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뺏긴 엄마 마음, 법원은 알까?
[주장] '베트남 여성 씨받이' 논란 관련 법원의 기각 판결을 접하고

지난 15일 각종 포털사이트 및 신문지면에는 눈에 띄는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씨받이 논란' 베트남 신부 양육권 패소'가 그것. 한국인이며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남자'인 내가 봐도 충격적인 뉴스였다.

먼저 이번 사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당시 47살이었던 B씨는 부인이 아이를 갖지 못하자 이혼을 하고 이후 베트남 신부 A씨를 들인다. 한국으로 시집을 온 A씨는 곧 B와의 사이에서 첫째 딸을 출산하고, B씨는 첫째 딸을 전처인 C씨에게 맡겼다. 이후 A씨는 둘째 딸을 출산하지만, 둘째 딸 역시 B씨의 전처인 C씨에게 인도돼 양육되고, A씨는 둘째 딸을 낳은 지 10일 만에 남편인 B씨에게 이혼요구를 받았다. 결국 B씨는 A씨와 이혼을 하자마자 전처와 재결합을 했다.

이후 베트남신부 A씨는 남편을 상대로 양육자변경심판청구를 냈지만, 이번 소송을 담당한 서울 가정법원 가사22단독 신한미 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신 판사는 결정문에서 "아이들이 새엄마와 친부 등과 맺고 있는 관계를 고려할 때 현재 상황을 바꾸기는 어려워 청구를 기각한다"며 "다만 친모로서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전남편의 집에서 아이들을 만날 면접교섭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엄마 마음 무시한 '베트남 씨받이' 논란 법원 판결

이번 판결은 국내에서 이주여성들의 위치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이번 사건의 원고가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 여성이었다면, 법원이 같은 판결을 내렸을까. 자식 사랑은 피부색에 따라 그 농도가 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를 보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한국인이나 베트남인이나, 필리핀인이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어머니의 마음은 무시한 채 현실적인 측면과 경제력의 논리에만 입각해 판결을 내렸다.

십수 년 전, 한국에도 급격한 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농촌은 점점 황폐화돼 가고 고령화돼 갔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서울로 가면서, 농촌으로 시집오는 여성들도 줄었다. 이는 결국 농촌 총각이 결혼을 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이어졌고 베트남 여성이나 필리핀 여성을 신부로 들이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다문화 가정을 이룬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늘어나는 다문화가정과 이주여성들, 그러나 이들의 인권은 보호되지 않는다. 이주여성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가장 크게 겪는 문제가 바로 언어 관련이다. 조선족들을 제외하고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경우는 없으며 그에 따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기도 힘들고 한국사회에 흡수되기도 어렵다. 특히 여러 민족들이 엉켜 살지 않는 우리나라의 전통상 얼굴의 생김새가 약간 다르고 말이 어눌하면 그 차별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다문화가정, 그들을 문화와 법 사각 안에 가둬선 안 된다

이번 판결에 대해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조직팀장은 "이번 사건은 한국남성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심판이 아닌 양육권만의 문제였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아이의 입장을 고려 누구에게 키워지는 것이 좀 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또한 아이가 안정적인 가정에서 살아갈 수 있느냐라는 측면만을 고려한 것 같다"며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주여성이 양육권을 받아내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현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허 팀장은 이어 "하지만 이것과 별개로 면접교섭권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는 그녀의 생모로서의 지위를 확실하게 인정한다고 판결한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남성의 법적인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이 열리게 된다면 이러한 판결이 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A씨의 전남편 B씨는 재판부의 면접교섭권 인정조차 불복하여 항소를 했다고 한다. 나중에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이번 판결이 주는 영향은 큰 것이다. 혹 이와 같은 목적으로 이주여성을 찾는 사람들이 또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인신매매성 국제결혼'이 문제가 돼 베트남 정부가 국제결혼을 금지했다고 한다. 엄연한 한 명의 인간이자 고유한 인권을 가지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계속 이런 대접을 받는다면 '한국 기피 현상'이 생길지도 모른다.

앞으로 이주여성을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면 이주여성들에 대한 법률적, 문화적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신부들과 다문화가정. 그들을 더 이상 문화와 법의 사각 안에 가두어 놓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