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의 경제가치  

한해 생산효과 4조2000억원…임금에 비해 생산성도 높아

◆ 레인보우 코리아 다문화강국 ◆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노동인력 1명이 늘어날 때 생산증대 효과는 연간 1030만원, 소비증가는 51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경제신문 의뢰로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다문화 시대의 경제적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총 외국인 국내 취업자의 생산증대 효과는 GDP의 0.47%에 이르는 4조2000억원, 외국인 소비에 의한 생산 유발액은 GDP의 0.43%에 달하는 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외국 노동인력이 생산ㆍ소비 양쪽에서 활력 촉진제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외국 인력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추산하기 위해 2003년 조사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실태`를 기준으로 2007년 외국인 취업자수를 49만명으로 추정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내국인 근로자의 71.4%에 불과한 반면 1인당 생산성은 87.41%에 달해 상대적으로 비용 대비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현지 공장과 개성공단은 국내 근로자 대비 현지 근로자의 생산성이 2007년 기준 80% 선에 불과한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총 부가가치 산출액을 집계한 결과 생산 측면의 총 부가가치는 연간 4조2000억원, 외국인 노동인력 1인당 생산증대 효과는 연간 1030만원이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 49만명의 총 임금은 연간 5조원에 이르며 이 중 50%를 소비한다고 가정할 때 소비효과가 연간 2조5000억원(2007년 GDP 대비 0.28%)에 이르렀다. 외국인 인력 1인당 소비증가 효과는 510만원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외국인 취업자 수가 오는 2010년 58만명, 2020년 100만명, 2050년 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인구 증가에 따른 생산증대 효과와 소비증가 효과를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오는 2020년께 외국인 취업자에 의한 생산증대 효과는 현재의(2007년 분석 결과 기준) 3배인 연간 8조7000억원에 달하고 소비증가 효과는 지금의 4배인 연간 6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훈 연구원은 "외국인 고용에 따른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은 단순히 고용효과에 따른 생산ㆍ소비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관광유치 효과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한국의 2005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 수가 602만명에 그쳤지만 향후 외국 인력 증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이창훈 사회부 차장(팀장) / 이지용 기자 / 고재만 기자 / 박지윤 기자 / 임태우 기자 / 우제윤 기자(이상 사회부) / 전정홍 기자(정치부)]

지나친 친절도 지나친 경계도 편견일뿐  

백인ㆍ유색인종에 대한 이중적 시각 여전
중국ㆍ동남아 근로자에 대한 관용 아쉬워
외국인 근로자 복지ㆍ교육시설 더 늘려야


◆레인보우 코리아 - 다문화강국 / <1부> 한국, 다문화 시계는 몇시인가?◆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의 프랑스학교 어린이들이 핼로윈데이 가장행렬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유행어가 된 `다문화`라는 단어는 흔히 외국인 결혼 이민자 가정을 지원하는 활동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다문화란 다양한 민족의 문화가 단일 민족 문화와 융화되는 현상이지만 한국의 다문화 사회에는 뚜렷한 명암이 있다. 이른바 `상층 다문화` 1번지인 프랑스인 집단 거주지 서래마을과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 밀집지역인 경기도 안산시 원곡본동의 극명한 대조가 이를 말해준다.

한국다문화센터 김성회 사무총장은 "재미동포, 재일동포와 달리 중국동포를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다문화 현상을 대하는 우리의 이중성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급속도로 우리 사회에 확산돼 가는 다문화 현상은 한편에서는 동경과 선망이, 한편에서는 배타주의와 차별이 공존하고 있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층 다문화 사회에 대한 무분별한 동경도 문제지만 결국 우리의 과제는 하층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라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이 순탄치 못할 경우 지불할 대가는 사회 발전에 치명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다문화를 단순히 온정적인 자선과 봉사의 차원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훗날 심각한 반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다문화 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원곡본동 "국경없는 거리"에서 동남아 출신 근로자들이 퇴근 후 삼삼오오 길거리를 오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장면1. `작은 프랑스` 서래마을의 특권

=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속칭 `서래마을`은 5가구 중 1가구꼴로 프랑스 사람이 사는 `작은 프랑스`다.

20년 전 프랑스학교가 이전하면서 프랑스인 집단 거주지로 자리잡은 서래마을은 고급 빌라 사이사이로 서구풍 과자점과 카페, 와인바가 즐비하다. 프랑스인들이 주축이 된 축제나 바자회에는 더 많은 한국사람들이 찾아와 정겨운 문화교류의 장이 펼쳐진다.

임현옥 서래글로벌센터 주임은 "서래마을이 고급 주택지로 각광받으면서 집값이 오르자 정작 프랑스인들은 이태원 등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래마을 주민으로 반도체회사 NXP 한국지사에 발령받은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마르탱 피에르 씨(33)는 한국 사람들의 지나친 친절에 당황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피에르 씨는 "강화도에 가족 여행을 갔는데 한 노부부가 아이들이 귀엽다면서 과자를 사 먹으라고 돈을 쥐여줬다"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기도 하는 한국문화를 나중에 알게 됐지만 요즘도 아이들이 나갔다 오면 한국 어른들이 준 과자와 사탕을 한 움큼씩 쥐고 돌아온다"고 전했다. 피에르 씨는 또 "지하철에서 교통카드 사용법을 몰라 허둥대고 있을 때 한 30대 남자가 다가와서 자기 돈으로 직접 충전을 해주고는 돈도 받지 않고 그냥 갔다"며 한국인의 친절을 고마워했다.



  

  

프랑스어를 말하는 사람들 모임(AFC) 회장인 카트린 다로 씨(46)도 "어느 나라나 친절한 사람과 불친절한 사람들이 있지만 한국인들은 모두 친절한 사람들"이라며 "서래마을의 경우 한국사람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어디서나 도움을 주고 있어서 일종의 특권을 가지고 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학교 컴퓨터 프로그래머 다비드 씨는 "한국인들은 프랑스 사람에 대해서라기보다 `백인`에게 친절한 것 같다"며 "자신의 콩고 출신 친구가 얼마 전 한국에서 버스를 탔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사가 승차를 거부해 쫓겨난 적이 있다고 해 놀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 장면2. 안산시 원곡본동의 낮과 밤

= 원곡본동 주민센터 앞 `국경 없는 거리`에는 동남아, 몽골, 중국 등에서 취업하러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들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꾸준히 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2007년 말 1만2750명에서 지난해 2300명 가까이 더 늘어 1만5076명에 달한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를 대하는 내국인들의 시선에는 서래마을과 달리 위화감과 경계심이 짙다.

원곡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40대 주부 이 모씨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학교에 다니는 딸을 매일 버스정류장으로 마중 나가고 있다. 학교나 학원 앞까지 차로 데리러 가는 부모도 많다"고 했다. 주민들의 이 같은 반응이 단지 정서적 부조화 때문만은 아니다.

원곡본동에서는 밤이 되면 술을 마신 외국인들이 싸움을 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타향살이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마시지만, 억눌렸던 불만이 고개를 들면서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원곡본동에서 호프를 운영하는 박 모씨는 "한 달에 한두 번은 칼부림까지 일어난다"며 "장사를 안 할 수도 없어 호신용 전기충격기를 가지고 다닌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같은 상황이 자칫 내국인들과 돌이킬 수 없는 반목을 부른다는 것을 아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스스로 질서유지에 나섰다.

안산시 외국인 주민센터는 지난해 3월부터 내국인 4명과 외국인 2명으로 이루어진 원곡특별순찰대를 운영 중이다. 중국 출신 순찰대 대원 방경호 씨는 "싸움이 자주 일어나지만 좋은 말로 타이르면 큰 불상사 없이 끝난다. 모국어를 들으면 신기할 정도로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자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끼리의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외국인 복지시설이나 교육시설이 태부족하다는 것이 한 원인이다.

박봉에 시달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국 친구들끼리 모여 술 마시는 것 말고는 달리 여가생활을 즐기기 어렵다. 외국인 대상 복지사업이나 교육도 민간에 의지하는 현실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복지혜택 소홀과 무관심이 지역 사회의 불안과 비용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 2009년 한국 다문화 사회의 현주소다.

[기획취재팀 = 이창훈 사회부 차장 (팀장) / 이지용 기자 / 고재만 기자 / 박지윤 기자 / 임태우 기자 / 우제윤 기자 (이상 사회부) / 전정홍 기자 (정치부)]


[데스크 칼럼] 다문화가 한국의 미래 가른다  




  

  

#1. 인도네시아계 한국인으로 원자재 투자 전문가인 영희 사바잔 씨(Yonghee Sabajan)는 오늘도 3건이나 되는 비즈니스 미팅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바잔 씨는 이주노동자였던 인도네시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초ㆍ중ㆍ고교를 다닌 뒤 인도네시아에서 대학을 나왔다. 자원 보고인 동남아시아가 부각되면서 한국에선 요즘 사바잔 씨처럼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를 모두 유창하게 구사하고, 양쪽 문화를 이해하는 `다문화 인재` 몸값이 오르고 있다.

사바잔 씨는 다음주 투자 컨소시엄 관계자 10여 명을 데리고 인도네시아 파푸아섬 천연자원 시장을 탐방할 예정이다. 사바잔 씨는 "한국 정부가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세계적 인재를 모으기 위해 외국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이제 한국은 다문화 인재가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2. 얼마 전 경기도 한 도시에서 한국인과 한 동남아인 간에 발생한 사소한 주먹다툼은 이제 민족 간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동남아인을 구타하는 장면이 TV를 타면서 시위는 외국인과 한국인 간 유혈사태로 번졌다.

오늘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그 동남아인을 비롯한 외국인 시위대 2만여 명이 경찰청장과 이민청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바로 길 건너편에는 한국인 시위대 5000여 명이 `외국인 물러가라`는 피켓을 들고 맞불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김 모씨는 "내국인 일자리를 모두 빼앗아간 외국인 이주민이 이젠 꼴도 보기 싫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아마도 2020년이나 2030년쯤이면 맞닥뜨리게 될 우리 `다민족ㆍ다문화 사회` 서로 다른 미래상이다.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이한 한국은 이제 어엿한 `다민족ㆍ다문화`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순혈주의에서 벗어난 다문화 사회가 국가와 개인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될지는 지금 우리가 결정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 1단계 막바지 내지는 2단계 초입으로 진입했다. 이주민이 전체 인구 구성에서 차지하는 가시적 비중이 증가하는 것이 1단계라면, 2단계는 다문화 가족이 형성되고 출신국별 이주민 집단 거주지가 출현하는 과정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이 1만명 이상 거주하는 지역이 전체 232개 자치구 중 22개에 달하며 인구 대비 외국인 주민이 5% 이상인 곳도 11개에 이른다. 외국인 증가세는 인위적인 억제책이 없다면 가속화할 것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1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 그래서 외국인 노동력의 지속적인 유입이 필요하다. 유엔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50년까지는 이민자 1159만명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때가 되면 이민자와 그 자녀 숫자가 전체 인구 가운데 21.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다문화사회 문턱을 넘어선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정부 내 여러 부처와 자치단체가 다양한 법률과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산발적인 데다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체계적으로 다문화정책의 큰 틀을 짜야 한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의 열린 마음이 최우선이다. 문화적 차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감수성과 다른 문화에 대한 관용이 없으면 `다문화 강국`은 고사하고 `다문화 분쟁국`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한국에 시집온 지 1년 만에 음독으로 전신마비 상태가 된 채 휠체어에 몸을 싣고 베트남 호찌민으로 돌아간 20세 뚜엣 씨 사연은 우릴 우울하게 만들었다. 결혼알선업체를 통해 스무 살가량 나이 많은 한국 농촌 남편과 결혼했으나 남편은 정신질환으로 7개월 만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몸이 불편한 늙은 시아버지와 시골집에 남겨진 그는 고된 삶을 견디지 못하고 극약을 마신 것이다.

제2, 제3의 뚜엣을 양산할 것인가, 다양한 문화적 자원을 가진 새롭고 역동적인 열린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때다.

[윤형식 사회부장]


외국인 차별 없애야 `한국의 오바마` 나온다  

다문화 사회로 급속한 전환 불구
정부ㆍ국민 이해도 매우 낮은 수준


◆<1부> 한국, 다문화 시계는 몇시인가



  

  

#사례 12050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한국은 반만년 역사에 획을 그을 정치적 실험에 성공했다.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한국인이 몽골 출신 이주 외국인 후손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

세계 유수 언론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민이 수십 년 동안 공들여 온 다문화정책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다문화 강국 레인보우 코리아`를 기치로 걸고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귀화자ㆍ이주자 권익을 위해 참정권 등 권리를 부여했고, 국회와 지방의회 의석 가운데 일부를 귀화자 출신에게 부여하는 등 정치ㆍ문화ㆍ사회 전반에 걸쳐 다민족 문화 현상이 단일민족 기반의 전통적 문화와 성공적으로 융화되도록 하는 정책을 폈다.

#사례 22050년 12월. 서울시내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발생한 한국인 주인과 동남아시아인 손님의 말다툼은 이제 민족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평소 이주 외국인을 혐오하던 한국인 사장이 이곳을 찾은 동남아인 가족을 내쫓은 게 사건의 발단이다.

인권단체 회원 5명이 참가한 소규모 촛불집회로 시작된 게 일주일 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이주 외국인 2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바로 길 건너편에는 한국인 시위대 5000여 명이 `한반도에서 외국인 OUT(물러가라)`이라는 피켓을 들고 맞불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한 동남아 출신 귀화자는 "우리를 하등 민족으로 보고 착취하려고만 하는 한국인이 너무 싫다"고 말했다.



  

  

두 가지 상반되는 사례는 40여 년 뒤 한국이 겪게 될 `다민족ㆍ다문화 사회`의 밝은 미래와 어두운 미래를 가상으로 꾸며 본 것이다.

다문화 현상을 우리 문화의 미래로 인정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용할 것인가, 문화적 갈등을 방치해 통제불능의 인종 간 반목을 초래할 것인가. 2000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다문화가족 자녀, 탈북 새터민 등이 증가하면서 인종적ㆍ문화적 다양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는 단순히 `외국인 100만명 시대`라는 통계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탁구 훈련 파트너로 한국에 발을 디뎠던 당예서 선수(27)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태극마크를 달고 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자기 나라에선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던 외국인이 한국인으로 귀화한 뒤 연예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 TV에서는 외국어 방송도 등장했다. 이민자 출신 정치인을 만들기 위한 모임도 발족했다.

다민족 국가로의 전환은 심각한 갈등과 진통을 통과의례처럼 수반한다. 제국주의 시대 이후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살게 된 서구사회조차 인종 차별과 폭동, 외국인 실업문제, 도시 슬럼화, 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의 사회 부적응 등 다문화의 어두운 그늘을 겪어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1.8% 수준인 국내 인구 대비 외국인 비중은 2010년 2.8%, 2020년 5%, 2050년에는 9.2%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40여 년 뒤에는 인구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이란 얘기다. 유엔은 한국 정부가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이에 따라 2050년 인구 5명 중 1명이 외국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문화 현상이 바람직하게 뿌리내리지 못할 경우 한국에 이주한 외국인들은 소외와 차별을 겪게 되고, 한국인 역시 불만을 갖고 있는 이주 외국인을 더욱 배타적으로 대하면서 각종 사회문제들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문화 강국으로 안착할 경우 한국 사회는 문화적 개방성을 강화시켜 다양한 민족의 인재들을 폭넓게 받아들이면서 한층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사회로의 변모가 기대된다.

한국다문화학회장인 이기범 숙명여대 교수는 "한국에서 다문화 현상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현상에 대한 이해는 대체로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한국의 미래상과 관련해 다문화 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대처하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이창훈 사회부 차장(팀장) / 이지용 기자 / 고재만 기자 / 박지윤 기자 / 임태우 기자 / 우제윤 기자(이상 사회부) / 전정홍 기자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