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 벼랑끝 외국인 노동자들 "새해 경기 회복되길"
기사입력 2009-01-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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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근 심각한 경기침체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늘고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 알 롬 길씨(45)는 국내 경기침체로 인해 다니던 직장이 어려워지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고향인 다카에서 돈을 많이 벌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자식들만 생각하면 매일 눈물이 나온다. 그는 "새해에는 경기가 회복돼 일자리도 구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하루빨리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2년째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인 아비트씨(33)는 올해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함께 한국에 왔던 주변 친구들 가운데 일자리를 잃었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몰라 가슴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새해를 맞는 그의 소망은 경기가 빨리 회복돼 자신과 같은 이방인들에게도 많은 일자리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강남의 모 중국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 동포 김춘화씨(34·여)는 전에는 중국 가족에게 매달 70만원씩을 보냈지만 고환율에다 월수입도 줄어 송금이 반으로 줄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주변 친구들 중에는 두세 달이나 임금이 밀리고, 일자리를 찾느라 공장을 전전하는 사람도 많다"며 "올해는 경제가 좋아져서 집에 더 많은 돈을 보내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내국인의 고용문제 해소를 위해 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를 줄이려는 정부 방침 등과 맞물려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노동부는 내국인 고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 숫자를 줄이고,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으로 대체 고용할 경우 고용장려금을 주기로 하는 등의 초치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직된 외국인 노동자들은 2개월 안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출국해야하기 때문에 새해를 맞아 자신이 언제 불법체류자 신세가 될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구인난 및 반 외국인 정서만 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정부 당국의 의도대로 내국인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이상재 팀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로 제조업, 건설업 등에서 종사하고 있는데 특히 제조업의 경우 근무 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기피한다"며 "경제가 어려워지자 정부가 외국인 고용 사업장에 외국인 대신 한국인을 고용하면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이는 반 외국인 정서를 자극해 사회통합만 저해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국경 없는 마을 대표 박천응 목사도 "경기 침체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해고 1순위로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은 고용보험도 전혀 들지 못하고 있으며 직업을 2개월 안에 못 구하면 강제 출국을 당할 처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일자리 알선과 체불 임금 해결 등 국가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난영기자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