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불황 한파'에 떤다
휴폐업·도산 증가 여파로 1년새 해고 117%나 늘어
두달내에 일자리 못 구하면 귀국 보따리 싸야
절반이 불법체류 선택… 노동계 "기간 연장을"

성행경 기자 saint@sed.co.kr




“사장님이 이제 일이 없으니 다른 회사 가고 싶으면 가라고 했어요.”

인도네시아인 조코 수실로(31)씨는 지난 16일 회사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그는 올 4월부터 경기도 화성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에서 월 10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일해왔다. 경기침체로 경영이 악화되자 회사는 한명뿐이던 외국인 근로자 수실로씨를 가장 먼저 해고했다.

21일 오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만난 그는 “고용지원센터에서 네 곳의 회사를 알선 받아 연락해보니 한 곳은 뽑을 계획이 없다고 하고 두 곳은 전화를 안 받는다”면서 “두달 안에 취업하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힘없이 말했다.

중소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경기침체에 따른 휴ㆍ폐업과 도산이 늘면서 이들 사업장에 몰려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상당수가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것으로 보여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외국인 인력의 적절한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차질이 우려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 11월 경영상 필요나 회사 사정 등의 이유로 사업장을 옮긴 외국인 근로자는 1,467명으로 1년 전 677명에 비해 117%나 늘었다. 올 8월(719명) 이후에도 104%나 증가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최근의 심각한 경제난을 감안, 현재 2개월로 돼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재취업기간’을 한시적으로라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 변경신청(구직신청) 후 2개월 안에 취업하지 못하면 출국해야 한다.


최병규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상담팀장은 “기간 내 재취업하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출국하는 대신 불법체류를 선택할 개연성이 높다”며 “내년에 일자리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면 (불법체류하는)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외국인 인력자원의 적절한 활용에 차질과 함께 사회문제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사업장 변경신청 후 2개월 내 취업하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 중 절반가량은 출국하지 않고 불법체류를 선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동부는 현재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외국인 근로자의 90% 이상이 기간 내 재취업하고 있는 현실을 들어 노동계와 이주노동자단체의 기간 연장 요구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업장 변경신청 후 2개월 내 취업하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8월 258명에서 9월 343명으로 늘었다가 10월 213명으로 다소 줄어든 상태다. 안경덕 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장은 “재취업이 힘들어 부득이하게 출국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면 조치를 취하겠지만 현 상황은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동수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상담팀장은 “재취업 기간이 짧아 열악한 조건에도 어쩔 수 없이 재취업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많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불황이 길어지면서 비교적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기업들의 인력 운용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