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다리 부러지고, 아이는 아빠 간다 우는 통에. . ."
[인터뷰]집중단속으로 네팔로 간 이주노동자 부인 오은정씨
정문교 기자 moon1917@jinbo.net / 2008년11월27일 16시28분

오은정씨는 남편인 깔끼씨가 지난 14일 출입국 사무소의 집중단속으로 인해 인천 출입국사무소에 있던 남편을 만나러 가려다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단속 이틀만인 이날 남편이 본국인 네팔로 떠나기 전, 옷가지와 항공티켓 등을 챙겨주기 위해 길을 나서다 생긴 사고였다.


“출입국사무소에서 아침 일찍 와야 애기 아빠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새벽 다섯 시에 버스를 타려다 넘어져 다리가 부러졌어요”라고 오은정씨는 설명했다. 급한 마음에 서두르다 생긴 불상사였다. 그리고 본국으로 떠나는 날 남편인 깔끼씨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고 한다. “아내는 다리가 부러져 있고, 아이는 아빠 간다고 계속 우는 통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겠죠”


집중단속이 있기 전 오은정씨 부부는 30일로 예정된 아들 수빈의 돌잔치 준비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12일 마석가구공단에서 이뤄진 집중단속으로 아이의 돌잔치는 취소되었고, 아버지는 본국으로 떠나야만 했다. 깔끼씨의 서류가 네팔에서 넘어오지 않아 혼인신고를 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었다. 혼인신고를 위해 12월 4일 오은정씨와 아들 수빈이도 네팔로 떠날 예정이다.








“아빠 친구들이 단속당하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오은정씨 부부는 이번 집중단속으로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세 식구 항공료만 300만 원이 들어가야 하고, 깔끼씨는 5개월 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그전까지 별다른 수입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을 하고 싶어도, 다리가 부러져 당분간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모아 둔 돈과 주변에서 빌린 돈으로 네팔행을 준비해야만 했다.


깔끼씨가 처음부터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아니었다고 한다. 5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지만 3년 만에 만료가 되었고, 3년 동안 번 돈은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빚진 돈을 갚는 데 대부분 썼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은정씨와 한가족이 되면서 아이의 양육까지 책임지게 된 것이다.


깔끼씨의 한 달 수입은 120만 원 정도였는데, 8,90만 원을 네팔로 송금했다고 한다. 대다수 이주노동자가 그렇듯 네팔에 남아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였다. 세 식구는 송금하고 남은 돈과 오은정씨가 틈틈이 일한 돈으로 생계를 꾸려왔었다. 오은정씨 부부는 아이 교육을 위해 2~3년이 지난 후 네팔로 갈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게 돼버렸다.


하지만 오은정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애기 아빠가 가족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고 위안하고 있었다. 그녀는 네팔을 다녀온 후, 이번 일로 빚진 돈을 갚기 위해 다리가 낫는 데로 일을 할 생각이다. 하지만 마석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빠 친구들도 있고 하지만, 잡혀가는 것 보면 마음만 아프고 도와줄 방법도 없으니까요”


집중단속으로 얼어버린 지역경제



▲  마석가구공단 주변에 밀집해 있는 가구판매상 대부분은 파격세일을 하고 있었다.  


오은정씨는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사람 일자리가 없다고 잡아가는 데, 이런 일은 이주노동자 말고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아요. 집중단속 이후 이주노동자들이 무서워하고 일도 못하고 숨어있죠. 그러다보니 공장이 문을 닫고, 월급도 못 받고 있어요. 돈이 없어 애기 분유도 못사는 사람도 있어요. 결국 한국 사람이던 이주노동자던 상관없이 이번 단속으로 힘들어졌어요. 지역 경기가 얼어버렸어요”


오은정씨는 한국국적을 버리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깔끼씨를 따라 네팔로 국적으로 옮기면 오은정씨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지는 까닭에 그럴 수도 없다. “의지할 곳은 애기 아빠뿐인데, 뒤돌아볼 겨를 없이 사는 수밖에 없죠”라며 그녀는 웃었지만, 눈물 같은 웃음이었다.