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떠난 마석단지, 실업자들이 들어갈까
미국 내 한국 불법체류자 23만명, 이주노동자는 또다른 우리 모습

    최재천 (cjc1013)  





  
  
▲ 지난 12일 오전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직원과 경찰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폭력을 동원한 토끼몰이식 단속을 벌여 부상자들이 속출했던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단지의 한 골목길에 'I WANT GO BACK!' 'I ♡ 대한민국'가 적혀 있다.  
ⓒ 권우성  마석가구단지






"우리는 우리의 위기가 다른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실패를 보지 못하도록 다른 곳에 주의를 뺏겼고, … 이민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도록 들어왔습니다."(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출마선언문 중)



'오바마와 닮은꼴'이라던 이명박 행정부에서는 지금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토끼몰이식 집중단속이 진행중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지대의 진출입로를 봉쇄하고 투망식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 밀집지역이 범죄의 온상이 되는 등 치안 부재 현상이 심화"되어 "국법 질서의 유지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한다.



전형적인 남 탓이다. 2006년 통계를 보면 내국인 범죄율은 4%이고, 외국인 범죄율은 1.3%다. 그렇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안, 특히 일자리 불안에 대한 책임 전가일 뿐이다. 그렇다고 일자리를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이와 같은 이명박 행정부의 움직임은 실용적이라기보다는 충분히 이념적이다. 그러기에 충분히 예측될 수 있는 진행방식이다.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인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의 말이다. "많은 우익들에게 불법 이민자들은 하나의 집착이 되었다. 자유기업을 옹호하는 정당도 노동력 유입 저지를 위해 국가 경찰력을 크게 증강하는 데 열심이다."(「흔들리는 세계의 축」(베가북스), 377면.)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은 강경하다. 목표는 '5년'이다. 5년 내로 불법체류자를 전원 출국시키라는 것이다.(3월 법무부 업무보고 시) 이유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9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회의 7차 회의에서 5년 안에 '100%가 아닌 90%' 정도로 줄이겠다고 보고했다. 우선 연말까지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22만3229명(2008년 7월 31일 현재)을 20만명대로 줄이겠다고 했다. 22만여명 중에는 10살 미만 아동이 3600명이고, 11살에서 20살까지의 청소년이 5000명이다.



그렇게 해서 단속이 진행중이다. 2006년도에 2만3771명, 2007년엔 2만2546명이었는데, 2008년 7월 31일 현재 1만8412명이다. 그 이후로 토끼몰이식 단속이 시작되었으니, 연말쯤이면 예년 통계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불법체류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거의 모든 나라가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고 단속중인 것도 맞다. 특히 선진국이라면 누구나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 시민도 미국, 일본, EU 등지에서 불법체류중이다. 미국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만 하더라도 23만명으로 불법체류자 순위 7위에 올라있다.



국제이주기구(IOM)의 보고서 '세계이민백서 2005'에 따르면 세계 인구 35명당 1명이 이민자라고 한다. 우리는 이민이 까다롭기로 알려진 세계 몇 나라 중의 하나이다. 개방을 이야기하면서 철저히 순혈주의, 혈통주의를 고수한다. 단일민족의 신화를 즐겨 이야기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화교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대표적 나라이기도 하다. 오죽 했으면 작년 8월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사회의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한국이 실제와는 다른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겠는가?



이런 혈통주의가 국가주의와 결합되면 자칫 배타적 국수주의로 전환될 수 있다. 나아가 인종차별로 이어진다. 인종과 범죄와의 상관성에 대한 학문분야가 있다. 미국에서는 흑인범죄율을 연구하고, 일본에서는 재일한국인의 범죄율을 연구한다. 이들은 범죄율과 인종과의 상관관계를 긍정한다. 하지만 이들 범죄의 근본적 원인이 사회경제적 차별과 삶의 기본조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아예 무시된다.



결국 지나친 순혈주의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진다. 일본의 예를 보자.



"'민주주의'라는 말은 일본에서는 '국민'이라는 국한된 틀 안에 갇혀 비국민으로 분류된 재일조선인 등 마이너리티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제도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왔고, 또 세계적으로도 초강대국 미국이 각지에서 '반공'을 위해 군사독재를 지원하고 유착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나카노 도시오, <오쓰카 히사오와 마루야마 마사오>, 13면)



남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들만의 법질서, 우리들만의 법치주의, 이것이 곧 우리들만의 민주주의로 이어지고 있다는 염려를 지우기 어렵다.



  
  
▲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에서 열린 한나라당 타운미팅 '한국의 특별한 며느리들' 행사를 마친 뒤 다문화가정 주부, 이주노동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하트를 만들고 있다.  
ⓒ 권우성  이명박대통령




출입국관리법 제56조의3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같은 피보호자의 인권을 존중하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피보호자의 인권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며, 국적·성별·종교·사회적 신분 등에 의한 피보호자의 차별은 금지된다." 우리의 단속이 과연 이러한 존중 규정에 적절한가? 적법절차와 인권이 존중된 가운데 단속이 진행되고 있는가?



물론 근본적 문제는 외국인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 없다. 좀 더 범위를 좁히자면 미등록 외국인정책, 노동자정책 자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단속과 퇴거 말고는 아무런 정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속도 오로지 '작전' 개념이다. '공작' 개념이다. 공권력의 대량동원을 수반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이다. 물대포와 봉쇄는 더 이상 놀라운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토끼몰이식 단속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도 우리처럼 평이할까?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취약하기만한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준거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우리 중소기업은 3D업종에서의 부족한 일손,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저임금 노동자가 필요했다. 이 부분의 노동력 부족사태를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메워주고 있다. 7월 31일 현재의 단속실적 인원 1만8412명 중 제조업 노동자가 6549명이나 된다. 그렇다면 이들이 떠난 자리에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을까? 솔직히 실업자들이 마석단지로 들어갈 수가 있다고 믿는가? 그렇다고 치자. 갑자기 단속당한 소기업은 노동력의 공백상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국제회의 때면 신흥국의 대표성이 강조된다. 국내에서도 아시아의 리더십을 표방한다. 지난 10월 7일 <이명박정부 20대 국정전략 및 100대 국정과제> 중에는 제85과제에 '신아시아 협력외교'가 있다. "아시아의 화합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토끼몰이식 단속과는 완벽한 모순이다.



대안은 이렇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가 말해준다.



"미등록 외국인의 인권 보장에 관한 내용을 국내법으로 반영하여야 한다.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등 국회가 비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의 내용 중 미등록 외국인의 인권과 관련된 내용을 국내법률에 명문화시켜야 한다. 아울러 UN 피구금자 처우 최저기준규칙 등 법적 구속력 없는 국제기준들 중에서 인권 보장에 핵심적인 내용은 법제화를 꾀하여야 한다. 한국 정부가 아직 가입하지 않은 UN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에 대해서는 그 가입, 비준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미등록 외국인 단속 및 외국인 보호시설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2005.)
출처 : 이주노동자 떠난 마석단지, 실업자들이 들어갈까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