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 사형제 등 한국인권에 ‘질책’
정부, 무성의 답변…미국 “보안법 개정” 이례적 권고


  권오성 기자 노현웅 기자  

사형제와 이주노동자 인권, 국가보안법 등 한국의 첨예한 인권문제들이 국제사회의 ‘질책’을 받았다.
유엔인권이사회는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한국을 대상으로 첫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 회의를 열었다. 2006년부터 도입된 이 회의는 4년마다 유엔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인권 상황을 점검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끌어내려는 제도다. 이번 회의는 한국 정부의 기조연설 뒤 미국·중국·러시아 등 33개국 대표들이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집중적인 질문을 받은 사안은 사형제와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였다. 영국 등 11개 국가들은 “15~17대 국회에 계속해서 제출된 사형제 폐지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며 18대 국회에도 법안 제출 의사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네덜란드는 “18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필리핀·방글라데시 등 한국에 노동자를 많이 보낸 10개 나라는 “등록·미등록에 관계없이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덴마크 등 몇몇 나라는 “한국이 가입을 미루고 있는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비준하라”고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산업재해 보상 구제 등을 소개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가보안법과 시위 진압, 개인정보 문제도 거론됐다. 특히 북한과 미국이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 주목을 받았다. 북한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고, 미국도 “보안법의 규정이 모호한데, 한국이 보안법의 남용적인 해석을 막기 위해 이를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안법 개정 요구는 미국 정부의 기본 방침이지만, 미국 관리가 국제무대에서 문제를 지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영국도 “보안법은 형법에 일반 규정을 두거나 국제 인권기준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권고했다.

알제리·브라질·캐나다 등은 과도한 시위 진압에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정부는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제한을 신중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해, 최근 집회·시위에 대해 엄격한 대응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과 다른 답변을 내놨다. 캐나다는 “주민등록제도는 공공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최소 범위 안에서 사용돼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한국 비정부기구 참가단은 이날 회의를 지켜본 뒤 “각국에서 제기하는 핵심 인권 주제들에 대해 정부가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하며 “오는 6월에 돌아오는 보편적 인권검토 본회의까지 정부가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오성 노현웅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