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에 두번 우는 다문화가정http://migrant.kr/?document_srl=274182009.09.15 10:10:42 (*.142.108.180) 230언론사 내일신문  
보도날짜 2009.09.14  
기자명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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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날 자녀 학교에 보내지 말라”

이주민들 근거없이 감염자 취급
외국인강사 시간마다 체온 측정

신종인플루엔자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사례가 늘면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8월에는 경기도 한 초등학교의 담임교사가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태국인인 학생의 가정에 전화해 개학하는 날 등교를 만류한 사례가 있었다. 담임교사는 태국인 어머니 때문에 다른 학부모들이 신종플루에 자녀들이 감염될까 우려하니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태국인 어머니는 최근 해외여행을 한 적도 없고, 이미 한국에 거주한 지 10년 이상 되는 사람이다. 단지 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종플루 환자로 의심받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자녀 역시 어머니가 태국인이라는 이유로 신종플루 환자로 의심받은 셈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학교에서 만약 그런 식으로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고 해도 담임 선생님이 나서서 학교를 설득했어야 한다”며 비판했다. 이주민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평소에는 외국인이나 그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 하다가도 특정 위기 상황에서는 내국인과 차별하는 심리, 행동이 ‘신종플루’라는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학원에서는 신종플루 감염을 대비, 외국인 강사들에게 한국인 강사들과 다른 지침을 내렸다. 한 학원에서는 매 시간마다 외국인 강사들에게 체온을 재서 보고하게 한다. 또 외국인 강사들은 해외에 나갈 수 없게 하고 있다. 만약 꼭 나가야 한다면 다녀와서 2주 동안 무급 휴가를 사용하도록 한다. 이 모든 규정은 한국인 강사들도 근무하는 학원에서 외국인 강사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관계자는 “(일부 한국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신종플루에 감염됐을 확률이 더 높다고 느끼고 있다.

흔히 에이즈가 외국인들이 옮기는 질병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전염병이 돌면서 근거 없이 외국인들에게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 관계자는 “인천세계도시축전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이유로 반대하기도 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영 사무처장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면서 이주노동자나 이주여성들을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범죄자’ ‘감염자’라고 의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오히려 신종플루 확산을 맞아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건강권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처장은 “우리 사회가 다문화에 대한 경험이나 학습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에 대한 인식을 우리가 먼저 개선하고 동반자로 대해야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