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는 범죄의 온상이다? [2008.12.19 제740호]

[이슈추적- 조직화하는 소수자 반대운동]
추방운동본부 주장에 “범죄와 상관관계 없어… 편견 버려야” 반론

  
▣ 신윤동욱  
  
2008년 12월12일 현재 ‘불법체류자추방운동본부’(불체본) 카페의 회원이 5200명을 넘었다. 2007년 9월에 개설된 이 카페의 회원 수는 최근 빠르게 늘었다. 이들은 올해 서울 시내에서 ‘불법체류자 강력단속 추방’을 내걸고 집회도 열었다. 이들 외에도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 등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 대해 비판적인 단체가 속속 생기고 있다. 이주노동자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편에선 이들을 ‘불법집단’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보다 범죄 때문에 반대운동    


» 불법체류자추방운동 본부 대표 정대성씨. 그를 비롯한 불체본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운동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12월10일 오후 2시께, 서울 신림동의 한 음식점에 젊은이 3명이 둘러앉았다. 모두 20대인 이들은 불체본 핵심 회원들. 대표인 정대성씨는 고시생, 닉네임 ‘고스트’는 헬스 트레이너, ‘능’은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서구에선 일용직 등에서 이주노동자와 일자리가 겹치는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외국인 반대운동의 선봉에 선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저 그들의 범죄에 분노해 카페를 만들고 반대에 발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고스트’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한국의 서민들은 먹고살기 바빠 운동에 뛰어들 시간이 없고, 나이가 많아 인터넷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들은 ‘법치’를 강조했다. 정 대표는 “불법체류자는 체류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들”이라며 “한국은 출입국 관리가 허술해 불법체류하기에 너무 쉬운 나라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불법체류가 범죄의 온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능’은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4년에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할 때 지문 날인하는 제도를 폐지했다”며 “지금은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등이 인권을 강조해 범죄에 면책권을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고스트’도 “한국인과 같은 대우를 요구하면서 한국인이 하는 지문 날인은 왜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의 통계가 있다. 최영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7년 펴낸 연구보고서 ‘외국인의 불법체류와 외국인 범죄’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의 증가가 단순하게 외국인 범죄의 심각화를 가져온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최 연구위원은 “외국인 불법체류자 비율이 높은 국적의 외국인은 불법체류자의 비율이 낮은 선진국 국적의 외국인이나 내국인에 비해 체류자 수 대비 범죄 발생자 수가 낮은 편이므로 이들을 범죄 발생의 위험 요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1986년부터 2004년까지 대검찰청이 펴낸 연도별 범죄 분석 자료 등을 분석했는데,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국내 체류 외국인 10만 명당 범죄자 수는 미국(4958명), 독일(3190명), 캐나다(3031명) 등 선진국 출신이 중국(1840명), 인도네시아(571명), 네팔(511명) 등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많은 나라보다 훨씬 높았다. 오히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경우엔 범죄를 저질러 신분이 노출되면 강제출국을 당하기 때문에 범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분리주의로는 사회적 갈등만 조장”

불체본 회원들은 더 이상 이주노동자는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한국에 (불법)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한국에 사는 ‘노하우’도 생기고, 임금도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월급 150만원을 받는 외국인 노동자보다 ‘88만원 세대’가 더 불쌍하다”고 주장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임금 체불을 당하는 것은 옛날 일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박천응 안산이주민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150만원이란 것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본국의 임금과 한국의 임금 차이가 없다면 도대체 이주노동을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에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자리를 잃거나 일하는 시간이 줄어 생계 위협에 처한 이주노동자도 많다고 전했다.

불체본의 ‘자발적’ 활동가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왔으면 한국법을 따라야 하는데 동화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가다간 언젠간 심각한 사회적 위협 집단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반면 박천응 대표는 “미국에서 흑인에게 그랬듯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분리주의”라며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밖에 안 된다”고 반박한다. 이것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논란의 시작인지 모른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MNTV 올해 외국인이주민 10대뉴스 선정
기사입력 2008-12-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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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 외국인이주민 전문의 인터넷방송인 MNTV(http://www.mntv.net)가 2008년 외국인이주민 10대 뉴스를 19일 선정했다.

1월 초에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가 첫 번째, 불법체류 외국인 강제단속이 두 번째 뉴스로 선정돼 올 한 해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슬프고 우울한 한 해였음을 실감케 했다.

영장 없는 단속을 명시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3위, 사업주의 편의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는 비전문외국인력정책 개선안이 4위에 올랐다.

정부가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보호를 위해 9월부터 시행한 다문화가족지원법이 6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9위 뉴스로 선정돼 한국의 다문화가정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

이밖에 법무부가 결혼 이주여성에게 국적 취득을 용이하게 해 준다는 취지로 마련한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제 논란이 5위, 안산시가 거주외국인의 범주에 미등록 체류자를 포함하고 이들에게도 동등한 지원을 보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거주외국인지원조례가 7위, 결혼중개업법 개정이 8위, 정부 각 부처가 벌인 이주민을 위한 다문화 축제 행사가 10위에 올랐다.

10대뉴스를 제작한 김현숙 PD는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단속으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 침해는 물론 이들을 고용하는 중소기업 사업주와 지역 주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비전문외국인력정책 개선안과 출입국 관리법 개정 등 외국인력정책의 근본을 뒤흔드는 정책을 정부가 잇따라 발표해 이주노동자를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