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00만> ③ 국민인식 개선 필요
http://migrant.kr/?document_srl=270592009.08.25 08:58:53 (*.142.108.180) 920언론사 연합뉴스  
보도날짜 2009.08.25  
기자명 이상원 기자 leesang@yna.co.kr  
원문보기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09/08/24/0200000000AKR20090824138300026.HTML?did=1195r  

지원 사각지대 해소..남편.시어머니학교 필요

"외국인과 혼혈을 차별하는 단일민족 국가 이미지를 극복하라"
2007년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 정부의 `인종차별철폐조약' 관련 이행보고서를 심사하고서 발표한 권고 보고서의 요지다.

   외국인 주민 100만 명 시대를 맞은 지금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다시 한국에 관한 보고서를 낸다면 어떤 내용을 담을까? 외국인에 대한 인식 수준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낮고 차별은 여전하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 다문화 국가 선택 아닌 필연
올해 5월 1일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110만 6천884명으로 주민등록 인구(4천959만 3천665명)의 2.2%에 불과하다. 50명 중 1명꼴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낮은 비율이다.

   하지만, 거주 외국인 증가 속도와 저출산·고령화라는 우리의 사정을 고려하면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 됐다는 데 이견이 없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1997년 38만 명의 3배 정도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께에는 300만 명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2020년께 국내 거주 외국인 숫자는 산술적 전망을 훨씬 웃돌 가능성이 크다.

  
◇ 블랑카는 아직 있다..이중잣대 문제
이처럼 우리 사회는 단일 문화에서 다문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지만, 다문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은 아직 낮다.

   거주 외국인의 52%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은 임금 체벌과 폭력에 시달리는 등 수년 전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던 블랑카의 목소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다문화 가족 2세에 대한 따돌림은 여전하고 외국인에 대한 이중잣대도 문제다.

   서울 남대문의 케밥 집에서 일하는 수단인 아흐메디 세이드 씨는 "공장에서 일했는데 돈을 주지 않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은 이들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부분 맞아가면서 일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쫓겨났거나 임금을 떼어먹고 도망간 한국 사장을 찾아다닌다.

   한국 남편과의 사이에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필리핀인 메리조이 아파르티 씨는 "한국 아이들이 같은 한국 사람인 아들을 `필리핀 사람'이라고 때리고 놀린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인 마흐무드(가명) 씨는 "목욕탕에도 갈 수 없다. 피부색이 하얀 우즈베키스탄인은 문제가 없지만, 피부색이 다른 우리가 가면 한국 사람들이 나가버린다"며 "홍대 앞 클럽의 백인 외국인과 공단이나 시골에서 일하고, 아이 낳고 사는 외국인이 뭐가 다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정책 사각지대 해소..국민의식 개선 급선무
외국인과 다문화 가족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제대로 통합하려면 이들을 위한 제도와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다문화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법제 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무엇보다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외국인과 다문화 가족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 가족에 대한 정책의 집행은 여러 부처에서 해야 하지만 정책 수립은 한 곳에서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족에 대한 정책의 얼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구체적인 상황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제도와 정책의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3D(Dangerous, Difficult, Dirty) 업종의 작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이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산재비율이 높고 오지에 살거나 자녀가 있는 다문화 가족의 외국인 부모는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단체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교육을 받는 데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는 국회 다문화포럼의 대표인 한나라당 진영 의원은 "현장에서 다문화 정책을 통합 관리하려면 국회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다문화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족 담당 부처는 법무부, 여성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7-8개고 관련 법규도 외국인처우기본법, 국적법, 출입국 관련법, 외국인고용에 관한 법, 다문화가족지원법, 국제결혼중개업법 등으로 흩어져 있다.

   전문가들은 또 이주민과의 종교·문화적 이유로 갈등을 빚는 유럽이나 미주 지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족을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다문화센터의 이현정 부소장은 "다문화가 인종, 정치, 인권, 사회, 대중문화, 철학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과 입체적으로 연결된 만큼 단일민족 국가이미지를 떨쳐내고 열린 마음으로 이주민들과 소통하고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어떤 정책이나 법률보다도 국민의 의식 개선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족만큼, 한국 사회도 이들을 이해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르티 씨는 "다문화 가족 아이들을 위한 지원도 좋지만, 한국 아이들에게 피부색이 다른 인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문경에서 다문화 가족의 아이들을 위한 `높은 뜻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류명옥 원장은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했다면 최소한 캄보디아 어로 인사할 줄 알아야 한다"며 "남편학교, 시어머니학교를 열어 새로운 가족의 문화를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