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도 자 료
- 발신처 : 구속노동자후원회/이주노동자노동조합
- 발신일자 : 2006. 2. 3
- 문의 : 018-238-6204(이광열/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밤도 낮도 모른 채 우린 하루 종일 갇혀 지내요!”
가축도 살 수 없는 환경에 이주노동자를 가둬 놓는 인천출입국 관리소

1. 화려한 영종도 공항 주변, 정부합동청사 내에 위치한 인천출입국관리소에 수용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창문도 없는 비좁은 사방에서 운동시간도 보장받지 못한 채 하루 종일 가축처럼 갇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는 독립된 면회시설조차 없다. 조사과 사무실 출입구 옆 비좁은 통로에서 면회가 이루어지는데 그나마 사무실 출입구와 겹치다 보니 조사과 직원들이 수시로 이곳을 드나들며 시끄럽게 떠들거나 심지어 대화에 끼어들어 면회를 방해하기까지 한다. 직원들의 이런 행위에 대해 면회객들이 항의를 할 때면 그들은 매우 고압적인 태도로 “우리 사무실 우리가 지나가는 데 뭐가 잘못되었느냐?”며 더 큰 소리를 치고 있다.  

2. 지난 2월 2일 구속노동자후원회,민주노동당 광진,성동지역위원회,이주노조 활동가들은 사흘 전 서울 성수동에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라는 이유로 공장에서 일하던 도중 붙잡혀 이곳에 수감된 이주노조 조합원 이슬람 라피쿨(35)을 면회하기 위해 왔다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였다.

3. 햇볕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어둡고 불결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지내다 보면 가축들조차 스트레스를 받아 없던 병까지 생기게 마련인데 하물며 사람들을 이런 곳에 가두어 놓는 다는 것은 문명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기결수들도 행형법에 따라 하루 한 시간의 운동을 보장받고 있다. 어떤 재판도 받은 바 없는 사실상 자유인인데다, 출국 때까지만 ‘보호’하고 있는 이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이런 환경 속에 가두어 놓고 운동조차 시키지 않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가 아닐 수 없다.

4. 인천출입국관리소 진영호 조사과장은 직원들이 출입구를 드나들며 면회를 방해한 것에 대해 “아직 숙달이 안 되어 그렇다.”고 답변했고 창문,운동시간 보장 문제에 대해서는 “건물이 출입국관리소 시설로 지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창문을 설치 할 수도 없고 실외 운동시설을 만들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이곳에 입주한지도 7년째가 돼간다. 게다가 이 건물은 개인 건물도 아닌 정부합동청사다. 수용된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예산이 얼마가 들건 하루 바삐 환경을 개선해야 마땅하고 그럴 수 없다면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 한다.

5. 이날 조사과장과의 면담이 있은 지 몇 시간 후 이슬람 라피클은 화성보호소로 이송되었다. 환경을 개선하려 하기 보다는 “골치 아픈” 수용자를 보내버리는 것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구속노동자후원회와 이주노조,이주노동자를 후원하는 인권,사회단체들은 인천출입국관리소의 즉각적인 시설,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요구가 받아들여 질 때까지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소를 상대로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첨부자료 1. 인천출입국관리소 방문 보고서)

“밤도 낮도 모른 채 우린 하루 종일 갇혀 지내요!”
- 가축도 살 수 없는 환경에 이주노동자를 가둬 놓는 인천출입국관리소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또 다시 극성을 부리면서 지난 1월 31일, 서울 성수동에서는 공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13명이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봉고차에 태워져 끌려갔다. 그 가운데는 이주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했던 이슬람 라피클(35)도 끼어 있었다.(동료들은 그를 ‘재키’라고 부른다) 서울 고법에서 “불법 체류 외국인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기 하루 전 날이었다. 재키의 연행 소식을 들은 민주노동당 광진·성동 지역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이주노조 활동가들은 아침 일찍 그를 면회하기 위해 인천출입국관리소를 찾았다. 재키는 끌려오던 날,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동네에 들이닥쳐 그가 일하는 곳(성원정밀)이 어디냐며 캐물었고 누군가가 손짓으로 가리키자 한꺼번에 달려들어 재키와 함께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을 전부 잡아갔다고 한다. 재키가 끌려간 곳은 인천 영종도 공항 주변 정부합동청사 3층에 위치한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였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영종도 공항 근처 정부합동청사에 3층에 위치해 있다. 찾아 가는 길에는 이정표 하나 붙어 있지 않아 물어물어 겨우 찾아갈 수 있었다. 말끔하게 세워진 고급 빌딩에는 인천시내 3곳의 경제자유구역을 관장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입주해 있다. 100조 원대의 기업인 투자를 유치하겠다며 인천시가 야심차게 설립한 관청이다. 주변에는 72홀의 대형 골프장, 테마파크 공원, 즐비한 특급호텔, 백화점, 할인점 등 부자들의 화려한 놀이터가 펼쳐져 있다. 하지만 “코리안 드림”을 가슴에 안고 찾아왔다가 빚만 진 채 쫓겨나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이곳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이곳에 있는 3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은 창문도 없고 하루 종일 햇볕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좁은 방안에서 하루 종일 갇혀 지내야만 한다. 면회를 하기위해 들어선 면회실은 말이 면회실이지 조사과 사무실 옆으로 나 있는 좁은 통로였다. 그나마 사무실 출입구와 연결 되어 있어 면회를 하건 말건 직원들은 수시로 드나들며 마구 떠들어댄다. 그들은 이따금씩 면회 광경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끼어들기도 한다. 가뜩이나 플라스틱 칸막이 때문에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는데 출입국 직원들이 지나가며 한마디씩 떠들어대는 소리에 대화는 여러 차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조용히 좀 하세요!”라고 한마디 했다. 그러자 직원들은 눈을 치켜뜨며 보여 달라고도 하지 않은 경찰증을 들이밀며 마구 화를 낸다. “우리 사무실 우리가 지나가는데 뭐가 잘못되었냐!”는 것이다. 안에 입회해 있던 직원은 재키가 이곳에 와서 옷을 한 번도 갈아입지 못했다고 말하자, 툭 말을 자르며 옷을 줬는데도 입지 않은 건 당신이라며 삿대질을 해댄다. 면회하는 우리들에게도 ‘외국인 편만 들지 말고 국가를 좀 생각하라’며 훈계했다. 이렇게 해서 허용된 30분의 면회시간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면회가 끝나고 조사과장을 찾아갔다. 면회를 방해한 직원들의 고압적인 태도도 그렇고, 재키로부터 전해들은 사방의 환경(창문도 없고 하루 종일 운동 시키지 않는)을 알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조사과장실로 들어서자, 직원들 대 여섯명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여기가 어딘데 함부로 들어 오냐’는 투다. 우리는 ‘국민’이라고 말하고 조사과장을 면담하겠다고 말했다. 직원 한명이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짝 다리를 한 채 위아래를 훑어본다. “나도 국민이요!” 민원이 있으면 절차를 밟으라고 큰 소리를 친다. 몇 차례 고성이 오가고 장내가 소란해지자, 어떤 직원은 캠코더를 들고 나와 마구 찍어댄다. “초상권 침해하지 말라!”고 외치자 공개하지 않을 거라며 맞받아치고는 계속 찍는다. 몇 분 동안 실갱이를 벌이다 겨우 면담이 이루어졌다. 일행 5명 중 2명이 조사과장을 면담하기로 합의가 됐다.

다음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진영호 조사과장과의 면담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직원들의 태도가 매우 고압적이며 접견을 방해하고도 잘못했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직원들이 면회를 할 때는 그 쪽으로 지나다니지 말아야 하는데 아직 숙달이 안 되어 그런 것 같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
“사방에 창문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 보호소도 아니고 잠시 동안만 보호해주는 보호실이다 보니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창문을 내려고 해도 우리 건물이 아니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언제부터 이 건물에 입주했나?”
“2001년부터 사용했다.”
“창문이 없으면 수용자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설을 핑계로 지금까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를 방치해 오고 있는 것 아니냐? (다른 교도소 사례를 들며) 창문을 설치하는데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 아니냐?”
“이곳에 와 있는 외국인들은 보통 4~5일 머무르다 출국하거나 보호소로 보내진다. 여태까지 별 문제 없었다.”
“이사할 계획은 있는가?”
“없다”
“운동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사무소 시설로 지은 게 아니다 보니 실외에 운동공간이 없다. 그래서 실내에서 요가 프로그램을 운용하기도 한다.”
조사과장과의 면담이 끝나고 나서 몇 시간 후 이슬람 라피클이 화성보호소로 이감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직원들의 고압적인 행태와 시설을 개선하라는 우리들의 요구에 인천출입국관리소 측은 “골치 아픈” 수용자를 시설로 보내는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려 했다. 그곳에 남아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창문도 없고, 운동시간도 보장되지 않은 공간에서 밤낮조차 분간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수억원을 투자할 가능성 있는 외국인 기업가라면 이렇게 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선진국을 떠드는 대한민국의 수치스런 자화상이다.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