면 180만 원 정도였다. 푼 씨는 이 돈으로 고향의 아내와 아들, 딸을 부양했다.


하지만 푼 씨 역시 퇴직금이 발단이 됐다. 푼 씨 등이 출국 전 이주노조 노무사에게 남긴 진술서에 따르면 6일 이 회사의 이사와 대리는 이들에게 ‘퇴직금 수령 문서’에 강제로 사인을 하라고 했다. 이들은 퇴직금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다음 날인 7일 오후 근무를 마치고 함께 사는 송파구 문정동의 다세대주택으로 돌아온 이들을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진술서에서 “회사에 다른 외국인 노동자도 있는데 퇴직금 수령 사인을 하지 않은 우리만 잡혔다. 회사 측에서 구해 준 집이라 회사 사람이 아니면 주소를 알 수 없다. 단속된 다음 날 근처 회사 사장이 그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U산업이 신고했다’고 말했다”고 썼다. 또 “회사 내에서 단속되면 회사가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들이 사는 집을 신고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기업 “신고한 적 없다”


U산업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급여계산에 퇴직금이 포함돼 있다는 투로 최근 이들에게 얘기한 적은 있지만 회사는 이들이 불법 체류자라고 신고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14일 강제출국당한 네팔인 근로자들의 진술서에는 “회사에서 별 문제없이 열심히 일했고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 부디 진실이 밝혀지고 잘못된 것이 바로잡히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쓰여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