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로 변하는 한국
보도날짜 2009.09.09  
기자명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원문보기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9&no=473241  


한국 거주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이 순수 혈통을 자랑하는 ‘단일 문화’ 사회에서 점차 혼혈의 ‘다문화 사회’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지난 5월 1일 현재 110만688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외국인 수를 처음 공식적으로 조사 발표한 시점인 2006년의 53만6627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국내 거주 외국인 중 83.6%에 달하는 92만5470명은 90일 이상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 국적자다. 하지만 귀화 등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 출신 국내 주민도 7만3725명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한다. 게다가 합법적으로 입국했으나 체류 기간이 지나도록 출국하지 않은 불법 체류자도 8만9270명이나 포함된다.

국적별 분포를 보면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국적자가 가장 많다. 이는 62만4994명으로 전체 외국인 주민의 56.5%에 해당한다. 그 다음으로 동남아시아 21.2%, 미국 5.4%, 남부아시아 3.9%, 일본 2.4%, 대만·몽골 2.1%, 중앙아시아 1.8% 순이다.

증가 추세를 보면 미국인이 제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대비 증가율이 119%를 기록했으며, 중앙아시아 33.4%, 남부아시아 31.7%, 중국 21.2%, 동남아시아 19.1% 순으로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외국인 근로자를 성별로 구분하면 전체적으로는 남성이 67.1%로 절대다수지만, 중국은 여성이 44.1%로 남성과 거의 대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결혼 이민자들도 늘고 있는데 현재 중국이 54.8%로 제일 많고, 동남아시아 32.1%, 일본 4%, 몽골 1.8%, 중앙아시아 1.5% 순이다. 결혼 이민자는 여성이 87.9%를 차지한다.

국적취득자 역시 중국인과 여성이 대다수다. 총 국적취득자 중 중국인 비율은 85.3%에 달한다. 다음으로는 동남아시아 9.4%, 대만 1.2%, 일본 0.9%, 남부아시아 0.5% 순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78.6%를 차지한다.

전체 외국인 주민들은 대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전체 외국인의 65.1%가 수도권에 살고 있으며, 특히 서울에 전체의 30.3%가 삶의 터전을 잡고 있다. 기업체, 공단, 대학 등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까닭이다. 서울 중에서도 영등포, 구로, 금천, 관악 등은 외국인이 2만명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 다수 거주지역이다.

외국인 거주자들이 증가하는 것은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다. 국내 인구증가율이 급속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국인 거주자 증가는 부족 근로 인력 충원, 소비 진작 효과 발생, 국내 문화적 다양성 증진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특히 세계 각국이 하나로 통합되는 글로벌 시대에 다문화 기반이 성숙되면 그만큼 한국의 대외 경쟁력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도시 경쟁력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진 뉴욕, 런던, 도쿄, 파리, 워싱턴, 싱가포르 등은 대부분 외국인 거주 비율이 다른 도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뉴욕은 인구 중 외국인 거주자가 34%, 런던은 31%에 달한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까지 외국인 거주자들이 주는 긍정적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들을 위한 주거, 교육, 행정, 의료 환경이 아직까지 미흡하고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이 부족한 것이다.

앞으로 주요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이 늘어나 한국의 대외 개방 속도가 빨라지면 국내 외국인 거주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수하고 능력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매력을 느끼고 애착을 갖도록 제반 여건을 만드는 정책적 노력을 배가해야 하는 이유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