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 줄고 고용마저 불안해져"
이성조 의원 최저임금법 개정안..이주노동자, 숙식비 부담으로 '직장이탈' 우려
김학태 기자


서울메트로 1호선 구간의 한 청소용역업체에서 일하는 이아무개(62·여)씨가 연장근로를 하고 한 달에 받는 돈은 120만원. 이씨는 “이 돈으로 20대의 막내딸과 근근히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에 이마저도 삭감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이성조 한나라당 의원이 60세 이상 고령노동자들의 최저임금 감액을 내용으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최저임금법 개정 토론회에서는 60세 이상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10% 감액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씨의 회사는 올해 법정최저임금인 월 78만7천930원과 거의 비슷하게 통상임금을 책정한 뒤 연장근로수당을 주고 있다. 이성조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대로 하면 이씨는 내년에 법정최저임금이 83만6천원으로 올라도 이씨가 받는 통상임금은 77만2천400원이 돼 연장근로를 최대한 해도 실질임금은 줄어들수 밖에 없다.



노동자가 감액에 동의할 경우에만 적용한다고 명시됐지만 회사의 감액제안을 거절하면 고용이 불안해지는 것도 걱정이다.



전국의 도시철도 청소용역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여성연맹(위원장 이찬배)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평균나이는 57세이고 40%가량이 60세 이상이다. 만 59세 노동자들이 내년에 만 60세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성조 의원의 안대로 최저임금법이 개정될 경우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고령 노동자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는 식대와 숙박비의 일정비용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역시 실질임금 삭감이 우려된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최근 도시철도 청소용역사업장에서는 노조가 꾸준히 문제제기한 결과 5만원 정도의 식대를 받고 있다”며 “내년에 최저임금이 올라도 결과적으로는 2천원 삭감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실질임금 하락은 물론 인력난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지역사무소가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인력실태 조사’에 따르면 해당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23%가 숙소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거나 회사와 공동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비용은 24%가 직접 부담하거나 공동부담했다.



국가인권위는 “한 달 생활비가 30만원 이하인 이주노동자들이 다른 노동자들과는 달리 숙식비를 부담하는 것에 불만을 갖게 되면서 고용주와의 갈등과 직장이탈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전체 이주노동자들의 숙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직장이탈 등의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