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살며 정든 고향 됐는데 ‘국외자’라며 연행 소름끼쳐” 김지환기자 baldkim@kyunghyang.com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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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보호소에 갇힌 ‘다문화’ 미누 전화인터뷰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미누(38)가 불법체류자로 붙잡혀 법무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힌 지 16일로 8일이 지났다.

미누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 20대, 30대를 거의 한국에서 보냈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는 15, 16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경향신문은 미누를 면회하러 간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 관계자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며 그는 보호소 내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왔다.

미누는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발음과 억양에 어색함이 없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한국인 친구들이 바리바리 싸들고 와 외롭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이주노동자방송국에 출근하다가 미리 기다리고 있던 단속반원들에 의해 연행됐다. 표적 단속이었다. 미누는 갑작스러운 연행에 대해 “한국 정부가 ‘너는 아웃사이더’라고 지적한 것인데 소름이 끼치고 무섭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반정부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누는 “사람이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게 표현의 자유라고 알고 있다. 이걸 반정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과 이주민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문화활동을 했을 뿐이다.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한국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숨어서 한 것도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가 좋은 곳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활동했다. 이걸 (정부가) 이해 못하는 게 아쉽다”고 했다.

강제 추방될지도 모른다. 미누도 이 부분을 두려워했다. 그는 “18년을 살아오며 이제 한국은 내 고향이 됐다”고 했다. 이어 “선진국을 지향하고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설마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누 석방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씨는 미누를 네팔로 돌려보내는 것은 아마존 정글에 던져놓는 것과 같다고 했다. 미누는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네팔에는 생활 기반이 전혀 없다. 지금 내 삶의 터전은 한국”이라고 말했다.

석방운동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미누는 “너무 고맙고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특별체류허가가 나고, 석방이 된다면 무엇을 할지 물었다. 그는 “11월이면 내가 활동해 온 ‘스탑 크랙다운’ 밴드 창립 6주년이 된다. 한국인 음악 친구들과 함께 우정의 콘서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환기자 baldkim@kyunghyang.com


MB “불법체류자 활개쳐선 안돼”… 단속·추방 급증 구교형기자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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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계도활동은 급감… “최소한의 인권보장 장치도 없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불법체류자에 대한 출입국 관리정책이 ‘계도’보다는 ‘단속’ 위주로 전환되고 있다. 단속 숫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계도 활동에 투입되는 인력과 대상업체는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된 불법체류자 수는 3만2591명으로 2007년(2만2546명)에 비해 44.5% 늘어났다.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강제퇴거된 이주자도 3만561명으로 그 전 해(1만8462명)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현장방문 계도활동은 크게 줄었다. 계도 활동은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일선 업체들을 찾아가 합법고용 절차와 불법고용에 따른 불이익을 사전에 통보해주는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계도활동은 2007년에 2810명이 투입돼 7만7632개 업체를 방문한 데 비해 지난해에는 2696명이 투입돼 1만8934개 업체를 계도하는 데 그쳐 전년도 대비 실적이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활개치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된다”며 특별대책을 세울 것을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법무부는 즉시 ‘불법체류자 감소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특별대책단을 구성, 전국 16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단속 인원을 할당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펼쳤다.

지난해 9월 법무부·경찰·노동부 등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회의에서는 매년 상·하반기 2차례에 걸쳐 불법체류자에 대한 정부 합동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동안 불규칙하게 운영돼 왔던 정부 합동단속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관련 사항을 ‘제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에 반영하는 등 ‘싹쓸이 단속’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법무부는 지난해 5~7월 및 11~12월 두 차례에 걸쳐 5개월 동안 마석 성생공단·안산시 원곡동 일대 등 불법체류자 밀집지역에 대한 합동단속을 벌여 1만5976명을 검거했다.

단속된 이주노동자 중에는 노조활동을 벌인 사람들도 다수 포함됐다. 지난해 5월 서울·경기·인천지역 이주노조의 집행부 간부로 활동했던 네팔인 2명은 강제출국조치됐다. 이들은 불법체류자 단속 중지와 입법 촉구 행사를 개최하는 등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집중단속 대상이 됐다.

이주노조 정영섭 사무차장은 “현 정부 들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점점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인권보장이나 권리구제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실적주의 원칙에 따라 무차별적인 단속만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엄정한 법집행을 수행한다는 차원에서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을 뿐 과거와 비교해 큰 틀에서 원칙이 바뀐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구교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